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령 시인의 시편에는 이웃과 가족에 대한 사랑과 성실히 살아가려는 따뜻한 무욕의 심성이 가득하다. 말 못하는 수덕 씨에게 “글 가르”치고, 커피를 “두 손으로 바”쳐 드리는 마음이나 젊은 나이에 혼자되어 국밥장사로 딸 셋을 키워낸 할매를 보는 눈길이 다 그러하다. 이것은 어린 시절 가난을 경험했던 시인이 그 나름으로 체득한, 세계와 인간에 대한 이해와 연민의 시선일 것이다. 또 「내 눈 속으로 내리는 눈」에서 나무와 눈이 서로 교감하고 나무 또한 “수행 중”이라고 보는 것에서 시인의 삶의 자세가 느껴지기도 한다. 이미령 시인이 시의 집을 짓는 일로 손마디가 더 굵어지길 바란다. _조재학(시인)

 

 

차례

 

제1부

수덕 씨·11/시장 순댓국밥집·12/네 죄를 네가 알렸다·14/파꽃·15/배불뚝이 안 사장·16/강물이 앓아누웠다·18/어떤 다짐·19/등꽃 1·20/멀리서 보기·22/자리·23/질러노래방·24/포장마차에서·25/쉼표·26/전율·28

 

제2부

오후 세 시·31/양은주전자·32/추곡 수매하는 날·34/우두커니·35/이사·36/새집증후군·37/집·38/봉숭아 꽃물·39/문·40/폭죽·41/연리목·42/가는 봄·43/봄, 섬에서·44/사월·45

 

제3부

간지럽다·49/감잎 돗자리·50/가을 강·51/버들여뀌·52/빈집·53/모정·54/풀어내다·55/감잎 편지·56/홍시·57/들마루·58/등꽃 2·59/노을·60/은행잎 연가·61

 

제4부

좌선·65/아버지에 대한 기억 중에서·66/자목련·67/빗방울 꽃·68/들꽃을 위하여·69/가을 현수막·70/꽃피는 소리·71/물봉선·72/내 눈 속으로 내리는 눈·73/병산서원 누각에 누워·74/눈사람 모녀·76/겨울나무·77/흔적·78

 

해설·79

시인의 말·103

 

 

시집 속의 시 한 편

 


   인평동에 사는 수덕 씨는 둘째가면 서러워할 일등 농사꾼, 야들야들한 상추며 팔뚝만한 무, 감과 배 맛이 모두 일등품입니다 나를 보면 손짓 발짓 연신 분주하다가 눈 흘기며 손가락을 코끝에 슬며시 갖다 댑니다 따뜻한 커피 한잔 두 손으로 바치면 그제서야 7080 번호판 오토바이에서 박스꾸러미를 풀어놓습니다 잊지 않고 적어놓은 이미령♡ 시간 내어 글 가르쳐줬더니 사랑공세만 자꾸 퍼붓습니다 첫 마누라 도망가고 두 번째로 들인 다방여자 돈 털어 야반도주한 옛이야기를 웃음 섞인 수화로 풀어낼 줄 아는 그는 참 유쾌한 사람입니다

―『수덕 씨』 전문

 

 

시인의 말

 


어설픈 몸짓으로 걸어온 생의 발자국을

흔적으로 남긴다

 

눈물겨운 보랏빛 세상에서

내가 누구인지 잘 들여다보지 못하고 지나온 시간들이

부끄럽고 부끄럽다

 

시 앞에서

좀 더 정직해져야겠다

 

          2014년 늦가을

                     이미령

 


 

이미령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다. 현재 상주문협, ‘느티나무시’동인으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