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와 야수



줄거리

세 딸을 둔 어느 상인이 숲 속에서 야수에게 붙잡힌다. 아버지 대신에 막내딸인 벨이 야수의 인질이 되고, 벨과 야수는 사랑에 빠진다. 벨이 사랑한다고 말하자 야수는 왕자로 변신한다. 야수는 마법에 걸린 왕자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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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봉에
한번 더 꽂혀볼래?

죽여 다오 죽여 다오 애걸해 볼래?

목구멍에 철사를 박아 더 오오래
못 시들게 해주랴?

                - 김언희의 시 <꽃꽂이> 중에서


세상의 아버지들은 딸들을 화분의 꽃처럼 곁에 두고 싶어 한다. ‘사랑하는 내 딸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딸아, 이 세상 남자들은 다 늑대란다. 이 아비 품에 있어야 안전하단다. 내 곁에 영원히 머물렴.’

그래서 딸들은 야수들(남자들) 가까이 가지 않았다. 그들이 따라오면 소스라치게 놀라며 도망쳤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끝없이 속삭이는 목소리가 있었다. ‘저 애들이 겉보기에는 야수 같지만 얼마나 마음이 약하고 부드러운데, 저들은 일부러 강한 척 하는 거야. 저 수줍어하는 눈빛을 봐.’

내면의 목소리에 이끌려 야수를 따라가는 딸들이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야수와 사랑을 나누는 딸들이 있었다.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야수는 이 세상 최고의 젊은 남자, 왕자로 변신하고 젖내 나던 소녀는 어여쁜 숙녀가 되어 있었다.

한 인간이 완성되려면 사랑을 해야 한다. 사랑을 하면 자신 안의 이성(남성성 혹은 여성성)이 깨어난다. 밖에서 만나는 이성은 동시에 안에서 만나는 이성인 것이다.

내면의 남성성을 제대로 깨우지 못한 여성은 야수 같은 남성성이 미숙하게 남아 있게 된다. 거친 남자를 유별나게 좋아하거나 스스로도 거칠게 행동한다. 같은 여성을 싫어하고 남성을 좋아한다. 이런 여성은 원만한 결혼생활을 하지 못하고 사회생활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내면의 여성성을 깨우지 못한 남성도 마찬가지다. 이런 남성은 여성을 신비화하거나 여성을 무시한다. 허상의 여성을 찾아 바람둥이가 되기도 한다. 결혼생활이나 사회생활을 잘 하지 못한다.

사랑은 반쪽인 인간이 온전한 인간이 되는 통과 의례다. 사랑을 할 때 인간은 혼이 깃든 몸을 체험한다. 욕망의 덩어리가 아닌 고결하게 승화하는 몸을 본다. 한 사람을 사랑해 본 사람은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정신적 사랑이란 미명하에 우리는 얼마나 불구의 사랑을 했는가? 그 결과 육체를 천하게 보게 되었다. 몸을 천하게 보는 사람이 어떻게 자존감을 갖겠으며 남에 대한 존중감을 갖겠는가?

‘미녀와 야수’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야수가 왕자가 되는 기적을 체험한 소녀만이 원숙한 여성(인간)이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