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을 선택한 사람들

 

옛 선비들은 청빈(淸貧)을 소중한 가치로 설정했다. 99를 가진 자가 하나 가진 자의 것을 빼앗아 100을 채우려는 것이 사람의 욕망인데 왜 우리의 선비들은 스스로 가난을 선택했을까? ‘그들은 물질을 탐하다 뜻을 잃지 않기 위해 자신의 삶에서 물질이 차지하는 비중을 최소화 하고, 그 외적 모습이 청빈의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황헌식, 신지조론) 물질을 따르면 지조를 지키기 어렵다는 뜻이다. 율곡 이이(1531~1584)는 한양에 집 한 채도 갖지 않음으로써 청빈을 실천했다. 오늘의 재벌들과 대조되는 삶의 태도다.

 

  우리의 청소년들은 일류대학에 가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경쟁한다. 일류대학에 입학했으면서도 금수저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으로 촛불을 들기도 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스웨덴의 16살 소녀 그레타 툰베리(2003~  )는 진학을 포기하고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우리 집(지구)에 불이 났는데, 어른들은  왜 딴 짓만 하고, 불 끌 생각은 않나요?’라는 질문을 되풀이했다. 급기야 바람으로만 항해하는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했다. 환경 파괴의 주법인 항공여행을 반대하기 위해서였다. 환경론자들은 인간이 편리하게 살기 위해 화석연료를 사용하고 육류를 소비함으로써 지구가 죽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툰베리는 지구를 살리자는 말만 하지 않고 몸으로 실천한 것이다.

 

  우루과이의 제40대 대통령인 호세 무히카(1945~  )도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 사람이다. 우루과이는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남미의 스위스로 불릴 정도로 잘 사는 나라였다. 미국의 지원을 받은 군인들의 쿠데타로 군사독재가 시작되었다. 그는 젊은 시절 군사독재에 항거하던 도시 게릴라 출신이다. 15년 감옥살이 이후 장관과 상원의원을 거쳐 대통령이 되었다. 대통령궁은 노숙자의 쉼터로 개방하고 20평짜리 허름한 집에서 출퇴근하며 봉급의 90%는 사회기금으로 기부했다. 퇴임 후에도 허름한 옷을 입고 텃밭을 가꾸며 농부로 살고 있다. 고물 폭스바겐 한 대가 그의 전 재산이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 된 것이다.

 

  동화작가 권정생(1937~2007)은 동화책 판매로 들어온 인세 수십 억 원을 재단에 기부하고 자신은 마을사람들이 지어준 오두막에서 허름한 옷과 거친 음식으로 가난하게 살다 갔다. 사후에 들어오는 인세도 그의 뜻에 따라 어린이재단을 설립하여 사회를 위해 쓰이고 있다. 많은 재산을 모을 수 있었지만 자발적으로 가난한 삶을 선택한 것이다.

 

  백범 김구 선생은 지구상에 굶는 사람이 많은 것은 지구상에 재화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의(仁義)가 부족해서라고 했다. 더 많이 가지려는 욕망을 줄이고 서로 나누면 지금 지구상의 물질만으로도 굶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 했다. 지금도 지구상에는 물질이 넘치지만 어디에선가 굶어죽는 사람들이 있다.

 

  위에 열거한 사람들 외에도 스스로 가난이나 고난을 선택한 사람들은 무수히 많다. 왜 그들은 스스로 가난이나 고난을 선택했을까? 우리 옛 선비들이 지조를 지키기 위해서 가난을 선택했던 것처럼 그들이 선택한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함이다. 스웨덴의 소녀 그레타 툰베리도, 우루과이의 호세 무히카도 현대의 선비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