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박경조

경북 군위에서 태어나 2001년 『사람의 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밥 한 봉지』가 있다. 『사람의 문학』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밭농사 / 별자리 / 별 / 아버지 / 봄 / 어금니 / 목소리 / 호박 / 폭포 / 밥 / 첫눈 나들목 / 우산 / 11월 / 꽃받침 / 황태 / 마지막 봄

제2부
꽃 / 검은 봄 / 검은 밭 / 3월 / 4월 / 하중도 / 사진각구 팝니다 / 민달팽이 / 얼룩 / 봄, 꽃 / 양파 / 젖무덤 / 낙동강 / 얼음 구멍 / 개옻나무

제3부
1인분의 하루 / 구색을 맞춘다는 것 / 숨구멍 / 미안하다 / 로데오 골목 / 물때 / 어느 봄 / 아버지의 봉다리 / 말복 / 공범 / 꽃가라 풍경 / 봉덕시장 / 명자 할매 / 여름비

제4부
폭염 / 늪 / 경북선 / 숨 고른다는 것 / 문양역 / 송림사 밤별 / 반월당의 입동 / 동봉 / 삼천포 우체국 / 청춘 / 순환도로 / 탁발 / 발

작품 해설:희망의 성좌―박형준

출판사 리뷰

시는 언어를 통해 세계와 교감하는 예술 양식이다. 하지만 시는 산문과 달리 ‘보이는 세계’를 그대로 재현하는 서사 양식이 아니다. 시는 눈에 보이거나 귀에 들리는 세계와의 관계 맺기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 눈에 쉽게 포착되지 않는 사물이나 대상과의 새로운 관계를 생산하는 표현 방식이다. 때때로, 시가 사물과 언어의 관계를 새롭게 구축하기 위해 언어적 전위와 급진적 구성 방식을 택하기도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서정시의 언술 방식이 세계와 언어 사이의 내적 합의를 파기하는 형태로만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아주 일상적이고 친숙한 시적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얼마든지 우리 삶의 어두운 부분을 발견하고, 그 속에 새로운 빛과 온기를 부여할 수 있다. 박경조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별자리』는 그런 따뜻함을 가진 작품집이다.

시인은 보이지 않는 존재를 가시화하는 섬세한 촉각을 지니고 있다. 이와 같은 감각적 역량을 감수성(sensibility)이라고 부른다. 감수성은 일상의 언어 규칙과 정보 체계 속에서는 목격되거나 감지되지 않는 것들을 새롭게 감각하고 지각하게 하는 능력 자질(ability)이다. 박경조 시의 미덕은 ‘차 씨’와 ‘장 씨’, 그리고 ‘덕이 아지매’와 같은 이들이, 그저 화려한 도시의 “구색”이나 맞추며 살아가는 존재가 아님을 새롭게 발견하는 능력(감수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별자리』의 1부와 4부는 자연을 통해 가족에 대한 기억과 “어머니”라는 원형적 심상을 반추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달리 『별자리』의 속살을 구성하는 2부와 3부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자기 몫을 부여받지 못한 채 살아갈 수밖에 없는 ‘내쫓긴 자들(outcast)’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와 후자 사이의 간극은 ‘시상(詩想)의 단절’이 아니라, 시적 지평의 ‘사회적 확장’을 의미한다.

별에 대한 기억은 각자 다르지만, 별자리의 상징성은 보편적이다. 별자리의 의미는 문화권별로 다를 수밖에 없지만, 사람들이 각자의 “별”을 통해 공통의 희망(“자리”)을 모색하고자 한다는 점은 어느 곳에서나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별자리’를 노래한다는 것은 별과 별 사이를 상징적으로 연결함으로써 개개인의 사연과 기억을 ‘공동의 의미’로 재분유하는 연대의 행위와 다르지 않다. ‘나’의 별은 ‘너’의 ‘별’이 되고, 다시 ‘우리’의 ‘별’이 된다. 그렇다면 박경조 시인에게 ‘별자리’란 물리적인 형태나 수학적 좌표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성장시키고 인도하는 희망의 성좌(星座)가 되는 셈이다.
이와 같이 공통의 별자리를 모색하는 작업은 희망의 좌표를 탐색하는 시적 실천과 다르지 않다. 왜냐하면 시인의 별자리 속에는 인간의 시간과 장소, 혹은 사람의 기억과 온기가 기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박형준(문학평론가·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시인의 말
두 번째 시집을 묶는다

내 뼈의 첫 자리, 별은 하늘에만 뜨는 줄 알았지
가슴에서부터 뜬다는 것, 그때는 몰랐던,
나를 통과한 숨구멍들
내 뒤편의 무늬들인 것 같아
돌아보니 다 부끄럽다

또 다른 계절의 시작이다

추천의 글
박경조 시인은 시라는 자리를 만들어놓고 여러 별들을 불러들인다. 별은 사랑과 꿈과 추억의 비유적인 이름인 동시에 어둠 속에서도 제자리를 지켜 끝내 빛을 내는 존재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박 시인은 살면서 꼭 필요했고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얼굴들을 별로 떠올린다. 부모 같았던 오빠, “칠팔월 땡볕에도 탯줄 맨 끝자리에”(「호박」) 앉혀 다스려낸 어머니, “김매다/휘어진 등짝으로 팔 남매 꽃피워낸”(「아버지」) 아버지같이 선천적인 붙박이별들이다. 또 있다. “척추장애 1급”(「민달팽이」)으로 살아가는 아흔 살 참전용사, 정규직을 꿈꾸며 “2년 시한부 계약”(「얼룩」)에 표류하는 청년, “6개월짜리 계약직에라도 기대”(「봄, 꽃」)려는 노인들, “일당 5만 원”(「양파」) 일자리 얻으려 인력시장에 모이는 사람들, “이동 식자재 마트”(「1인분의 하루」) 트럭 운전기사, 돈 벌어 오겠다는 “머나먼 땅 어린 아내와의 언약” 끝에 코리안 드림을 안고 온 “아산카”(「얼음 구멍」) 같이 일정한 자리가 없는 떠돌이별들이다. 뼈에 사무치는 육친에서부터 정직하게 살아가는 소외 계층에 이르기까지 그의 시에 뜨는 별들은 참 총총하다.
현란한 수사를 냉정하게 배제하면서 시적 주제를 가족공동체에서 사회공동체에로 확장시킨 이번 시집은 하나의 믿음직한 성단이다. 박 시인이 구축한 성단 속에서 반짝이는 별 하나하나를 찾다 보면 잊지 못할 육친의 사랑과 소외 계층을 보듬어 안는 따스함에 빠져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른다. 그래서 별이 빛나는 밤하늘이 정겹고도 아름답게 느껴진다.
-김윤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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