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똥


권정생 지음 길벗어린이 펴냄 | 1996.04.01 발간

권정생

193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1969년 동화 '강아지 똥'으로 월간 기독교교육의 제1회 아동문학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 뒤 작고 보잘것 없는 것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굴곡 많은 역사를 살아왔던 사람들의 삶을 보듬는 진솔한 글로 어린이는 물론 부모님들께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지은책으로는 '사과나무달님', '하느님의 눈물', '몽실언니' 등이 있다.

  줄거리

  흰둥이가 골목길 돌담 밑에 누고 간 똥. 냄새나고 더러운 강아지 똥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강아지 똥은 자신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하찮은 존재라는 것에 대해 슬퍼한다. 그러다 봄비가 내리는 어느 날, 강아지 똥은 민들레 씨앗을 만난다. 예쁜 꽃을 피우기 위해선 자신이 필요하다는 말을 민들레에게서 듣는다. 강아지 똥은 진정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강아지 똥은 아름다운 민들레꽃을 피워내기 위해 기꺼이 거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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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놀라워라, 아, 놀라워라, 아, 놀라워라! 나는 먹거리이다. 나는 먹거리이다, 나는 먹거리이다! 나는 먹거리를 먹는 자이다. 나는 먹거리를 먹는 자이다!’

                                                                                                                                                                                                 - 우파니샤드



  약육강식이라고 한다. 정말 그럴까? 강한 민들레가 약한 강아지 똥을 잡아먹은 걸까? 강아지 똥은 죽어 민들레꽃으로 피어났는데? 큰 우주 차원에서 보면 먹는 것과 먹히는 것은 하나의 생명 작용이다.

 
  <동물의 왕국>을 보면 야수들의 먹고 먹히는 전쟁터 같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의 살과 피를 나누는 ‘생명의 잔치’이다.

  물소 떼를 좇아가는 사자 무리. 생명을 건 사투를 벌인다. 그러다 지친 물소 한 마리가 쿵 주저앉는다. 그의 눈을 보면 그다지 슬퍼 보이지 않는다. 천명을 따르는 성자의 눈빛이다.

  ‘죽음’이라는 게 우리가 생각하듯 그렇게 두렵고 신비로운 게 아닐 것이다. 사실 일상 하나하나가 경외롭지 않은가? 그런 일상 중의 하나가 ‘죽음’일 것이다. 시인 히메네스는 노래했다. ‘진흙 속의 주검과 하늘의 주검은 무게가 같다’고. 그렇다! ‘가장 깔끔한 주검’은 가장 속된 것이면서도 가장 성스러운 것이다. 우리의 온갖 상상력이 덧씌운 죽음, 주검이야 말로 가장 비생명적인, 비인간적인 그 무엇일 것이다.

  ‘죽음’이 우리 삶 속으로 자연스레 스며들면 우리 삶은 눈부시게 빛날 것이다. 우리는 비로소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명확히 알게 될 것이다. 우리 자신이 얼마나 거룩하고 우리의 몸짓 하나하나가 얼마나 신비로운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들 삶을 잘 들여다보면, 우리가 사는 게 아니라 살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가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면 우리의 삶은 뜬구름처럼 허망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삶의 주인이 되려면 우리 마음 깊은 곳에서 솟구쳐 올라오는 천명(天命)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가 죽음에게 저당 잡힌 삶에서 풀려날 때 천명은 천둥처럼 우리 안에서 울려올 것이다.    

  우리 마음을 강아지 똥만큼만 떼어 이 세상의 한 귀퉁이에 가만히 놓아보자. 우리도 우연히 누군가를 만나 천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