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진실은 왜 항상 악마의 모습을 띨까. 요즘 내린 폭우처럼. 모든 걸 휩쓸어버리는 산사태, 홍수처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 애나 성폭행 사건의 진실.
미국으로 유학 간 한 소녀가 성인이 되면서 한국인 이름을 버리고 미국인 이름을 택했다.
호수에 갇힌 물은 제 본 모습이 아니에요!
마구 둑을 허물고 그녀의 마음은 뛰쳐나왔다. 저를 은정이가 아닌 애나라고 불러주세요. 기독교 계통의 대안학교 교장, 교사인 부모 아래서 그녀는 너무나 힘들었나보다. 다리를 꼬고 앉아 인터뷰하는 딸을 낯설어하는 부모. 화장도 했나 봐. 울먹이며 ‘언니 사랑해’라고 말하는 여동생과는 친하지 않았다고. 담담히 말하는 그녀. 항상 모범으로 살아오신 부모님은 은정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부모님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어둠과 은정이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어둠이 합친 곳에서 큰 뱀 한 마리가 태어났다.        
엄마 아빠가 저를 성폭행했어요!
그녀는 은정이를 다 버리고 싶은 것이다. 부모님과 친하고 싶었어요. 온전히 하나가 되고 싶었다구요! 항상 부모님은 나를 다른 학생들과 똑 같이 대했어요. 가족과 오붓이 지내고 싶었다고요. 다른 학생들이 다 나를 미워했어요. 저는 항상 외톨이였다구요!
둑이 되었던 엄마 아빠.
네 눈이 호수처럼 맑구나!
네 안엔 온갖 꿈들이 가득하구나!
부모님은 제가 항상 명랑하고 모범적이라고 생각했지요. 제 마음을 전혀 모르셨어요. 왜 제 마음을 부모님께 말하지 았았냐고요? 부모님은 제 말을 못 알아 들으셨어요. 그렇게 말했는데도요. 부모님은 항상 바쁘셨거든요. 저는 겉으로 명랑한 척 모범생인 척해야 했어요. 어른들은 그런 아이를 좋아하잖아요. 이제 연극하기 싫어요. 저는 꼭두각시가 아니라구요! 이제 애나로 살거라구요! 은정이는 죽었어요!  
  
아, 언제 그들이 다시 맑게 맑게 흐르는 강물과 강둑으로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