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소개

최기종, 1956년 전북 부안에서 태어났다. <포엠만경> 동인, 교육문예창작회 활동을 하면서 1992년 「이 땅의 헤엄 못 치는 선생이 되어」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주요시집으로『나무 위의 여자』,『만다라화』, 『어머니 나라』가 있으며 현재 목포작가회의 회장, 전남제일고등학교 교사로 있다.

■ 도서개요(책 소개)

최기종 시인의 시집 『나쁜 사과』는 이 시대의 아픔을 빗겨가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이 시대의 인물’들을 하나하나 그려내고 있다. 아울러 노동자, 농어민, 철거민, 노점상, 환경지키미, 통일꾼 등의 삶을 자기 삶으로 받아들이는 억새처럼 죽순처럼 불꽃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이를테면「귀」연작시를 통해 MB정권의 소통부재와 부조리를 풍자하면서 권위주의 상징인 관모를 벗기려는 궐밖사람들의 투쟁이 잘 드러난다. 그들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며 ‘촛불’을 들기도 하고 날날이, 뚜벅이들과 희망버스를 타기도 하고 쌍용자동차 해고자들과 함께 희망텐트를 치기도 하고 4대강 사업이나 제주 해군기지를 반대하기도 하고 남북의 화해 통일을 위하여 노란선을 넘기도 하고 욕쟁이나 위안부 할머니가 되기도 하고 간이역에서 철도역무원으로 근무하기도 하고 개발지상주의나 신자유주의가 판치는 이 시대를 바꾼다고 ‘다시 전사’가 되기도 하면서 지켜야 할 것은 지키고 바꿔야 할 것은 바꾸는 ‘이 시대의 대표주자’들이었다.

변혁의 새로운 시대는 어느 한 개인이나 집단이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개인들이 모래처럼 별처럼 모여서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고 이들이 함께 가고 함께 투쟁할 때 우리의 신 새벽은 열릴 것이다. 가장 캄캄할 때, 가장 두려울 때, 가장 아파할 때 이산저산 소쩍새 소리로, 바위가 깨어지는 감격으로 「새벽은 온다」고 최기종 시인은 노래한다. 사과는 받지도 먹지도 마라고 하면서 그런데 받아만 내는 사과도 있다며 그 「나쁜 사과」 때문에 사과들이 아우성이라고 노래한다. 저 혼자 볼썽사납게 튀어나온 나뭇가지를 작심하고 전지가위를 들어서 자르려다 관상수가 되는 것을 거부하는 나뭇가지의 치열함을 보고 「허공으로 가위질했다」고 정리해고의 어려움을 노래했고 「물결에게」에서 물결이 지난 반동의 세월을 옹호했던 이유를 물결이 그냥 물결이었기 때문이라며 우리의 소중한 가치라는 것이 길거리 뒹구는 돌멩이가 되어버렸다며 지난 대선의 패배를 자책하기고 한다.

시집 『나쁜 사과』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양심적이고 이타적이고 측은지심적이다. 또한 미천하고 어렵고 힘들고 가진 것 하나도 없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만은 져버리지 않고 새로운 세상을 위하여 투쟁하는 인간군상이다. 이들이 하나로 뭉치면 이 세상은 개벽한다. 이들만 결심하고 행동하면 이 나라의 정치가 달라진다. 강가의 모래들이 모여서 문명을 이루고 하늘의 별들이 모여서 대망을 꿈꾸는 것처럼 시집 『나쁜 사과』속에 등장하는 노동자, 농어민, 비정규직, 실직자, 정리해고, 철거민, 역무원, 정당인, 지식인, 사학자, 언론인, 신앙인, 촛불소녀, 희망버스, 한진중공업노조원, 쌍용자동차노조원, 실향민, 위안부 할머니, 용산희생자, 남일당사람들, 강정사람들, 지리산사람들, 4대강사람들이 모두 시집 『나쁜 사과』속에 들어 있다.

■추천의 글

최기종 시인의 나쁜 사과 』를 읽고 육신이 떨리는 감동을 받았다. 지금 궐 안은 각다귀들이 어지럽고 부패의 곰팡이에다 바퀴벌레들까지 설치고 있다. 최기종 시인은 이것을 나쁜 사과라고 했다. 그 나쁜 사과 때문에 사과들이 아우성이라며 일침을 가한다. 또 시인은 연작시 「귀」에서 관모를 쓴 임금을 등장시켜서 현재의 정치상황과 결부시킨다. 임금이 이명을 앓고 있어서 궐 밖 사람들의 아우성을 듣지 못한다며 안타까워한다. 관모를 쓰고 있어서 백성의 소리를 하나도 듣지 못한다며 관모를 벗으라고 한다. 이렇게 시인은 강요당하는 사고의 침묵을 깨고 굳게 닫힌 궐문을 두드리며 뭉크의 절규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시는 썩은 심장부에 화살로 꽂힐 것이며 임금의 관모 또한 백일하에 벗겨질 시간이 새벽처럼 오고 있는 것이다. - 강상기 시인(포엠만경 회장)

내가 아는 최기종은 풍죽(風竹)을 닮은 외유내강의 시인이다. 전교조 해직시절부터 그를 알고 지낸지가 20년이 지났지만 그는 늘‘겨울 아침 눈 내린 뒤란의 대나무’를 연상케 한다. 그는 언제나 혹독하게 부는 바람에 휘날리는 대나무처럼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온몸으로 맞서며 ‘시대’함께 살아왔다. 이번 시집 『나쁜 사과』는 그런 그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투박하고 소박하며 은근한 시어들로 내면의 웅숭깊은 성찰과 세사에 대한 통렬한 풍자를 담고 있는 그의 시들은 그가 세상의 정수리를 향해 내리치는 ‘죽비소리’와 같다. 「귀」 연작 통해 ‘소통부재’의 현실을 노래하고, 희망버스를 타고 가서 ‘촛불’을 들고,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 터지는 소리’에 아파하는 그의 시편들에서 우리는 ‘시대의 표정’을 읽을 수 있다. 그가 온몸으로 쓴 시들은‘신새벽의 쇠북소리’가 되어 우리의 심연에 긴 여운을 남긴다. 마치 시인의 공명통을 맴돌다 세상 밖 어딘가로 날아가는‘화살’처럼 날카롭고 아프다. - 김경윤 시인(광주전남작가회의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