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생텍쥐페리

1900년 프랑스 리옹에서 태어났다. 4세에 아버지가 사망했고, 청소년기에 제1차 세계대전을 겪었다. 스트라스부르의 전투기 연대에서 군복무를 하게 된 생텍쥐페리는 21세에 조종사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제대 후에는 라테고에르 항공사에 취직하여 정기우편비행을 담당한다. 비행은 그에게 직업일 뿐 아니라 모험과 사색의 연장이었으며, 비행중의 경험 그리고 동료들과의 우정은 많은 작품의 모태가 된다. 민간항공사의 비행사로 일하는 중에도 꾸준히 작품을 발표한 생텍쥐페리는 신문사의 특파원으로서 스페인의 시민전쟁을 취재하는 등 ‘행동주의 작가’의 면모를 보여준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다시 전투비행사로 복무했고, 이후 뉴욕에서 작품 쓰는 일에 전념하다가 알제리의 정찰비행단에 들어간다. 1944년 7월, 생텍쥐페리는 그르노블-안시 지역으로 출격했으나 돌아오지 못한다. 1913년 『야간 비행』으로 페미나 상을, 1939년에는 『인간의 대지』로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받았다. 『남방우편기』 『어린 왕자』 『성채』 『전시 조종사』 등의 작품이 있다.


  줄거리

   나는 어린 시절에 코끼리를 잡아먹은 보아구렁이를 그린 것을 아무도 몰라주는 바람에 화가의 꿈을 포기하고 조종사가 되었다.
세계 일주를 하던 어느 날 나는 사하라 사막 한 가운데에 불시착했다. 비행기를 고치고 있던 내 앞에 한 소년이 나타났다. 그는 먼 나라에서 온 왕자라고 했다. 어린왕자는 내가 그린 보아구렁이 그림을 이해했다.
  그는 지구까지 오는 동안 왕이 있는 별, 가로등을 관리하는 점등인의 별, 허영장이의 별, 술꾼들의 별, 상인들의 별, 지리학자의 별들을 지나왔다고 했다. 지구에서는 지혜로운 여우를 만나 ‘길들인다는 것의 소중함’에 대해 듣게 되었다고 했다.
  어린왕자는 지구에 온지 1년 만에 자신의 별로 돌아갔다. 몸뚱이를 가지고 갈 수 없어 조용히 육신을 버리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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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빠귀의 노래 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깨닫게 되었다. 벌써 오래 전부터 나에게서
  죽음의 공포는 사라졌다.

  지빠귀의 온갖 노래 소리를
  이제야 비로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자선병원의 하얀 병실에서> 중에서  
                            

  지구에 도착한 어린 왕자에게 여우가 나타났다.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길들여달라고 애원한다. 어린 왕자가 ‘길들인다’는 게 무슨 뜻이냐고 묻자 여우는 ‘그건 관계를 맺는 것’이라고 말한다.

  관계를 맺는 것은 모래밭에 물이 스며드는 것과 같다. 물은 모래를 길들인다. 하지만 모래가 다른 무엇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물도 다른 무엇이 되지 않는다. 물은 물의 본성을 잃지 않고 모래는 모래의 본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둘이 하나가 되는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 이것이 ‘관계를 맺는 것’이다.

  수소와 산소가 만나 물이 된다. 하지만 수소도 산소도 물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자신들에게 없던 물이라는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낸다.

  바다 속에서 물고기들이 현란한 춤을 추듯이 몰려다니고, 하늘에서 새떼가 군무를 추는 것을 보며 나는 아름다운 인간 사회를 상상했다. 1어(조) 1표가 모여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처럼, 사람도 1인 1표가 모여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리라는 것을.              

  그런데 왜 이런 아름다운 세상은 오지 않는 걸까. 인간에게만 유일하게 있는 ‘나르시시즘’이 가장 큰 걸림돌일 것이다. 동물은 ‘나’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데, 인간은 유아기 때 자신을 ‘완전한 존재’로 착각하는 강렬한 체험을 한다. 그러다가 벗을 사귀고 사랑을 하며 자신과 남을 다함께 소중히 여기는 성숙한 인간으로 커 간다.

  그런데 이런 교육 과정을 제대로 겪지 못했기에 대다수 사람들은 항상 자신을 부풀려서 보게 된다. 자신을 우상화하고 연민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남들과 관계 맺는 것을 힘들어 한다. 그러면서 모든 잘못을 남들에게 뒤집어씌운다.      

  나르시시즘의 검은 구름을 뚫고 나올 때 구슬과 구슬이 서로를 비추며 찬란하게 빛나듯이, 우리는 수많은 관계를 맺으며 눈부시게 빛나는 존재가 되어 갈 것이다.

  지빠귀와 관계 맺기에 성공한 시인은 죽음마저 초월하여 지빠귀 노래 소리를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