황구하 시집 『물에 뜬 달』(詩와에세이, 2011)

 

  도서명_ 물에 뜬 달 지은이_ 황구하 펴낸곳_ 시와에세이 펴낸날_ 2011. 1. 15

    ●전체페이지 144쪽 ISBN 978-89-92470-58-2문의_ (02) 324-7653 값_ 10,000원

 

 

 

물속의 달, 그 이데아를 향한 그리움의 시편들

 

 

   황구하 시인의 첫 시집 『물에 뜬 달』이 ‘시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황구하 시인은 충남 금산에서 태어나 영남대학교 대학원 철학과(동양철학 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2004년 『자유문학』으로 등단하여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느티나무시> 동인, <시에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문학무크 『시에티카』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다.

 

   김경복 평론가는 이 시집의 해설에서 황구하 시인의 시의 특징을 크게 ‘물의 상상력과 생의 감각’ 그리고 ‘붉은 달, 그 이데아를 향한 그리움’과 ‘상징의 창출과 영성의 추구’로 보았다. 이 시집은 마치 『물에 뜬 달』처럼 시집 곳곳에 물이 흐르고 돌며, 모든 물질에 파고들어 자기의 권역을 세우고, 그 위엄을 자랑하고 있다. 황구하 시인의 시 이미지의 선을 따라가면 물의 물질성에 사로잡힌 시적 화자가 수신(水神)의 분노와 고통, 갈망의 감각에 접신하여 이를 생생하게 시적 드라마로 펼쳐냄을 볼 수 있다. 시집 전체가 물의 성채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돌의 질료성에 물의 질료성이 결합돼 발생하는 신이(神異)의 표징이 들어있다. "물고기 한 마리//돌 속으로 헤엄쳐 들어가//제 몸 부비며 길을 낸다”는 것은 단순한 환상이 아니라 물질의 근원에 대한 통찰에 의해 발생하는 ‘성현(聖顯)’이다. 돌은 살아 움직이는 수생적(水生的) 존재로 현신한다. '물은 언제나 돌 속에 숨어 꿈틀대고 있다’라는 것이 황구하 시인의 시적 전언인 것이다.

 

  그리고 꽃, 나무 등 자연만물에 깃들어 있는 물의 물질성, 즉 물의 정령에 의해 자연만물이 성화(聖化)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는 세계의 모든 사물에 물의 물질성을 삼투시켜 물이 갖는 광휘와 의미를 생생하게 불어넣는 황구하 시인의 고유한 시적 의식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물의 물질성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물은 지고성의 경계에서 그 자취를 감춘다. 물은 흘러흘러 아래로 내려가지만 하강이 곧 영원한 세계로 초월하는 역설을 보여주는 것이다.

 

   강이나 바다나 호수나/물에 뜬 달은/마음을 끌고 간다//봄, 여름, 가을, 겨울/어두운 하늘을/한 꺼풀 한 꺼풀 벗겨내며/물의 경전으로 필사하는 동안//누구도 읽어내지 못한/속내를 환히 드러내고/하늘과 물결 사이/빗자루 자국 선명한 몸으로/흐느적흐느적 헤엄쳐 간다//그곳이 어디든/마지막 어둠까지 다 내려놓고/또 다른 몸에 스미어/한 몸을 이루는/허공의 달/환한 그림자를 끌고 간다///강이나 바다나 호수나/물에 뜬 달은 /캄캄한 세상을 끌고 간다(「물에 뜬 달」전문)

 

  물이라는 질료성이 갖는 역설을 통해 시인이 간절히 원하는 형이상학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즉 물이 ‘달’이라는 천상적 존재로 구체화되면서 영원한 실재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달은 물속에 있지만 상상력의 논리로 보자면 물의 모태가 되어 달의 저수지로부터 물이 흘러나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달이 물의 물질성의 핵이 되는 부분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달 역시 모든 풍요의 근원인 동시에 변형에 의한 풍요, 재생, 불사의 힘을 갖는다.

