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영호 시인은 1954년 충북 청원에서 태어나 1986년<내륙문학>으로 작품화동을 시작하였고,

시동인《푸른시》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  <어제 내린 비를 오늘 맞는다><애기앉은 부채>가 있다.

 

 

* 自序

 

정상도

정상일 때

정상이라고

등급을 며겨주어야

비로소 정상

 

자기야,

맨날 입때까지

조율도 되지 않는

잡동사니를 조몰락거리는

굴왕신같은 내 등짝을 치며 짐짓

'정상正常!'이라고 소리쳐 줄래?

 

2012년 이른 봄

큰섬마을에서

 

차 영 호

 

* 작품 몇 편

  오월五月 구만리

 

  보리누름에 구만리에 가면

  보리매미가 운다

 

  한눈팔지 말아라 낮이 지나면 밤이고 밤이 지나면 다시

낮이 되지만 한눈팔지 말아라 한눈팔지 말아라

 

  늦사리 눈물겨워 돌아눕는 까끄라기 보리바람

 

  언뜻 호랑이꼬리께 쯤에서 마른하늘을 가르는 격랑의

왼팔 하나, 허리가 뭉텅 잘린 사람들이 바다를 내려다보며

제 허리를 묻고 평토제를 지낸다

 

  이제 보리누름에 구만리에 가도

  보리매미는 울지 않는다

 

 

새벽비

- Y형

 

어둑새벽부터

자갈밭에 쪼그려 앉아

땅빈대 뽑는

소리

 

물 건너 달여울까지

활처럼 휜 자드락길이 있어

 

주둥망 비꾸러진 소

나락 훑는

소리

 

엉아, 비 온다

문 열어 줘라

 

 

둥둥

 

  청송 행행 비알마다 섬들이 떠있다

 

  초록바다 어둠 깊이를 내는 측령선이 닻 내리고 녹슬어

간다

 

  막잠 깬 갈누에 뽕잎 갉는 소리

 

  통통배들은 꺼병이처럼 양손을 활짝 펴고 하늘을 본다

 

  이윽고 짜장면발같이 소낙비 내리꽂힌다

 

  주섬주섬 섬들을 뽑아 푸대를 채우던 솔미댁

 

  절해絶海에 고도孤島로 혼자 남았다

 

 

봄비

 

봄비는 용한 족집게를 가지고

봄을 뽑아 올린다

살구나무 등걸에서 살구 꽃망울

제비꽃 불탄 자리에는 제비꽃

어두컴컴한 물 속 갈대 우듬지에서도 갈대

여린 싹을 쏙쏙, 용하다 참말로

박수보다 용해서 겨울도 암팡진 칼날

누굴누굴 누그러뜨리고

벌이란 풍뎅이, 제비, 송사리 떼

한눈팔아도 걱정 없다

 

 

* 해설

  울림에서 진동의 횟수는 소리의 높낮이와 밀접하다. 같은 시간 내 진동의 횟수가 많을수록 소리는

고음이 되고, 적을수록 낮은 음이 된다. 시인의 언어는 분명 세상을 향해 울리는 소리의 진폭을

지니고 있다. 차영호 시인의 세 번째 시집<바람과 똥>에 담긴 시와 시의 연결고리는 철길을

달리는 기차처럼 일정한 형태를 지니고 있으며, 아울러 속도를 갖고 잇다. 그렇기에 다양한 모습의

풍경을 바탕으로 울림을 만든다. 더욱이 편편의 시 안 풍경에는 내내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 생 략 ~~~~

 

 많은 독자들이 차영호 시인의『바람과 똥』에 등장하는 고유어, 낯선 지명, 다양한 식물에

대한 새로움으로 시 자체를 어렵게 생각하고, 건조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것은 시인과 독자의

언어 공유면적이 협소하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시인의 많은 언어에 익숙해 있지 않은 현상에서

나타나는 불편함이다.

  시의 울림이 크기 위해서 시인은 앞으로 보다 새로운 곳으로 시의 열차를 향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시인의 자아의식이 일반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인구밀도가 낮은 시 변두리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인구밀도 높은 그가 살고 있는 도시 한복판으로 향할 때일 것이다.

충분히 그는 그러한 것을 스스로 알고 지금 시의 열차 방향을 조금씩 틀고 있을 것이다.

        - 하재영 시인의 해설 <생뚱맞게 느물거리는 말의 비늘>에서 일부를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