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이 눈부시다. 해마다 오는 사월이지만, 올해는 앞으로 4년 동안 우리나라 정치를 주도할 인재들을 뽑는 달이어서 의미와 기대가 더 빛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군집생활을 하지 않을 수 없고, 집단에 속한 개체마다 성격과 취향,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의사소통과 조절이 필요하다. 그러한 소통과 조절 작용을 정치라 하고 그것을 주도하는 주체를 일러서 정치인이라 한다. 정치인에 의해 정치의 질이 정해지고, 정치에 의해 한 집단의 평화와 발전이 결정되는 바, 그 관건으로 원활한 소통이 필수적이다. 현대엔 온갖 메스미디어를 활용한 소통과 조절이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하지만 옛날엔 씨족사회처럼 좁다면 마을 중간에 나서서 우렁찬 목소리로 일장 연설을 하면 되었지만 부족국가, 봉건국가로 발전하면서는 원거리 소통과 조절 수단으로 말을 이용하였다.

만약에 말이 길들여지지 않았다면 동서의 인류문명이 예까지 발전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물론 말이 아니라도 낙타나 소 등 등 덩치 큰 동물을 영악한 인간이 길들여서 이용하였을 것이지만, 말만큼 빠르고 강력한 동물이 없기에 수천 년 동안 인류는 말을 더 익숙하게 길들이려고 노력한 것 아니겠는가.

과 말, 한자 표기는 다르지만 우리 말 발음은 같다. 군집동물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고, 그 소통은 말로 이루어진다. 옛날에는 멀리까지 소식이나 정보를 말이나 글로 전달하기 위하여 말을 타고 달려갔다.

그런데, 말이 부실하다면 어떻게 될까? 말이 부실하다면 목적지에조차 가지도 못할 것이고, 말이 부실하다면 소루하거나 왜곡된 정보가 전달되어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번 달에 뽑는 300명의 국회의원들은 2012년 6월부터 2016년 6월까지 4년 동안 우리나라의 정치를 선도해나갈 인재들로서 우리 국민들을 등에 태우고 달릴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주류 정당 공천의 아주 어려운 예선을 통과한 말들이 대부분이지만 예선 탈락이나 분김에 출전한 말들도 있다. 각 지역의 유권자들은 자기가 탈 말을 4월 11일이면 선택할 것인데,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까?

먼저, 말 아닌 것이 말 행세를 하는 가짜 말假馬을 즉각 추려내야 할 것이다. 뽐내는 겉치레에 깜빡 현혹 되어 그것을 선택한다면 타는 즉시로 가야할 4년 뒤의 목적지가 아니라 말아닌 것인 지가 탐내는 곳으로 총알같이 달려갈 것이 뻔하다. 또는 탄 사람을 내동댕이치거나 달리지도 못할 것이 뻔하다. 심지어 주인 행세를 하려고 드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 위에 탄 지역민들은 별 수 없이 시달리거나 중간에 말을 교체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선택 당한 목적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강인한 말을 선택해야 한다. 체력은 강하지만 정신이 흐릿하여 가다가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말이 아니라, 체력은 보통이지만 유혹에 강인한 말을 선택하여야만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체력도 강하고 정신도 강한 말이라면 금상첨화이지만 그런 말은 드물다. 그러나 하늘은 그런 말을 종종 시대마다 몇 마리 내보내는 법, 그런 말이라면, 역사의식이 분명한 인재라면 이번 출발뿐만 아니라 이어달리기 다음 출발에서도 선택을 받아 계속해서 역사의 목적지를 향하여 달릴 영광을 누릴 것은 명약관화하지 않으랴.

조선성리학자들이 리기와 사단칠정을 논할 때 말과 주인의 관계로 흔히 비유한다. 선현들은 리를 정신으로 기를 몸으로 보며, 가깝게는 자기수양에서 넓게는 사회교화까지를 통찰하였다. 리와 기의 조절이 작게는 개인수양과 크게는 사회정치의 요체임을 간파하고 말이 주인의 말을 잘 듣는 것을 중요시했다.

그것을 올해 사월 국가적 행사에 비추어보면, 리는 주인인 국민으로 기는 말인 국회의원이라고 할 수 있다. 리인 국민들의 정신도 분명하여야겠지만 운반 도구인 기, 즉 말의 품질과 능력도 중요하다. 정신이 분명한 주인이라면 말부터 바르게 선택할 것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지만, 민주주의 수준은 딱 국민들 수준이라고, 여러 주인들의 정신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말의 성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술에 취해 정신이 몽롱한 주인을 태워 목적지인 천관의 집 앞까지 저절로 가는 김유신의 말이나, 전장에서 전사한 주인의 시체를 싣고 고향으로 돌아온 말처럼 충성스럽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말이나 그런 말은 극히 드물기 때문에 우선 주인의 정신이 먼저 분명해야만 한다.

