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완 시집

 

꽃, 모여서 산다

 

신국판, 128쪽, 값 7,000원

 

꽃 속에 들어 있는 사람들 이야기 모은 강수완 시집『꽃, 모여서 산다』

1998년 『자유문학』으로 등단한 강수완 시인이 13년 만에 첫 시집 『꽃, 모여서 산다』를 펴냈다. 그의 시는 한 편, 한 편 꽃의 기록이다. 꽃 속에 들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꽃과 같이 피고 꽃과 같이 지는, 꽃의 향기이거나 꽃의 색깔이기도 한, 낮밤도 상관없고 계절도 불문곡직하는, 존재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열전이다.

온통 꽃천지인 시집 속에서 그는 꽃을 통해 세상을 보고, 꽃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묻는다. 꽃을 은유하고 때론 꽃을 낯설게 그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꽃의 아름다움을 단차원적으로 노래하지는 않는다. 그의 꽃에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리는 싸한 감성들이 가득 녹아 있다. 표면적 아름다움이 아니라 깊이 있는 아름다움이다. 시에서 개성은 생명과 같다. 그는 꽃이라는 평범한 시적 소재를 매개로 하여 말로 표현하기 애매한 심상들을 탄력 있고 독특한 시어를 사용하여 전혀 새로운 시적 아름다움으로 형상화해내는 특징과 능력이 있다. 강수완 시의 가치가 거기에 있다.

강수완의 시 곳곳에 꽃이 등장하는 이유는 꽃이 가진 의미적 가능성 때문이다. 꽃은 오래 전부터 끊임없이 반복되고 소비되어온 시적 대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가 사라지지 않는 한 꽃의 시적 의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꽃은 생명과 소멸을 함께 볼 수 있는 대상이며, 단시간에 존재의 생로병사를 관찰할 수 있는 대상이다. 또한 소멸의 존재가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꽃은 실체로 증명해준다.

 

          화개로 간다

          사는 게 마른 오징어 같은 날들에 치여

          일찍 꽃 보러 간다

          마요네즈 꼭꼭 짜 놓은 듯한 꽃이

          환장하게 벙글었는데

          꽃 아래서 눈물만 꾹꾹 난다

          비쩍 마른 가지에 툭툭툭 첫날 몸 열듯

          저리 꽃은 터지는데

          사방 환하게 꽃불 돋았는데

 

          납작하게 누워 지내는 사람한테서

          꽃은 피었는가, 기별이 온다

          내가 잠시 대답을 망설이는 사이

          꽃이 잠깐 벙그는 사이

          몽글몽글 사람이 꽃으로 드는 저 환한 사이

          화르르 꽃은 신작로에 맘껏 쏟아져

          아 화개, 꽃길 열다

                                        ― 「꽃길 열다」 전문

 

시인이 꽃을 찾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신산한 현실의 무게 앞에서 시인의 일상은 지칠 대로 지쳐갔을 것이다. 마치 “사는 게 마른 오징어 같은 날들”처럼 지칠 때, 시인은 꽃 보러 간다. 꽃을 보며 위안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꽃이 위안의 대상이 되었을 때 시인은 비로소 꽃이라는 대상과 진심으로 마주하게 된다. 시적 화자의 정서는 “납작하게 누워 지내는 사람”으로 인해 힘든 상황이다. 그런 이유로 꽃을 보면 눈물이 난다. 누워 지내는 사람은 병환 중인 가족이나 지인들 중 한 사람일 것이다. “꽃은 피었는가”하고 기별이 오는 것으로 시적 화자는 꽃을 보러 온 이전의 현실을 직시한다. 시의 화자는 꽃의 움직임과 함께 호흡한다. “내가 잠시 대답을 망설이는 사이”에 “꽃이 잠깐 벙그는” 순간을 목도하고, 이 순간의 풍경을 놓치지 않는다. 시인에게 “화개”는 꽃길을 열어 존재의 의미를 새삼 떠올려보는 ‘시적 순간’의 장소이다.

 

놀라운 직관력과 생동감 넘치는 시어, 상상을 넘어서는 도발적인 시들

그렇다면 강수완은 꽃을 매개로 어떠한 정서를 보여줄까. 그것은 바로 물밀듯 밀려드는 ‘그리움’이다. 강수완은 막연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시 「인동꽃」에서처럼 이전 공동체적 삶 속에 자리한 가족의 그리움까지 보여준다. 인동꽃은 겨울에도 떨어지지 않는 꽃이다. 엄마와 막내는 “인동꽃”처럼 인내하는 삶을 살았다. 엄마는 꽃을 따서 생계를 지탱하는 삶 속에서 막내를 업어서 키운다. 막내의 얼굴이 남매 중에 제일 희지 못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포대기에 꼬옥 졸라맨” 막내는 하루 종일 꽃을 따는 엄마의 등에 업혀 햇빛을 받았을 것이다. 또한 “눈 감고 푸근히 불은 젖 한 번 못 먹여서” 그 안타까움은 더해졌을 것이다. 이러한 삶의 구체적 사연들이 시적 대상과 조우하면서 그리움의 또 다른 풍경들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꽃에게서 사람을 보고, 사람에게서 꽃을 그리는 강수완의 시작은 자기 위안을 넘어서 세상의 상처로 나아간다. 어찌 남을 위로하는 손이 온전할 수 있으랴. 그는 자신을 꺾어들고 푸른 피를 뚝뚝 흘리며 환하게 꽃을 바친다. 향(香), 색(色), 형(形)의 마지막 안간힘이 그의 시다. 또 강수완 시는 고무공 같다. 그는 주변에 흔히 보는 소재일지라도 놀라운 직관력과 생동감 넘치는 시어, 때로는 상상을 넘어서는 도발적인 시어를 사용하여 고무공처럼 톡톡 튀어 오르는 탄력적인 시를 보여주고 있다.

 

 

시인 강수완

1964년 경북 안동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 국어국문학과 졸업. 원광디지털대학교 차문화경영학과 재학중. 『자유문학』으로 등단. 한국작가회의 회원, <안동 주부문학회> 회원, <글밭 동인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