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아는 후배교사들은 ‘큰누님’ 같다고들 말한다. 어머니 같은 넓고 깊은 품을 가진 사람, 예나 지금이나 부지런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 조영옥 시인이 10년의 세월을 건너 세 번째 시집, 『일만칠천 원』을 냈다.
“상주란 마을에 와서 정착을 하고, 하고 싶었던 학교생활을 하고, 촌집을 사서 또 다른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두 딸이 결혼하고, 손주들이 태어나고… 바쁘게 열심히 살았어요.”

그렇게 “끊임없이 삶터를 떠나 또 다른 살려” 했으니 아마도 시가 파고들 시간이 없었을 터이다. 그래도 그 10년의 떠돎과 바쁜 삶 속에서도 늘 “밤하늘과 별과 바람과 함께, 그것도 사막에서” 토해 낸 울음들, 그런 삶의 흔적들을 이 시집에 담았다.
“제 삶의 활력소는 떠돎이에요. 그런데 떠돌아서 시가 들어설 자리가 없었나 봐요. 문득 절실히 혼자를 느낄 때 시가 찾아왔어요.”

하지만 그는 마음 속 시의 자리가 너무 커서 오히려 시를 쓸 수 없었다고 한다. 그저 쓸려 떠나는 것들을 겨우 붙들어 한두 마디 했을 뿐이라고. 더구나 더 이상 시가 감동도 밥벌이도 되지 못하는 시대 탓에 시집을 낸다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또 한 권의 시집을 상재했다. 많은 시인들이 비워 내고 또 다시 채우기 위해 시집을 낸다고들 하지만, 그는 비움도 채움도 아니라, 그저 “나를 위한 노래”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를 아는 후배교사들은 ‘큰누님’ 같다고들 말한다. 어머니 같은 넓고 깊은 품을 가진 사람, 예나 지금이나 부지런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 조영옥 시인이 10년의 세월을 건너 세 번째 시집, 『일만칠천 원』을 냈다.
“상주란 마을에 와서 정착을 하고, 하고 싶었던 학교생활을 하고, 촌집을 사서 또 다른 휴식을 취하기도 하고… 두 딸이 결혼하고, 손주들이 태어나고… 바쁘게 열심히 살았어요.”
그렇게 “끊임없이 삶터를 떠나 또 다른 살려” 했으니 아마도 시가 파고들 시간이 없었을 터이다. 그래도 그 10년의 떠돎과 바쁜 삶 속에서도 늘 “밤하늘과 별과 바람과 함께, 그것도 사막에서” 토해 낸 울음들, 그런 삶의 흔적들을 이 시집에 담았다.
“제 삶의 활력소는 떠돎이에요. 그런데 떠돌아서 시가 들어설 자리가 없었나 봐요. 문득 절실히 혼자를 느낄 때 시가 찾아왔어요.”
하지만 그는 마음 속 시의 자리가 너무 커서 오히려 시를 쓸 수 없었다고 한다. 그저 쓸려 떠나는 것들을 겨우 붙들어 한두 마디 했을 뿐이라고. 더구나 더 이상 시가 감동도 밥벌이도 되지 못하는 시대 탓에 시집을 낸다는 것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또 한 권의 시집을 상재했다. 많은 시인들이 비워 내고 또 다시 채우기 위해 시집을 낸다고들 하지만, 그는 비움도 채움도 아니라, 그저 “나를 위한 노래”일 뿐이라고 말한다.

(상략)
사라져 갈 모든 것들
아픈 생명
핍박 속에도 영원히 이어져 갈
자연을 노래하였다
그 노래가 나를 위로할 줄 알았다
그 노래가 나를 채워
채워서 비워질 것이라 알았다
그러나 비웠다고 생각함이
이미 비움 아님을
비움도 채움도 아닌 허공이
들려주었다
이제 나를 노래하면서 길을 가야겠다
나의 노래 속에서
별과 눈꽃을 만나야겠다
나무와 샘물을 만나야겠다
햇살이 걸림 없이 내려앉고
바람이 스쳐 지나가듯
비움도 채움도 없이
그저 사랑으로
나를 노래해야겠다.
- 「나를 위한 노래」전문(본문 66쪽)
이 시집의 발문을 쓴 한경희(안동대학교 초빙교수)는 “시를 읽는 내내 시간에 묻은 흔적과 시간 안에서 만나고 부대끼던 사람들과의 상처와 사랑이 찐득거린다”고 했다. 앞서 박일환 시인이 “큰누님”이라고 언급한 대목과 상통한다. 한경희 교수가 ‘바람의 언어’라고 표현한 그의 시에서 그가 순간순간을 얼마나 간절하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그 길에서 무엇을 깨달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의 목소리는 “몽골까지 이어져 초원의 바람과 별을 불러내”고 있는데, 몽골 시편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그의 시에 몽골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도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자신을 몽골 대륙으로 흘려보내고 불어 보내, “문명 밖으로 밀어냈다고 생각한 그곳으로부터 오히려 우리 삶이 밀려난 것을 깨달”은 시인이 “문명과 자본의 거추장스러움을 밀어내고 몸과 마음의 거리를 한껏 밀찾시킨 몽골 시편”들에 한번 빠져 보자. 그의 “노래”를 들어 보자.


