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공주


  줄거리

  옛날에 삼나라를 다스리는 오구대왕이 살았다. 딸만 계속 낳다가 일곱째도 딸이 태어나자 강물에 버렸다. 이 바리공주는 한 노부부에 의해 구해져 양육되었다. 후에 오구대왕이 불치병이 들어 점을 쳐 보니 저승의 생명수로만 구할 수 있다고 하였다. 여섯 공주 모두가 저승에 가길 거부했는데, 이 얘기를 전해들은 바리공주는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저승에 갔다.
  바리공주가 저승에 가 생명수가 있는 곳까지 갔는데, 저승의 무장승이 바리공주와 일곱 해를 살고 일곱 아들을 낳아야 약을 주겠다고 하였다. 바리공주가 그 조건을 채운 뒤 무장승과 일곱 아들과 함께 생명수를 갖고 이승에 돌아오다 오구대왕의 상여와 마주쳐, 가져온 생명수로 오구대왕을 살려냈다.
  후에 바리공주는 죽은 사람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무속의 여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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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
  문 밖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
  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
  빈 소주병이었다.

               - 공광규의 시 <소주병> 중에서



  오구대왕은 이 땅의 모든 아버지들의 상징이다. 누구나 아버지들은 왕이다. 남녀가 평등하게 살던 원시사회가 농경사회로 바뀌면서 차츰 가부장 사회가 되어 갔다. 어머니처럼 자애롭던 추장, 부족장들은 스스로를 신격화해 갔다. 인류 역사에서 왕이 탄생한 것이다. 가정의 아버지들은 작은 왕이 되었다.

  왕들은 권력과 재산을 얻었지만 잃은 게 너무나 컸다. ‘내면의 여성’을 잃어버린 것이다. 아내와 딸들은 자신의 재산 목록에 올랐다. 재산 가치가 없는 아내와 딸은 버렸다. 버려진 딸, 바리공주는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을까. 딸을 버리게 되면 ‘마음속의 여성’도 함께 잃게 된다. 여성적인 부드러움, 온화함, 사랑, 소통...... 이 모든 품성들도 함께 잃어버리게 된다. 딱딱하게 굳은 표정, 항상 권력과 재산을 생각하는 탐욕, 그는 언제나 외롭고 쓸쓸해진다. 몸과 마음이 모두 병들게 된다.

농경사회, 산업사회는 그래도 남성들에게 유리한 사회였다. 남성들의 육체적인 힘, 논리적인 사고력, 추진력...... 이런 것들이 가부장의 지위를 계속 유지시켜 주었다. 하지만 이제 지식 정보화 사회가 되었다. 여성적인 섬세함, 부드러움, 나눔...... 이런 품성들이 유리한 사회가 되었다.

  가부장들은 하루아침에 몰락하고 있다. 아버지들을 누구에게 부탁해야 할까? 구원은 그들이 버린 딸들에게서 온다. ‘가슴에서 빠져나간 뜨거운 사랑’을 되찾아야 한다. 이 땅의 남성들이 찾아가야 할 곳은 룸살롱, 카페, 다방, 모텔이 아니라 그동안 아내, 딸들을 버린 황량한 벌판이다. 자신의 텅 빈 가슴이다.

  여성성이 인류를 구원하리라(괴테). 모든 남성은 반쪽이다. ‘여성’을 만나야 온전한 인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