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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남의 시읽기 206>최성아 시인의 “부침개 한 판 뒤집듯”
윤종남  |  nancho673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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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아 시인

 

 

 

<부침개 한 판 뒤집듯>

 

 

두둥실 프라이팬에 한가위 달이 뜬다
갖가지 잘 버무려 둥그렇게 다듬어진
어울려 살아가는 자리 이랬으면 좋겠다

 

지글지글 바닥 열기 골고루 나눠보면
버티던 생것 날것 기세가 기울면서
앉았던 서로의 모습 점점 더 닮아간다

 

어설픈 언어와 문자, 설익은 사람과 사람
골고루 맛나려면 뒤집기가 필요할 듯
뒤집혀 어우러진다 한가위가 익어간다

 

제각기 나누어진 극과 극의 거리 하며
너와 나 선을 긋는 차이와 대립까지
부침개 한 판 뒤집듯 그랬으면 좋겠다

 

 

 

<최성아 시인의 약력>
* 본명-최필남, 2004년<시조월드>신인상
* 한국시조, 오늘의시조시인회의, 나래시조, 부산시조 회원.
* 부산여류시조문학회 사무국장, 어린이시조나라 편집위원, <시눈>동인 회장
* 현재, 부산 사직초등학교 교사

 

 


정미숙 문학평론가의 해설을 본다
표제작인 <부침개 한 판 뒤집듯> 은 시인의 생각을 통쾌하게 밀어붙인 발칙한 상상으로 구미를 당긴다. 맛있는 부침개 한 판을 만든다는 것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재료 마련에서 다듬기, 무엇보다 적당한 크기로 잘 썰어야 함은 물론이고 온도 조절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정성의 산물이다.
시인은 둥근 프라이팬에 마치 한 가족으로 들어앉은 부침개 거리를 보며 한가위 달을 떠올린다. 꼼짝없이 묶여져 한 틀에 있으나 먹기 좋은 요리가 되기에는 많은 시간을 요한다. 그 일차 고비가 한 판 뒤집기 이전일 것이다. 한 편이 일단 잘 익으면 그 여세를 몰아 뒷면의 맛내기는 쉬울 것이다.
시인의 상상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어설픈 언어와 문자,’ ‘설익은 사람과 사람’ ‘극과 극의 거리’ ‘차이와 대립’이란 날 것들을 다 모아 반죽하여 누릇누릇 익혀 어우러지게 만들기를 소원하는 것이다.
이것은 무조건적인 섞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각기 다른 개성들이 한 데 어울려 살맛이 솟구치는 세상, 식욕의 의욕을 돋우는 작품을 구상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첫 연과 마지막 연의 동일한 반복어구 “좋겠다”에 담긴 희망의 전언처럼 정성과 의지가 필요하다. 그 끝에 한 쟁반 가득한 ‘꽃물 한 짐’ 같은 축복의 만찬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고통과 환희인 생의 익숙한 여정, 그 리듬을 타고 넘어가며 우리는 희망을 품을 수도 있으리라.

 

<제주인뉴스  윤종남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