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시인도 유명해지기 위해 시를 쓰지 않는다.
시를 쓰다 보니 유명해졌을 뿐이다. 유명과 무명이 하나인 시
[유명한 무명시인]
위트와 유머로 감춘 피 토하는 절규

빛나는 시 100인선 열아홉 번째
권천학 시선집 [유명한 무명시인]

[유명한 무명시인]은 피 토하는 절규를 위트와 유머로 쓴 시이다. 이 시를 읽으면 천상병 시인이 생각나고 조병화 시인이 생각난다. 시 세계가 그들을 닮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유명’과 ‘무명’이라는 언어에 대한 개념이 어떠하든 그 언어 트릭이 슬프고 재미있고 진솔하다. 조병화 시인은 시가 주렁주렁해서 이름도 주렁주렁한 시인이고, 천상병 시인은 유명시인인데 시 작품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는 점에서는 무명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바, 진정한 시인이나 천상병 시인처럼 천상 시인일 수밖에 없는 시인은 유명과 무명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시를 썼을 뿐이다. 누가 무엇이라 하든. 위의 시 구절처럼 "더 어려운 그 일에 매달려 여전히/고집 부리듯, 변명하듯/세상의 변두리에서 쌉쌀하게 살며" 자신의 내면적 모습을 ‘단풍’처럼 드러냈을 뿐이다. 권천학 시인처럼 "아직도 덜 뜬 시의 눈을 뜨게 하려고/아직도 덜 뜬 나의 눈을 닦아내"려고 온몸으로 치열하게 썼을 뿐이다. 어떤 사람은 치명적인 일상의 삶을 등한시하기도 하겠지만, 그는 그렇지 않고 일상적 삶을 지혜롭게 영위하면서도 진솔한 시를 썼을 것이다.
어떤 시인도 유명해지기 위해 시를 쓰지는 않는다. 유명해지기 위해서는 다른 일을 했을 것이다. 시를 쓰다 보니 유명해졌을 뿐이다. 시 그 자체가 유명인 것이기 때문에 그런 마음을 갖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나는 권천학 시인의 시 [유명한 무명시인]을 유명과 무명이 하나임을 역설하고 있는 시로 이해한다. 곡비哭婢가 되고 싶은 시인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 유한근 / 문학평론가,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교수

가끔, 부자는 돈이 많아서 유명하다. 그러나 유명하지 않다.
열 권의 시집을 내었지만, 나는 유명하지 않다. 그러나 나는 유명하다.
나는 유명有名한 무명시인無名詩人이다.
(중략)
지금까지 시에게 까탈을 부리면서도 시와 동행하며 시인으로 살았다.
바다로 떠난 은빛 물고기들도 어느 물살엔가 살아있을 것이다.
이번의 시선집은 미흡하지만, 가끔 꿈에 나타나는 것들을 건져 올려가며 시와 함께 한 오십년을 정리하는 뒷풀이다.
다시 떠나기 위하여 두두리 춤으로 시작하는 뒷풀이 축전!
이 축전이 끝나면 나는 또 떠날 것이다.
(/ '시인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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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두두리춤

홍어좆
도덕 불감증
살앓이 - 위선
신 놀부 타령
먹이사슬
널빤지와 기둥
사람이 그립다
살앓이 - 혼선
아니리 춘향가
살앓이 - 놈
살앓이 - 탈수되고 있다
그곳엔 있을까
슬픔 한 올
두두리춤

2부 사랑, 그 낡은 이름이

동침
깊고 깊은 밤
일몰의 바다에서
전설
피리 - 나로 하여금
피리 - 누구인가
삶의 원론
넘치지 않음은
공수골
용문사 은행나무
물의 나라 새벽
나의 사랑은
사랑, 그 낡은 이름이
봄 예감

3부 2H2 + O2 = 2H2O

나무로 지은 집
목수의 아내
삶의 중심으로 떠나는 여행
아버지의 바다
사철감기
장작패기
우리 중에 누구는
살앓이 - 후회
살앓이 - 통증
살앓이 - 편두통
팡이네 집
빈처
2H2 + O2 = 2H2O

4부 꽃의 자서전

그물
꽃을 위하여
중년
연등
이올리안 하프가 있는 창가에서
사랑은 꽃몸살
고산죽
목탁이 된 나무
첼로가 된 나무
겨울섬
갈망
그대는 내게
등나무 꽃 넝쿨 아래서
꽃의 자서전

5부 괴테의 과수원

안개
유명한 무명시인

고독 바이러스
유리문 중년
단풍
황산의 나비
그리운 섬 홍도
멍텅구리 배
빈 섬 집
홍도 - 슬픈여
홍도 - 주전자바위
괴테의 과수원

6부 산호도시

오랜 이름 사랑에게
사는 맛
누구든 포로다
제재소 옆을 지나며
바퀴가 있는 거리
가을 기도
강우기降雨期
아침나비
이사
4월의 눈
야생화
산호도시
용왕님전상서
4월, 팽목항의 절규

권천학의 시세계
살앓이 혹은 마음 낮게 내려 놓기 | 유한근(문학평론가,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교수)

저자소개 TOP

권천학 [저]

시 [지게], [지게꾼의 노을]로 [현대문학] 데뷔, 진단시 동인을 역임, 한국전자문학도서관 웹진 [불루노트] 발행(2001년~2006년) 후 2008년 캐나다 이주.
하버드대학교 주최 세계번역대회에서 시 [2H2 + O2 = 2H2O] 등 17편(번역:김하나)으로 수상(2008년), 코리아타임즈 주최 한국현대문학번역대회 시 부문(번역:김하나, 모크린스키) 우승(2010년), 단편 [오이소박이]로 경희해외동포문학상 대상 수상(2010년)했으며, 수필 [나와 무궁화]로 흑구문학상 제1회 특별상 수상(2014).
저서로는 백제테마연작시집 [청동거울속의 하늘], 나무테마연작시집 [나는 아직 사과씨 속에 있다],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