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베르너 홀츠바르트 글 |볼프 에를브루흐 그림 |사계절 |2010.09.24

  저자 베르너 홀츠바르트

  1947년 독일 슈트트가르트 근처의 비넨덴에서 태어났습니다. 오랫동안 광고 디자인 일을 해왔으며,「슈피겔」지와「디 차이트」지 등에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바이마르에 있는 바우하우스 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림 볼프 에를브루흐

  1948년 독일 부퍼탈에서 태어났습니다. 에센의 폴크방 조형학교에서 그래픽디자인을 공부한 뒤 오랫동안 광고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했으며, 1983년부터 어린이책 그림 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작품으로『개가 무서워요!』,『아빠가 되고 싶어요』,『생각을 만드는 책』,『커다란 질문』등이 있습니다.이 가운데『아빠가 되고 싶어요!』로 1993년 독일아동문학상을,『커다란 질문』으로 2004년 라가치 상을 받았으며, 2006에는 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 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부퍼탈에 있는 베르기슈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어린이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줄거리        

  어느 날, 해가 떴나 안 떴나 궁금해진 꼬마 두더지 하나가 머리를 땅 위로 내미는 순간, 똥 무더기가 머리에 떨어졌어요. 그러나 눈이 나쁜 두더지는 누가 쌌는지 볼 수 없었어요. 화가 난 두더지는 누가 자기 머리에 똥을 쌌는지 범인을 찾으러 길을 나섭니다. 토끼에게 “네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라고 묻지만 토끼는 자기 똥을 보여 주면서 아니라고 합니다. 염소도, 젖소도, 말도 모두 자기 똥과는 다르다고 합니다. 두더지는 마침내 똥에 대한 전문가인 파리를 발견하고 자기 머리에 있는 똥이 누구 것인지 물어봅니다. 전문가인 파리는 바로 그 똥이 정육점 집 개 한스의 똥이라고 알려주지요. 두더지는 한스의 머리위에 똥을 싸고는 웃으며 자신의 굴속으로 들어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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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이렇게 만나기 전부터
  만나고 있었던가 보다
  다른 무엇인가의 모습을 빌려가며-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전부터
  서로 사랑하고 있었나 보다
  다른 누군가의 모습을 의지하여-

                     - 타까다 토시꼬의 시 <다른 이름> 중에서


  허공을 분분히 날아가는 민들레 씨앗들은 서롤 같을까? 다를까? 강물이 되어 흘러가는 물방울들은 서로 같을까? 다를까? 물결을 이루며 흘러가는 사람들은 서로 같을까? 다를까?

  우리 모두 죽는데 그 죽음은 모두에게 같을까? 다를까? 남의 손가락에 찔린 가시와 내 손가락에 찔린 가시는 우리에게 같은 아픔일까? 다른 아픔일까?

  자신의 머리에 똥을 싼 범인을 찾아가는 두더지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서 깊이를 알 수 없는 삶의 비의를 느낀다.

  어린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또 자식을 낳으면 되지’라고 위로하는 문상객이 있다고 한다.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한 인간은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다. 이 한 사람을 위하여 세상이 존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분분히 날아가는 민들레 꽃씨들은 여러 곳에 안착할 것이다. 척박한 땅에 떨어져 그대로 죽어가는 씨앗들도 있을 테고, 부드러운 흙에 떨어져 싹을 틔우는 씨앗들도 있을 것이다.

  싹을 틔워 민들레로 살아가는 씨앗들은 죽어간 수많은 씨앗들의 소망도 함께 이뤄가고 있다. 민들레 씨앗 하나는 여럿이면서 동시에 하나인 것이다.

  완전히 다르면서 완전히 같은 게 삼라만상의 이치다.

  나 하나쯤이야 죽어도 되지만 나 하나가 살아남아 인류 역사를 이어갈 수도 있다. 하나가 여럿이고 여럿이 하나이고 부분이 전체이고 전체가 부분이다.

  신 앞에 무릎을 꿇은 사람은 신이면서 동시에 그 자신이다.

  내가 바라보는 모든 것들은 내 자신이 세상에 비친 모습들이면서 동시에 나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내게 비친 모습이다.

  범인을 찾아낸 두더지는 그의 머리에 똥을 싸고는 편안히 자신의 굴속으로 들어간다. 흡사 세상의 비의를 깨치고 조용히 안거하는 성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