출발선에 선 말들이 “나를 선택해 주세요”하고 히잉히잉 운다. 말 많이 한다고 세금 많이 내지 않으니, 있는 말 없는 말, 굽은 말 바른 말, 굵은 말 가는 말, 본래 말 만든 말, 무색 말 유색 말 등 등 교언영색을 마구 쏟아낸다. 출발선에서 초조한 심정으로 대기하는 말들의 생각은 히잉히잉 우는 말 속에 담겨있는 것, 그 말들이 토하는 많은 말이 주인과 이웃을 헤치는 흉기인지, 권력과 재물을 향한 자기 욕심을 채우는 무기인지, 명작을 만드는 작품 도구인지, 의식주를 위한 생산 도구인지를 제대로 분별하는 안목과 지혜는 주인의 책임이다. 자, 우리가 타고가야 할 말이 어떤 말을 하는지 똑바로 듣고, 똑바로 선택해야 할 순간이다. 말의 진실과 말의 건강을 갈피 잡아야 할 순간이다. 어떤 말을 골라서 어떤 정신으로 타고서 앞으로 4년 동안이란 역사의 시간을 통과하느냐는 순전히 주인인 우리의 몫이다.

수천 년 민족사 동안 숱한 말들이 역사의 짐을 지고 예까지 달려왔다. 준마駿馬도 있었고 범마凡馬도 있었고 비마鄙馬도 있었다. 밉든 곱든 그것들이 역사를 실어 나른 덕분에 근대 한 세기 동안의 피폐를 극복하고 이만큼이나마 사는 모양, 외산 쇠고기를 먹네 안 먹네 미국과 에프티에이FTA를 하네 안 하네 하는 문제가 최대의 이슈가 될 정도로 국력이 향상하였다. 앞으로 4년 동안 우리 한국정치사의 주역이 될 정치인들을 선택하는 일, 더 길게는 1987년 체제를 한 세대 만에 손질하여 수십 수백 년 미래의 초석을 다지는 일인 대한민국 제19대 국회의원 선거는 곧 이어달리기 배턴을 넘겨받을 말을 선택하는 순간이다. 말들이 저마다 보수와 진보의 띠를 두르고 있지만, 보수와 진보는 주인의 승마 기술, 즉 말을 모는 방법과 기술에 대한 관점의 차이일 뿐, 목적지는 평화, 통일, 번영의 땅 한반도 건설 단 하나다.

승마 기술 문제는 주인들이 더욱 심화되어야 할 문제이고 우선은 말의 건강성이 중요하다. 준마든 범마든 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선택의 순간을 통과한 까닭은 잘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준마는 준마답게 이해관계에 연연하질 말고 대성할 앞날을 내다보며 호연지기 달려야 할 것이요, 범마는 범마답게 자기 분수를 알고 탐욕을 적당히 부려 중간에서 낙오하거나 주인을 엉뚱한 곳으로 실어 나르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준마는 더욱 각고면려하여 관운장의 적토마가 아니라 민족의 적토마가 되어야 하겠고, 범마는 스스로를 반성하는 수양을 통해 대아가 튼튼할 때 소아도 보장받을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부패는 한 때는 달콤하더라도 마침내 나와 가족을 망치고 사회와 나라를 망치는 법, 아무리 범마라 하더라도 일단 선택을 받았다는 것은 나와 주인이 함께 망하는 길을 정신없이 달릴 만큼 우매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물론 비마가 주제넘게 섞여있다면 금방 도태 될 것이고.

자, 4월 12일 자정부터 한국사의 한 구간을 달리는 말들이여, 적어도 김유신의 말 정도는 되어야 할 것 아니랴. 비록 목이 잘리더라도 주인을 천관의 집까지 실어 나르는 우직한 순정을 갖고 있다면 후세의 역사는 반드시 그대를 기억 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 한국사의 맥락을 보전토록 한 준마들의 공로, 일상 유지에 밑받침이 된 범마들의 평온, 민중을 피폐의 구덩이에 고꾸라뜨리게 한 비마들의 과오를 냉철하게 판별하는 정신이 필요한 2012년의 봄꽃 화사하게 피는 사월이다. 이제부터 축복 활짝하라 간고한 한국사여!

 

2012년 3월 22일 양백산인 박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