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와 나무꾼

서정오(작가) 저 김광일 역 여우고개 2005.04.20

줄거리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나무꾼이 있었는데, 어느 날 도망가는 사슴을 숨겨준다. 사슴은 나무꾼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선녀들이 목욕을 하는 곳을 알려주고 그곳에서 날개옷을 하나 훔치라고 일러주고 아이를 셋 낳을 때까지는 절대로 날개옷을 돌려주지 말라고 당부한다. 나무꾼은 선녀들이 목욕하는 곳에 가서 몰래 날개옷을 하나 훔쳐 선녀를 아내로 맞이한다. 그러나 아이를 둘 낳던 해에 선녀에게 날개옷을 보여주게 되고 선녀는 두 아이를 양팔로 안은 채 날개옷을 입고 하늘로 돌아가 버린다. 나무꾼은 다시 사슴이 일러준 대로 두레박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아이들과 선녀를 만난다. 가족과 행복하게 살던 나무꾼은 홀어머니가 그리워 옥황상제께 청을 드리고 말을 타고 땅으로 내려온다. 선녀는 말 등에서 절대로 내리면 안 된다고 일러준다. 하지만 나무꾼은 어머니의 뜨거운 죽이라도 한 사발 먹고 가라는 청을 못 이겨 말 등에서 죽을 마시다 말 등에서 떨어진다. 그 사이 말은 순식간에 하늘로 돌아가 버린다. 나무꾼은 결국 수탉이 되어 매일 아침 지붕위에서 하늘을 향해 울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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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안개? 바람? 아니면 연기?”

이 얼마나 어리석고
쓸쓸한 술래잡기!
우리는 양쪽 다 눈을 가리고
상대방을 붙잡으려고
막막한 안개 속에
손만 헛되이 저어대고 있는 것이었다

“당신이 한 그루 나무라면 좋겠네
그렇다면 붙잡고 매달려 울 수도 있을텐데!”

                        - 신까와 카즈에의 시 <술래잡기> 중에서  


선녀는 한없이 그리운 여인이다. 다가가면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여인이다. ‘곁에 있어도 그리운 그대’이다.

사슴의 도움을 받아 선녀를 만나고 하늘로 올라간 선녀를 사슴이 일러준 대로 두레박을 타고 올라가 선녀를 만나 행복하게 살지만 어머니가 그리워 지상에 내려 왔다가 이제는 어머니의 방해로 선녀를 잃어버린다. 그리곤 수탉이 되어 하늘을 향해 긴 울음을 터뜨린다.  

어머니가 방해하지 않았다면 선녀는 이 땅에 살았을까? 혹 살았더라도 마음은 하늘나라에 가 있었을 것이다. 끝내 선녀는 나무꾼 곁에 머무를 수 없는 존재다.

왜 남자에게 여자는 이다지도 간절한 존재일까? 아마 원시인들은 이런 애달픈 사랑이 아니라 풋풋한 사랑을 했을 것이다. 그러다 농경 사회가 되고 가부장 사회가 되면서 남자들은 이제 더 이상 사랑을 나눌 수 없게 되었을 것이다.

사랑은 대등한 관계에서 가능한데 이미 모든 힘이 남자에게 있는 상태에서 어떻게 남성과 여성이 서로의 반쪽이 되어 만날 수 있겠는가?

돈과 권력을 한 손에 쥔 남성이 치러야 할 가혹한 형벌이다. 돈과 권력으로 여성을 살 수는 있어도 진정한 사랑의 관계는 만들어 갈 수 없다.

결혼은 반쪽과 반쪽이 만나 하나가 되는 성스러운 의례이다. 이 의례를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 선녀는 하늘나라로 도망가지 않는다.

‘선녀와 나무꾼’은 너무나 큰 것을 잃어버린 남성을 처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남녀 사이엔 어떤 이물질도 끼어서는 안 된다. 오직 남자, 여자로만 만나야 한다. 지금도 원시사회의 전통을 이어오는 종족들은 이런 사랑을 한다고 한다.

사랑을 잃고 사는 현대 남자들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선녀를 붙잡기 위해 더 많은 돈과 권력을 손에 쥐려고 한다.

선녀를 붙잡는 손엔 아무것도 들려있어서는 안 된다. 타고난 그대로의 손이면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