추천사
내 삶의 키를 조금씩 밀어올리는, 깨달음과 비움의 시편들
조영옥 시인은 내게 큰누님 같은 분이다. 교육문예창작회에서 만나 함께 술을 마시고 함께 여행을 하고 함께 시를 이야기한 햇수가 꽤 되었다. 누님은 예나 지금이나 부지런하게 여기 저기를 돌아다닌다. 쉼 없이 길을 가면서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쓴다. 그 기록의 일부가 이 시집에 고스란히 담겼다. 누님이 가는 길은 나를 만나는 동시에 내 안의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저 먼 나라 몽골의 고비사막을 걸을 때도 자신을 돌아보며 여전히 비워 내지 못한 삶을 부끄러워한다. 그러면서 ‘나의 등불을 끄니/너의 모습 보이는구나’와 같은 구절을 통해 나를 비우는 일이 곧 너에게 가 닿는 길임을 깨닫는다. 그 깨달음의 시편들이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 내 삶의 키를 조금씩 밀어올리고 있다. 참 고마운 일이다. ― 박일환(시인)

문명과 자본의 거추장스러움을 밀어내 몸과 마음의 거리를 밀착시킨 시편들
물은 낮은 곳으로 흘러가고 바람은 비어 있는 곳으로 불어간다. 스스로 그러한 것을 어떻게 하지 않는(無爲自然) 삶이 있다면 그러할 것이다. 내가 아는 조영옥 시인은 몸과 마음을 낮은 곳으로, 비어 있는 곳으로 움직이며 살아온 삶, 사람이다. 마음과 몸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마음 가는 데 몸 부리고, 몸 부리는 데 마음이 살아난다. 그런 그에게도 약간의 거리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는 최근 몽골 대륙으로 자신을 자주 흘려보내고 불어 보낸다. 문명 밖으로 밀어냈다고 생각한 그곳으로부터 오히려 우리 삶이 밀려난 것을 깨달은 것이다. 문명과 자본의 거추장스러움을 밀어내고 몸과 마음의 거리를 한껏 밀착시킨 몽골 시편들이 짜릿하다. 몸과 마음의 거리를 지우는 시들 또한 낮고 비어 있어서 읽는 마음이 스며들기에도 불어들기에도 좋다. ― 안상학(시인)

시인의 말

세 번째 시를 정리하고 10년만이다.10년 동안 시를 많이 쓰지 못했다는 의미다.
나에게 10년은 어떤 시간이었나?
상주란 마을에 와서 정착을 하고, 하고 싶었던 학교생활을 하고, 촌집을 사서 또 다른 휴식을 취하기도 하였고, 그리고 지역사람들과 지역문제를 해결하려 단체를 만들고 일했다. 바빴다. 열심히 살았다. 그 사이에 두 딸이 결혼을 하고 손녀, 손자가 탄생하고 가족 사랑의 절정을 누렸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 삶의 활력소는 ‘떠돎’이었다. 여럿이서, 단 둘이서, 혹은 혼자서 나는 끊임없이 삶터를 떠나 또 다른 삶을 살려 했다.
떠돌아서 충만함에 시가 들어설 자리가 없었고 문득 절실히 혼자를 느낄 때 시가 찾아왔다. 마음 속 시의 자리가 너무 커서 시를 쓸 수 없었고 쓸려 떠나는 것들을 겨우 붙들어 한두 마디 할 수 있었다.
그런 삶의 흔적들. 그런 10년에 좀 대견한 것은 미움 때문에 마음을 다치지 않으려 노력했다는 것이다. 밤하늘 별과 바람과 함께, 그것도 사막에서 나는 참 많이 울었기 때문이다.그 울음들이 키 낮은 꽃으로 피어 기쁘다.



차례



제1부
서해에서
나를 위한 노래
나무가 되어
귀향
와온바다
와온바다에 오면
자동이체
땅콩 캐는 날
이름

할미꽃 두 송이
창 밖에 江
유년풍경 1
유년 풍경 2
불망

믿기로 했다
빈 들 따라 걷다

제2부
출석부
강여울
나도 江이 되어
해바라기
상주 꽃집 용주씨
부끄러움
일만칠천 원
고백
선생님 가시는 그 나라에는
큰나무
딱 부러지며 톡톡 튀는
머리무덤 앞에서

제3부
고비에서
하톤 볼럭 가는 길
도룬고비에서 길을 잃다
별을 길어
돌 하나 주워
초원에서 1
초원에서 2
바람만이 아는 대답
약간의 참음에 대하여
홉스굴에서
테르킹 차강 노르
아래를 보며 걷다
딜기르 무릉강을 지나며
부끄러운 계산법
알타이산맥 끝자락에서
세이항고비에서 별을 보다
바람을 만나다
아이락 한잔
나는 평화

해설 | 바람의 언어, 텅 빈 충만·한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