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의 말씀-엄마의 지혜로 태어나는 부처 아들

 

이미령(경전번역가, 책칼럼리스트)

 

 

 

채선후 작가의 글을 앞에 두고서, 질풍노도의 시기로 접어든 중2 아들을 향한 따뜻하고도 간절한 훈계의 내용이라는 생각으로 첫 번째 페이지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한 편씩 한 편씩 읽어가자니 한 생명을 세상에 내어놓고, 그 생명을 기르는 어떤 떨림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함께 커가고픈 바람, 그러면서도 자식은 나보다 더 온전한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바람이 진지하게 퍼져 나옵니다. 그 사이사이 이미 고치기에는 너무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성인이 되어버린 엄마도 노력할 테니 그걸 도와달라는 사랑스런 하소연도 비어져 나옵니다.

 

 

사실,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보다 더 만감이 교차하는 것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행동하면 결과가 어찌 될 것인지가 빤히 눈앞에 보이는데도 내색하지 않고 지켜봐야만 하는 안타까움, 그리고 아이의 어긋남을 아무렇지도 않은 척 받아내야 하는 기막힘, 게다가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이웃집 아이와의 비교를 짐짓 무시하고 내 아이를 믿고 싶은 애증, 세상에서 성공하기를 바라면서도 세속과 타협하지 않고 정의로운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모순까지….

 

그러면서도 아이는 이런 부모의 속도 모른 채 제 힘으로 저절로 스스로 그렇게 큰 줄 아니, 그런 아이 키우느라 인생을 날려버린 부모는 한숨만 나올 뿐입니다. 그런데도 부모는 아이와 함께 자라납니다. 아이를 기르면서 그 모순의 감정에 놀아나는 자신을 지켜보며 스스로의 키를 키웁니다. 틀림없이 엄마 채선후씨는 두 아들과 함께 계속 자라날 모양입니다. 그 모습이 대지도론의 게송으로 응축되어 있고, 또 잔잔한 편지글 속에 진하게 녹아 있습니다.

 

 

대지도론은 퍽 어려운 불교문헌입니다. 교리도 매우 어렵고, 양이 방대하기까지 해서 웬만한 학식과 열정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파고들 엄두도 내지 못하는 문헌이지요. “깊이 있고 어려운 책이다”라는 탄식과 함께 학자와 스님들의 책꽂이에 꽂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문헌입니다. 그런 문헌을 작가는 엄마와 아이의 대화 속에서 현실감 넘치게 살려내고 있으니 그 자신감과 사색의 힘이 부럽습니다.

 

 

대지도론 속에는 “지혜(반야)를 가리켜 부처의 엄마라고 한다”라는 문장이 들어 있습니다. 지혜를 통해 부처가 탄생한다는 말이니, 지혜가 바로 엄마요, 부처는 자식입니다. 그렇다면 이 문장은, 엄마의 지혜가 부처를 닮은 자식을 낳는다는 뜻으로도 풀어낼 수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맞는 말이지요?

 

지혜로운 엄마가 되기 위한 채선후 작가의 간절한 염원이 담긴 이 글이 모쪼록 세상의 청소년들을 따뜻하고 진지하고 생기 넘치는 어른이 되는데, 그런 어른으로 키우는 부모들의 샘물이 되기를 바랍니다.

 

 

 

2015년 10월 가을의 어느 날

 

이미령 드림

 

 

 

 

 

 

 

응당 얻을 것을 얻지 못하고

이미 얻은 것은 다시 잃는다.

스스로 그 몸을 가벼이 여기면

다른 이들도 공경치 않네.

 

항상 큰 어두움 속에 있어서

위덕도 존귀함도 없고

지혜의 법도 없으니

이러한 것들을 영원히 잃어버리네.

 

시간은 허물을 만든다, 또 허물을 벗게도 한다. 내 경우 허물의 대부분은 게으름이었다. 아이가 커 갈수록 게으름이 만든 허물은 두터웠다. 하지만 아이 때문에 참으로 많이 웃었다. 아이의 웃음은 허물을 벗겨 주었다. 아이는 나에게 무엇인가? 아이가 어릴 때는 나에게 많은 것을 포기하게 하는 존재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포기는 짧은 생각이었다.

 

아이들이 어릴 적은 힘들었어도 기쁨의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동굴 같은 어둠 속에 있다. 나는 이 동굴에서 무엇을 찾아야 될까. 답도 나오지 않는 질문만 던지고 있는 나는. 나는 도대체 어떤 엄마일까. 묻고 또 물어본다. 답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이 무엇일까? 자식인가, 나인가.

 

나는 게으르다. 자식에게도 게을러 입으로만 엄마 노릇을 하고 있지 않은가. 공부했어?, 숙제는, 책가방 정리는?, 책상이 이게 뭐니? 이런 잔소리로 말이다.

 

나는 게으름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니, 게으른 거 보다 어떻게 엄마 노릇을 해야 할지 몰라서 입으로만 동동 거리고 있는 지도 모른다. 맞다. 나는 전혀 게으르지 않다. 내 손으로 두 아이들을 먹이며, 집안 살림까지 하고 있지 않은가. 집안 살림이 앉아 있을 새도 없이 바쁘지만 딱히 무엇을 했는지 티도 안 나는 일이지 않은가. 어릴 적 애 둘 키우면서 제대로 제때 먹은 적이 몇 번인가. 그렇게 애들을 키웠는데 좀 컸다고 이제는 무엇을 해줬냐고 따지고 있지 않은가!

아! 태양 빛에도 그늘이 생길지언정 요즘 나는 빛을 좀 쐬고 싶어졌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빛이었던 자식이기 때문이다. (마음 비행기 -본문 중 에서)

 

 

바람은 채워진 곳에 들지 않고

흐르는 물은 위로 가지 않으며

허공이 해를 입는 일 없듯이

업이 없음無業도 이와 같도다.

 

 

업은 한량없는 힘이 있으나

짓지 않는 이는 쫓기지 않으니

과보는 시절이 도래하기까지

없어지지도 잃지도 않는 것이라.

 

바람은 채워진 곳은 불지 않는다. 흐르는 물은 위로 가지 않는다. 내 속은 늘 비어있다. 언제고 바람이 들이치고 나는 곧잘 흔들린다. 어디든 들려오는 말들에 쉽게 흔들리고, 어디든 보이는 것에 곧잘 마음이 흔들린다. 채우려 하는데 아무래도 혼자서는 잘 안 된다. 그래서 누군가 채워주길 기다린다. 여태 내 속을 채워 줄 너를? 아니, 너의 점수를 기다려 왔다. 아무리 기다려도 채워지지 않는 점수. 기다림이 서서히 지쳐가고 있다. (본문 중에서)

 

 

 

목차

 

 

1. 작가소개

 

2. 초대하는 글

 

3. 추천의 말씀 (경전번역가 이미령)

 

4. 첫째 번뇌 나도, 나름 괜찮은 엄마

 

5. 둘째 번뇌 내 속은 부글부글

 

6. 셋째 번뇌 철없는 우리 둘 싸움

 

7. 넷째 번뇌 ‘엄마’라서 미안해

 

8. 다섯째 번뇌 그래도 엄마는 네가 있어 행복해^*^

 

9. 책을 내며 작가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