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중기 시집 『시월』. 질박한 사투리와 섬세한 시의 언어를 접목하는 언어의 조탁이 뛰어난 이중기 시인은 이 시집에서 그만의 시세계를 확고하게 드러낸다. 연작 장편시 형식으로 이루어진 시집은 1946년 대구 시월항쟁을 시인이 농사짓고 살아가는 영천을 중심으로 담아낸다.

 

 

 

 

 

* 저자 소개

 

1957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났다. 1992년 시집 '식민지 농민'으로 작품 활동을 하였으며, 시집으로 '숨어서 피는 꽃', '밥상 위의 안부', '다시 격문을 쓴다', '오래된 책' 등이 있다.

 

 

 

 

 

* 목차

 

제1부 구제역
서시 __10
가죽풍구 __18

제2부 해방이 아니라 결박이다
밀수출 __26
두 형제 __30
하곡수집령 __34
도정금지령 __38
공출량 조사 __40

제3부 결박을 풀다
영천아라리 __44

제4부 백 년 살결박을 받다
인종 청소기 __78
배내기소 __95
임 형사 __98
옥장이 아버지 __100
탈출 __102
새벽 북소리 __104
면죄부 장사 __112
입산 __114
평토장 __117
유품? 기가 막히다 __118
저 울음이 너무 무겁다 __119
구구동지회 __120
어떤 내력 __122

제5부 시월 묘비명
진혼가 __126

후기 __133
발문 | 이하석 | 영천 시월항쟁의 격렬한 증언과 진혼의 노래 __143

 

 

 

 

 

* 출판사 서평

 

 

간략 소개

“논과 밭을 경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한국을 대표하는 농민 시인 이중기. 그가 6년만에 시집 『시월』을 펴냈다. 질박한 사투리와 섬세한 시의 언어를 접목하는 언어의 조탁이 뛰어난 이중기 시인은 이 시집에서 그만의 시세계를 확고하게 드러낸다. 연작 장편시 형식으로 이루어진 시집은 1946년 대구 시월항쟁을 시인이 농사짓고 살아가는 영천을 중심으로 담아낸다. 이중기 시인의 시집 『시월』은 꿀림 없이 당당한 어조와 영천 땅의 언어로 역사의 비극적 상황을 재기억한 한국 현대시의 기념비적인 시집이다.

 


책 소개

“고봉밥 한 그릇이 간절했을 뿐”인
영천 농민들의 시월항쟁
시월 영천을 여기에 되살리는 격정의 진혼가


“논과 밭을 경전으로 삼아”(「나의 경전」) 살아가는 한국을 대표하는 농민 시인 이중기. 그가 6년만에 시집 『시월』을 펴냈다. 질박한 사투리와 섬세한 시의 언어를 접목하는 언어의 조탁이 뛰어난 이중기 시인은 이 시집에서 그만의 시세계를 확고하게 드러낸다.
이 시집은 제주 4ㆍ3과 거창 양민학살의 도화선이었던 1946년 대구 시월항쟁의 전말을 보여주면서, 영천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고봉밥 한 그릇이 간절했을 뿐”인 양민들은 “무슨 원대한 포부가 있어/ 피를 뿌린” 게 아니라, 역사의 한 상황에 엮여 처절하게 사투를 벌이다 죽어갔다. 이중기 시인은 그 원통함을 지극한 연민으로 붙안아 다독인다.

이중기 시인은 시월항쟁의 주체는 농민들이었고 그 불씨는 ‘쌀’이었음을 강조한다. 시월항쟁은 미군정과 친일 관료들의 착취에 대한 저항으로 일어났다. 그 결과 수많은 농민들이 빨치산으로 몰렸고, 국민보도연맹원이란 이름으로 국가 폭력이 자행됐다. 이중기 시인은 오랫동안 관련 자료를 모아왔다. 시집 후기에서 시인은 90년대 중반부터 글을 쓰기 위한 준비를 해왔다고 밝히고 있다. 영천의 각 마을을 돌며 노인들을 만나 취재를 하기도 하고, 참고자료를 뒤적이면서 이 방대한 장시를 완성했다. 끈기 있게 역사의 흔적을 뒤적이고, 아픔과 슬픔을 공감하면서 온몸으로 써내려간 연작 장편서사시인 것이다.
『시월』은 영천 시월의 비극적인 상황을 시인 특유의 단도직입적인 어투로 쏟아낸다. 도입부에 이어 시인은 영천의 식량 수탈 과정이 그려내고, 그에 대한 양민들의 저항을 두드러지게 묘사한다. 그리하여 「진혼가」라는 시에서 시월항쟁의 와중에 유명을 달리한 영혼들을 일일이 불러낸다.

