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D57365296B3702AC3B5

 

 

                    신순말 시집 『단단한 슬픔』

 

 

시인은 일상에서 만난 자연현상이나 혹은 자연과 인간과의 교감을 예리하게 관찰한다. 그리하여 독창적 논리를 발견해낸다. 그 논리는 긍정적이고 따뜻한 삶의 모습으로 치환된다. 그래서 신순말의 시에는 이야기가 있다. 삶이 켜켜이 서려있는 결 고운 이야기들이 시조가락에 실려 독자의 가슴에 스민다. 그 이야기는 결코 난해한 어법이 아니어서 읽기에 편하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가볍지 않다. 이야기의 깊이와 울림이 긴 여운과 감동으로 다가온다. 신순말 시집을 읽는다는 것은 착한 여자와 나란히 앉아 그녀가 살아온 삶의 여정을 나지막한 음성으로 듣는 일이다. _권서각(시인)

 

가을햇살처럼 맑고 따스한 심성을 가졌나 보다. 예사롭지 않은 표현들은 홀로 취한 꽃향처럼 깊은 여운을 끌고 온다. 그렇기만 하랴. 짧은 구절들이 던지는 화두 같은 경지는 풍경소리인양 사유의 뜰을 환히 밝힌다. “저리도 호탕하게 웃으며 가”는 ‘노을’을 보는 눈이나 “자기를/쪼개지 않고서는/아무것도 사랑할 수 없다”는 ‘석류’의 음성을 긷는 시안은 예사롭지 않다. 그것도 시조라는 절제와 균형의 미학 속에 잘 익은 술처럼 우려냈음에랴. 더구나 시인의 시 속에는 인간미 넘치는 사랑이 “간잔지런한 정”을 피워올린다. 나직한 음성으로 어머니, 아버지를 부르고 사랑하는 그대를 옆에 앉힌다. 그의 시가 거느리는 순(筍)의 촉수는 이처럼 서정적이고 감각적이다. _권갑하(시인)

 

 

 

차례

 
제1부
우물·11/홍어·12/미역국·13/파꽃·14/투명하게·16/울 아부지·17/국화꽃 문살·18/미꾸라지·19/나목(裸木) 1·20/나목(裸木)2·21/나목(裸木) 3·22/안개꽃·23/호박꽃·24/풍경·25/놀이의 진수(眞髓)·28/아버지 산소에서·29/마른 이끼·30/반달·31/더불어 살아가는·32/꽃밭·33


제2부

가을비·37/석류·38/연잎에 앉은 물방울·40/송편·41/돌멩이 놓아버리고·42/항아리·43/마이산 탑 앞에서·44/다시 물 붓기·45/열이렛날의 달·46/연(蓮)을 바라보며·47/연밥·48/민꽃대·49/꽃돌·50/해바라기·52/겨우살이·55/해맞이 가는 길·56/거울 속에서 길을 잃다·58/조금은 빛이 바랜·59/저기, 덩굴풀같이·60/어느 시인의 저녁·61


제3부

자전거 1·65/남장사 석장승·66/추석 무렵·68/정구지·69/돌감나무·70/묵정논·72/허공을 민다·73/장맛비·74/노파·75/자전거 2·76/오일장·78/가을 제사·80/초승달·81/사진·82/빈터·83/가을을 담는 법·84/거미줄·85/놀·86/감꽃 그늘에 누워·87/국화꽃빗살문·88


제4부

시·91/시인·92/찔레·93/갈증·94/주산지, 늦봄·96/능소화·98/칠석물·99/돌사람·100/가을, 백담사에서·101/백로·102/겨울 찔레·103/닭의 노래·104/고물·105/유달산엔 봄·106/천왕봉 삼파수(天王峯 三派水)·107/목련·108/순(荀)·110/겨울나무 1·111/겨울나무 2·112/어머니·113


발문·115
시인의 말·131

 

 

 

 시집 속의 시 한 편

 

허공을 민다

 

이랑을 갈면서 고랑을 간다 한다

 

고랑과 이랑은 어깨 나란하지만

 

이랑은 작물의 숨길, 그래서 윗길이다

 

이랑 흐트러질세라 고랑 긁어 북주고

 

잡초도 거름주기도 이랑이 우선인데

 

아버지, 이랑 갈면서 고랑 간다 하신다

 

아랫길이 있어야 윗길도 살아난다

 

빗물을 거두는 길, 농부 걸음 딛는 길

 

아랫길, 허공을 밀어 싹 틔우는 저 힘줄

 

 

 

시인의 말

 

   시조를 습작하던 때가 참으로 행복하였다. ‘시조’가 지닌 형식이 ‘틀’이 아니라 훨훨 날 수 있는 ‘여백’으로 느껴져 이리저리 마구 날아다니곤 했다. 몰라서 부려온 치기를 묶어, 그 흔적을 책으로 내려 하니 또 부끄러움이다.
   앞마당 꽃밭처럼, 힘들었던 당신 삶의 길도 꽃을 심고 가꾸시던 어머니의 결 고운 마음이 나에게는 늘 시의 씨앗이 되었다. 그 씨앗이 피운 꽃의 향기로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2013년 가을
                                                    신순말

 

 

신순말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다. 2004년 『들문학』과 『작가정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한국작가회의 경북지회와 들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