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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 2011년 4분기
장르
도서 혼자 노는 숲 (첫작품집)
저자 진란 지음
출판사 나무아래서 (서울)
출간일 2011년 9월 30일 출간


진란 시인의 시편들은 화려한 언어감각에 화려한 언어를 거침없는 구사를 통해 생명이 꿈틀거리며 일상으로 걸어나와 자연과 인간이 맞닿는 지점을 확대, 확장하고 있다. 활달한 시어들이 시편을 넘나들며 자유자재로 구사되면서 시인이 바라본 세상은 때로 꽃이 되고 때로 사람이 되고 때로 사물이 된다. 시를 쓰는 작업은 일상을 살아내는 일이다. 끊임없는 고뇌의 작업을 거치는 가운데 갈고 닦이는 삶의 윤기처럼 일상의 언어들을 몸 안과 몸 밖으로 끌려나와 유기적 관계로 서로 결합한다. 살면서 부딪히고 깨어지는 경험과 불협화음이 시편 곳곳에서 강렬한 파장을 일으키며 ‘숲’으로 명명되는 생명에 옷을 입힌다.
시시각각 조여드는 오라를 풀고 숨통을 열어주며 통로를 열어가는 시어들의 달리기는 때때로 시인의 가족사를 거치고 숱한 계절의 반복 속에서 어디론가 끊임없이 떠나고 돌아오는 기차역을 거치기도 한다. 자신에게 질문과 답을 반복하며 삶의 향기를 꿈꾸는 지극히 인간적인 냄새를 그리워하는 주제들이 시집 전편에 골고루 편재되어 있다. 경험된 슬픔과 기쁨의 기억들의 시어들이 혼자, 또는 더불어 이 세상에서 조화롭게 살아간다면 더없이 좋을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아무렇지 않은 시선들이 아무렇지 않은 삶에 머무를 때 문득 상처가 엿보이기도 하고, 슬픔이 감지되기도 한다. 굳이 깊이 오래 들여다보려 하지 않아도 ‘시선’이 닿은 곳이면 잊고 있던 것들이 생명을 입고 달려 나오는 것이다. 존재와 삶의 가치를 끊임없이 탐구하는 식물로 명명된 시들의 외침이 서로 밀착되어 생명의 꽃을 피우고 있다.



혼자 노는 숲

봄꽃들이 앞 다투어 피고지고
그렇게 후다닥 지나갔다
항상 가던 그 자리를 다시 걸어가며
산목련 함박 웃는 모습을 보렸더니
그 새 지고 없어, 아차 늦었구나 아쉬운데
어디서 하얀 종소리 뎅뎅뎅 밀려온다
금천* 길 푸른 숲 사이로 때죽거리며 조랑거리는 것들
조그만 은종들이 잘랑잘랑 온 몸에 불을 켜고 흔들어댄다
순간 왁자해지는 숲, 찌르르, 찌이익, 쫑쫑거리는 새소리들
금천 물길에 부서져 반짝이는 초여름의 햇살, 고요를 섞는
바람, 나를 들여다보는 초록눈들이
환생하듯 일제히 일어서는 천년 비룡처럼
혼자 노는 숲에 혼자인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럼에도 숲에는 많은 것들이 혼자였다
내가 없어도 항상 그 자리에 잇는 것들

고맙다



막차를 기다리며

그리움이란 막연한 것들의 이름이다
어떤 존재가 그 가치를 찾아내지
못했을 때 느끼는 감정은 슬픔이지
숨 쉴 틈 없이 바쁜 중에도
그리운 모습, 그 표정은 중독처럼 살아나고
길을 찾는 일은 새롭게 길을 여는 것보다
더 힘들고 어렵더군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은
두려움 없는 발걸음이야 그러니
그 걸음을 슬픔이라 부르지 말아다오
저 길을 바라보는 일은 참으로 경이롭구나
누가 너와 함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이 길 위에 서 있다는 그것이 좋은 것이지
이미 슬픔이라든가 우울이라든가
내 몸 안 어딘가 숨어 있다 불쑥 튀어나와
잠깐의 간지럼을 태우기도 하듯이
한없이 가라앉는 늪같이
한없이 가벼워지는 깃털같이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하면서도 자주
지배당하는 것

너는 이미 가고 있는 것이다
붉은 까치밥처럼, 툭


진란

진란 시인은 전북 전주 출생으로 공직생활을 하던 부친을 따라 전주인근 여러 학교를 전학하며 청소년기를 보냈다. 대학에서 유아교육학을 전공하였고 병설유치원에서 직장생활을 하였다. 결혼 후 종교에 대한 관심으로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하였으며, 교회에서 교구장과 선교사로 오랫동안 봉사를 하였다.
2002년 시 전문 계간지《주변인과詩》편집동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다년간 편집위원과 편집장을 역임했다. 2009년 이후 월간 《우리詩》 편집교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계간 《詩하늘》 속의 동인 <詩몰이>에서 시합평회를 이끌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