나락 베다 끌려간 늙은 아버지가 오신다
무자식 남편이 절룩절룩 돌아온다
혼인날 받아놓았던 더벅머리 육손이도 있다
숫돌에 낫 갈다 말고 집 나갔던 아들이 온다
칙간에 앉았다가 머리채 잡혀 나간 아낙이 보인다
씹던 보리밥 뱉어내며 자빠지던 아이도 있구나
귀싸대기 몇 대에 반역을 덮어쓴 어리보기가 보인다
세상을 한 번 갈아엎고 싶었던 장부도 거기 있다
밥 한 숟가락에 환장하던 징용 노동자가 온다
빨갱이 씨라고 맞아 죽은 중학생을 봐라
엿목판 목에 걸고 쓴물 삼키던 늙은이도 섞여 있다
피 묻은 무명저고리 벗어던지지 못한
배고픈 넋들
술 한 잔,
곡소리 한 상 받아보지 못한
저 서러운 넋들

이들의 원통한 죽음을 위무하면서 시인은 진혼가 한 가락을 절절히 읊조린다.

보인다
그들 뒷모습이 보인다
백이다 오백이다 천도 넘는다
남루한 뒷모습으로 흐릿흐릿 돌아오는
머슴에 작인에 봇짐장수 옆에 왈짜들까지
운주산 보현산 아작골 채약산 골짜기를 떠돌며
마지막 조선 시월 농사꾼으로 살다가
엎어지고 자빠진 채 세월 평토장으로 묻혀버린
그이들 돌아와 인간들 마을을 내려다본다
목구멍에 거미줄 안 걸렸던 날 얼마였던가
무슨 원대한 포부가 있어
피를 뿌려서라도 쟁취할 그 무엇 없었다
다만 하나,
고봉밥 한 그릇이 간절했을 뿐이었다

장강처럼 굽이치는 격정의 언어들은 시월의 영천을 비탄과 울분으로 떠올리면서, 영천에서 농민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그 어쩔 수 없는 원죄의식과 업을 되새김질하는 것이다. 꿀림 없이 당당한 어조로 우리 민족사의 한 비극적인 상황을 가열차게 드러낸 기념비적인 시집이 아닐 수 없다.
이중기 시인은 최근 화재로 인해 서재가 몽땅 타버리는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그동안 모아두었던 시월항쟁 관련 자료들은 물론이고, 이 시집의 초고도 불에 타 재로 변했다. 그런 가운데 이 시집 『시월』을 건지게 된 것은 우리 문학사의 행운이라 할 만하다.

 

 

 

 

 

* 책 속으로

 

 

시인의 말

대구 시월항쟁이 ‘식량 투쟁’이었다면, 영천 시월항쟁은 ‘공출 거부 투쟁’이었다. 시월항쟁은 한민당을 등에 업은 ‘장군의 정부’가 저지른 잘못된 식량 정책에 대한 분노 때문에 일어난 저항이었으니 돌아온 임정(臨政)도 조선공산당도 거기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 ‘분노의 숲, 영천’에 대해 증언 한 마디, 기록 한 줄 남겨놓지 않은 영천 사람들은 비겁했다. 그 비겁한 사람들 중에서 나도 비켜날 수는 없을 것이다.
―「후기」부분

 

 


책 속으로

그 무슨 꿍심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덜컥, 머슴 노릇 때려치우고
한 며칠 팔자걸음 작대기 패 곁꾼 노릇을 하더니
옥장이 열다섯 살 단풍 들 무렵,
머슴 자리로 돌아가지 못한 옥장이 아버지
총알 두 방 이마에 맞고 중뜸 논바닥에 엎어졌다
마을에서 헌 가마니때기에 둘둘 말아
대충 한 구덩이 파고 묻어버렸다
반나절 상주 노릇 하다가 탈상한 옥장이
꼴머슴으로 한 열흘 엉덩이 걸치고 있더니
싸락눈 치던 밤에 소 한 마리 몰고 토껴버렸다
서방 잡아먹은 년이라고 쫓겨 온
열일곱 살 과부도 그 밤에 살길을 도모했다

늦가을 소낙비 억수같이 쏟아지고
갠 날,
옥장이 아버지 무덤에서 두 발 쑥 내밀었다
소도둑놈 아들 잡으러 가려고
아비가 용심을 썼다며 동네가 술렁거렸다
옥장이 아버지
아들 옥장이 잡으러 가지 못하게
머슴들이 여럿 가서 무덤 커다랗게 쌓아주었다
―「옥장이 아버지」전문

 

 

* 자료제공 :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