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이 울리고 너는 나의 과거를 읽는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조합된 나의 지난날
아픔과, 몸에 흘러내리던 빗물까지 전파로
읽는다
심장 박동까지 미세하게 찍어내는 네 눈동자는
내 허욕의 살을 뚫고 올라오는 날카로운
고성능 장치

나는 숨을 죽이고
내 일탈을 판독한 네 접속기에서
뜨거운 하루를 끌어 내린다
-「바코드 사랑」부분

지난 2003년 '심상' 신인상으로 시단에 나온 권순자 시인이 『우목횟집』에 이어 두 번째 시집 『검은 늪』을 냈다.

이번 시집 시들의 화두는 '사랑'이다. 그는 사랑을 과장하거나 신화화하지 않았으며 점점 사라져 가는 사랑의 흔적을 찾고자 하는 고투를 보여준다.

그의 시적 작업은 사랑을 찾아내는 것으로 사랑은 바로 사물화된 기호들로부터 존재의 근원을 다시 부활시킨다. 다른 존재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 존재의 기억, 즉 시간의 흔적들을 아는 것이기도 하다.

문학평론가 황정산 대전대 교수는 평론을 통해 “그의 시는 사랑에 대한 피상적 예찬을 늘어놓는 유치하고 안이한 시들의 학예회가 아니라 나름의 깊이로 사랑을 탐구해가는 단단한 언어들의 향연이었다”고 밝혔다. 종려나무/권순자 지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