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사회
택배를 부치기 위해 집에서 가까운 우편취급국으로 갔다. 막 문을 열고 들어서려는데, 여직원이 나를 보고는 벽시계를 가리키며 손을 흔들었다. ‘아, 아직 시간이 안 되었구나!’ 분침이 9시 3분전을 가리키고 있었다. ‘3분전인데 문을 안 열어주다니!’ 가랑비가 흩날리기 시작했다. 화가 솟구쳐 올라왔다. ‘어떡하나?’ ‘도대체 이 시간에 문을 안 열어주는 게 맞는 거야?’ 도무지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판단을 중지’한 채 비를 피해 자전거를 옆 건물로 끌고 갔다. 처마 밑에 자전거를 세우고 자물쇠를 채웠다. 나중에 찾아와야 할 것 같았다. 우산을 쓰고 다시 우편취급국으로 갔다. 문이 열렸다. “어서 오세요.” 그녀가 친절하게 웃으며 맞는다. ‘그녀는 내 불편한 마음을 아는가? 모르는가?’ 업무를 보는 내내 로봇처럼 친절한 그녀를 보며 나는 무뚝뚝하게 대했다. 나는 그녀의 ‘안녕히 가세요.’ 상냥한 인사말을 등 뒤로 들으며 말없이 밖으로 나왔다.

얼마 전에 보았던 영화 ‘악마를 보았다’가 생각난다. 무표정하게 웃으면서 젊은 처녀들을 살해하던 연쇄살인범. 그의 얼굴을 빗물로 씻어 내리며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