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벗기기

 

강태규(시인)


   아무리 목욕재계를 해도, 속에 있는 허물까지 벗기는 어렵다. 하물며,  술에 취한 후,  숙취해소를 돕는 간해독제도 도움이 되지만, 속을 비워주며 상당한 물을 마시고 자연적인 배설을 증가시킴으로 가능하다.

 

   수신서에서 조차 ‘생각 비우기’를 권하고 있다.  스스로 엄격할수록 타인의 허물들이 잘 보이는 것은 물론이지만,  정치현장에서는 정치의 표현형이 온갖 기질의 사람들을 대하고 다루고 판단하면서 권력을 확보해야하는 현실을 대할 때는 의외로 독립투사나 선비를 택하기 보다는 지역에 도움이 될만한 이익을 줄 인물이라던지,  큰 기업 경영을 했거나 고위공무원,  특히 권력의 학문인 정치학, 법학을 전공한 후보들에 쉽게 기우는 경향이 있으며,  검증되지 않은 후보자간의 여론몰이 또한 쉽게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

 

   국가주의 환경에서 자라고 교육받은 장년 또는 노인층은 새로운 흐름에 대해 완고한 편이며,  상대적으로 유복한 층은 유복한 후보를 선호하며, 빈곤한 층은 혁신적 후보에 기대는 경향도 그렇다.

   선거가 아무리 중요해도 정당구조에서 국민이 원하는 기대에 부응할 후보를 내지 못하는 한,  깃발을 보고 투표하는 갈등구조에 익숙한 유권자로서는 여전히 헛발질일 수도 있다.

 

   경제권력에 의해 포괄적으로 포위되어버린 현실은 더욱 암담한 여정을 암시한다.  방울을 달 사람을 선거를 통해 선발하여 행복한 국민을 꿈꿔야 하는 유권자의 권리가 정당에 의해 애당초 포기되어야 하는 현실은 더욱 암담하다.

경제권력은 이미 국가권력을 조정할 수 있는 경지에 닿았고 국민들은 행복할 수가 없어,  담배와 소주의 판매량만 늘리고있다.

 

   아버지는 못된 흠이라도 제 닮은 자식을 감싸 안는다.  우리는 너무 많은 흠들에 익숙해져 어떤 때가 내 몸에 붙어있는지 모를수록 미래는 암담하다.  오죽했으면,  젊은 후보들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지형도 이를 어느 정도 반증한다.

 

   시인의 시쓰기는 자기 구원*이라고도 한다.  이는 부단히 내 안의 때 빼기인 것이다.  어떤 때는 너무 깊어 응시만 할 수 밖에 없는 처지를 고백하는 과정이기도 할 것이다.   식자들은 보이는 것도 많지만 할 말도 많다.  때묻은 족속들의 놀라운 결속력에 비하여 그나마 붙일 때 조차도 없는 족속은 모래가루처럼 응집력이 약하다.  여기에 우리의 한계가 숨어있어,  오히려 자기희생적이며 이타적인 인물의 발굴과 전선배치가 절실하지만,  현실은 무심히도 비정하다.

 

   긴 시야로 볼 때, 선거 이후도  그리 희망적이지 못할 현실 읽기는 책읽기를 뒷장부터 시작하는 나의 악습인지도 모르겠다. 다시 목욕재계와 기도가 필요한 즈음이다.  술먹든 아니던 물이라도 많이 마셔야 겠다. 물 먹히기 전에라도.

 

* 최종천 시인의 2009년 "미의식 논고"에 따르면 인간의 구원은 불가능하다고 한다(옮긴이 註)

참고 글이 담긴 웹주소: http://blog.daum.net/livemocha/1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