 

   황구하 시인이 그리고 있는 상징적 해결은 그런 점에서 실존적 위기를 풀어줄 뿐 아니라 더 이상 임시적이지도 특수적이지도 않은 가치를 향하여 실존이 열리게 만들고, 따라서 인간으로 하여금 개인적 상황을 초월하여 궁극에 있어 정신의 세계에 접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 점에서 황구하 시인이 그리는 시적 지평은 심대하고 웅장한 인간학의 드라마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 모두 바라는 비원을 대신하여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시가 위엄에 가득 찰 수 있다면 바로 이런 경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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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구하 충남 금산 출생. 영남대학교 대학원 철학과(동양철학 전공) 박사과정 수료. 2004년 『자유문학』으로 등단. 논문 『소재 노수신의 심학』등. 현재 문학무크 『시에티카』 편집장. 연락처 010-6503-3049.

 

차례_

 

제1부

벚꽃 진다/젖무덤/박태기나무/개나리/봄의 채널을 돌리다/물에 뜬 달/낙강범월시를 받다/둥근 힘/홍하문에 가을비 내리다/귀뚜라미/너도바람꽃/가을볕 참 쨍하다/붙박이별

 

제2부

화음/잠시, 환하다/나, 절에 좀 댕겨올란다/목어/건너가다/불혹/종이꽃/길이 아프다/바다로 가는 나무/측백나무의 겨울/빠꿈살이/달맞이꽃/우산

 

제3부

밥, 말씀/허허들판/민들레/단단한 소리/비 내리는 저녁/상처/빈집/벼락 맞네/석림(石林)에서 길을 잃다/개구리 시인/사월/오리에 기대어/얼굴 붉히다/노을/맨드라미

 

제4부

가을비/꼰닙, 하고 불렀네/봄날/고서실/모텔 라일락/허허씨와 예술이/보리수/꿈꾸다, 꿈/돌거북/헐빈하다/무릉역/기억/수양벚나무/육필시/잠(蠶)

 

해설/김경복(문학평론가, 경남대 교수)

시인의 말

 

황구하 시집 『물에 뜬 달』표4(약평)

 

황구하의 시에는 냉이, 돌나물, 꽃다지, 우산, 벚꽃, 개나리꽃, 박태기나무꽃, 제비꽃에서부터 느티나무, 사철나무, 회나무, 측백나무, 수양벚나무,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참다람쥐와 제비가 산다. 벚꽃은 하얀 비늘이 되고, 무덤은 느티나무 그늘에 젖을 물리며, 붉은 달은 강에서 배냇짓을 한다. 개나리가 노란 전조등을 켜고 있거나 상수리나무 잎들은 서로 부딪히며 물결소리를 낸다. 시인은 화초와 수목과 곤충과 조수들이 정겹게 살림살이하는 녹색공간에 자주 햇살을 환하게 퍼주며 자연 서정과 비유적 심상을 특징으로 하는 고전시법을 유쾌하게 현재화하고 있다. 황구하의 시는 초목이 울창한 공원에서 시원한 소나기가 그치고 난 뒤 환한 햇살을 만나는 즐거움을 준다._공광규(시인)

 

내가 아는 ‘황구라’는 뇨자시인인데, 그미가 쓸고 간 시의 마당에는 어쩌자고 한편으로 남정의 내음이나 흔적들이 자꾸만 역력하다. 저자 뒤켠의 왈짜패 여운 또한 없지 않으나, 청풍이 배긴 손가락지를 놀려 조석으로 벼루를 가는 옥골서생의 풍모가 맞춤하였기로…… 벚꽃이 내리는 봄길 끝에서, 그가 이제 막 “여의주 문 물고기 한 마리” 풍진 세상의 길 가생이에 풀어 놓으려는 풍경 곁에 끌리어 보면 “시리디시린 하얀 비늘”이 “저리 환히 쏟아지는 걸”새겼겠구나 싶은, 자심한 시안이 아릿하여 온다. 한사코 자신의 “말씀”이 삶이거나 생보다 더욱 그윽한 지경이 연설이고, 그때마다 “연설하네” 일갈하는 자리가 시의 길이어서, 황의 눈매에 자주 핏발어리겠구나 싶은 마음이 이 시집을 읽은 소회였으니, “장대붓” 벼린 남장 영혼의 장도에 빛이 깊고 높기를 빈다._정윤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