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적 사고의 풍경들

권서각(시인, 한국작가회의 이사)

 

풍경 하나

아무개 씨는 희망근로로 생계를 잇고 있다. 조금은 부담스러웠지만 5만원을 부의 봉투에 넣어 지역의 유력 인사의 상가에 조문을 했다. 친한 친구 상가에는 3만원 부조 했다. 형편대로 하시길 권한다.

 

풍경 둘

아무개 씨는 대한민국00회 회장이라고 적힌 명함을 주면서 인사를 했다. 그는 사실 일정한 직업이 없는 이른바 백수였다. 명함이 화려할수록 내실이 없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풍경 셋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 학생의 학부모가 학교에 왔다. 선생님과 면담하는 과정에서 학부모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 아이는 절대 그런 아이가 아닌데 친구를 잘못 사권 것 같습니다. 그 나쁜 친구의 부모도 댁의 자녀를 나쁜 친구라고 합니다.

 

풍경 넷

성적이 하위권인 학생의 학부모가 교사와 상담을 했다. 우리 아이는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해서 걱정입니다. 조금만 하면 서울대에도 갈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예, 누구에게나 가능성이 있습니다.

 

풍경 다섯

재래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할머니가 세금 폭탄 때문에 못 살겠다고 했다. 아마 종합부동산세를 말하는 것 같았다. 세금을 얼마나 내시느냐고 물으면 하여튼 노무혀이 때문에 못 살겠다고 하신다. 할머니, 종합부동산세 내지 않으셔도 되고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풍경 여섯

선거 때 대부분의 서민들은, 서민을 잘 살게 하겠다는 후보자보다 자기보다 나은 학벌, 자기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후보자를 선호한다. 선거 때마다 그랬다. 그래서 당신도 잘 살게 되었습니까?

 

이런 풍경들은 대체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사람은 자신을 꾀나 똑똑하다고 여긴다. 그렇지만 때로 멍청하기 짝이 없는 것이 사람이다. 또한 모든 사람들은 이득을 추구하고 손해 보기를 싫어한다. 그러나 실제 하는 행동은 손해 보는 일만 골라서 한다. 왜일까?

 

심리학 용어로 ‘소망적 사고’라는 것이 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보는 태도를 가리키는 말이다. 현재의 자기는 서민이지만 미래의 자기 모습인 부자로 살아간다. 우리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자기로 살지 않고 미래의 자기로 살아간다.

 

그래서 아주 오래 전에 어떤 그리스 노인이 ‘너 자신을 알라’고 한 말이 오늘에까지 남아 있는 걸까? 아무튼 소망을 가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고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소망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망이 현실인 양 착각하고 사는 사람의 모습은 우리를 매우 우울하게 한다. 우울하게 할뿐만 아니라 자기에게도 사회에도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