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경 시집 『솔깃』(詩와에세이, 2013)

 

 도서명_솔깃 지은이_최재경 펴낸곳_시와에세이펴낸날_2013. 8. 13전체페이지 128

 ●ISBN 978-89-92470-85-8 03810국판변형(127×206) 값_8,000원 문의_(02)324-7653

 

 

표4

 

최재경 시인이 사용하는 시어들은 모두 시골 사람들이 쓰고 있는 ‘소박하고 친근한’ 언어들이다. 난해시가 어떻고 평론가의 평이 어떠하고 간에 이 모든 걸 뒤로하고 그는 오직 그 자신만의 감정에 충실한 시를 생산해내고 있다. 한 편의 시 속에서 다정한 이웃 아저씨와 아줌마를 만날 수 있다. 그래서일까. 그의 시는 입술 사이로 희로애락을 그대로 오물거리게 하며, 두 눈 속으로 고이는 맑은 물처럼 깊이 있는 정감을 아로새겨 넣게 한다. 그의 시가 심산유곡의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시원한 삶을 끊임없이 이어지게 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까닭이다. 오늘날같이 복잡다단한 도시문명 속에서 최재경 시인의 시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어쩌면 신선한 삶에의 귀소를 도모하는 길임에 틀림없다. _구재기(시인)

 

남들은 시를 쓴다고 낑낑대거나, 고상 척을 떨 때, 그는 그냥 시하고 논다. 시가 오면 좋고, 안 오면 그만이다. “복종”에게 져서 단발이 되기 전까진 긴 생머리 한 줌을 뒤꼭지에 매달아, 자징개 등거리에서 “벌곡”의 풍경 속으로 휘날려 준다. 길가의 쑥부쟁이들이 코가 빨개진 그를 향하여 “이장 아재, 그새 또 한잔 빨았소” 그런다. 동시 배우러 간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동시는 안 배워주고, 버들피리만 만들어준다. 보리피리도 만들 거라는 궁리나 한다. 저, 콧잔등이 시큰해지는 ‘능청’은 어디서 왔는가. 그의 시를 따라가다 보면, 내 “대갈빡”에서도 여지없이 “딱” 소리가 난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능청과 무욕(無慾)의 진경이여. 이게 바로 이 시집에 놓인 그의 시들이 ‘허는 짓’들이다. _정윤천(시인)

 

 

 

차례

    
제1부
딱·11/소세지·12/서운하게 지는 꽃·13/복종·14/안달이 났어요·16/살구꽃 피는 마을·17/대추꽃·18/복만이·20/나물 캐는 여자들·22/그이의 노을·23/그게 아니라·24/노상술·26/치마·28/먹고사리·30/호오이 호이·31/오줌발·32/딱정벌레·34/뻐꾸기소리·35

 

제2부

당골네의 오월·39/솔깃·40/풍뎅이의 하루·41/창꽃·42/그 봄·44/개평으로 살아가기·46/표정으로 말하기·48/저울·50/끄름·52/이장 봉급·55/진저리·58/부뚤네·60/혼자라는 가을·62/이장! 집에 있어?·64/말하자면·66/닝기미, 어느 여름날·68/물꼬 보러 갔다가·70/예를 들자면 말여·72


제3부

우리 마을 이장·75/저도 촌놈이면서·76/잔대보지·78/뒤집어서 말리기·80/소금짠지·82/단술·83/초여름 심사·84/쏘삭·86/똥도 시도 다 틀렸다·88/가을이다·90/그래서·92/건너뛰기·94/담배·96/풀무치·98/오늘도 가을입니다·99/말짱 그증말·100/숙맥·102


제4부

쭉정이·107/섣달그믐 밤·108/어린 새·109/쌀 도둑·110/도라지밭·112/냉이꽃·113/쌈·114/궁한 봄날·116/나의 전생·117/남새밭·118/그 꽃·119/순해서 좋은 봄·120/비의 향기·121/안달·122/바람처럼 울다·124/낯선 시(詩)·125

 

시인의 말·126
 

 

 

시집 속의 시 한 편

 

 

아버지는, 밥상머리에서
밥을 복 나가게 먹는다고 수저로 대갈빡을 때렸다
말로 해도 될 것을
쳐다보았더니, 대든다고 또 때렸다
“딱” 어지간히 익은 소리가 났다
엄마도 모르게 은수저를 내다버렸다
다음날도, 지금까지도
아무도 더는 물어보지 않았다
열대여섯쯤 되던 해였다
지금도, 그 자리를 만져보면
대갈빡에서 “딱” 소리가 난다
복이 나갔는지 들어왔는지 알 수가 없다

 

 

 

시인의 말

 

3년 임기인 이장직을 딱 한번하고 그만두었다.
꼭 이장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물려주었다.
지금도, 벌곡 사람들은 나를 시인이장이라고 부른다.
눈을 뜨면 보이는 산, 들, 강이 하루도 같을 수가 없듯
봄이 떠나고 여름이 슬그머니 와 있다.
산골에 뿌리 내린 지 벌써 14년이 되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니, 나도 어느새 자연인이 되었다.
타고 다니던 승용차, 트럭을 처분하고 웬만하면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먼 곳에 가려면 버스나 기차를 타고 다닌다.
분수에 넘치게 살 수도 없고, 비울 수 있는 느긋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남을 해코지할 생각도 없거니와, 내가 좀 모지라게 손해 보고 사는 것이 참 좋다.
내가 사는 논산 벌곡에 초등학교가 두 곳이 있어, 그 곳에서 아이들에게 동시창작 강의를 하고 있다.
엊그제 수업 시간에는 공부는 안 하고 버들피리를 네 시간 내내 만들어주었다.
운동장 교실이 버들피리소리로 가득했다.
이제 여름이 시작하니 보리피리도 만들어줄 생각이다.
일찍 피었던 꽃잎들이 진다.
빗님이 오신다.
탱자꽃, 대추꽃 피어나더니, 이제 감꽃이 피어난다.
낮에는 뻐꾸기 뻐꾹 뻐꾹 울더니
어두워지면서 뒷산에 소쩍새 쏘쩍 소쪽쪽 운다.

 

2013년 초여름 벌곡에서
최재경

 

 

최재경

1955년 대전에서 태어났다. 2006년 『문학세계』로 등단하였다. 시집 『그대 잊은 적 없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