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하기

 

권석창

 

후보자님들은 늘 ‘사랑하고 존경하는 유권자 여러분’이라고 말하지만 저는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보고 개인적으로 매우 실망했기 때문입니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하는데 천심이 이러하다면 천심이 과연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아는 투표는 나의 생각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뽑는 제도적 장치입니다. 내가 직접 정치를 할 수 없으니까 나의 말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 투표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도덕적인 사회를 원하면 도덕성이 있는 사람, 내가 잘 살고 싶으면 나를 잘 살게 해 줄 수 있는 사람, 내가 통일을 원하면 통일을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뽑기 위해서 투표가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의 친애하는 유권자 여러분은, 나는 잘나지 못했을지라도 나보다 잘난 사람, 나보다 학벌이 좋은 사람, 나보다 부유한 사람, 나보다 똑똑한 사람에게 표를 주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투표하면 그들은 나를 대변하지 않습니다. 잘난 사람을 위해 일합니다. 가재는 게 편이기 때문입니다. 더러 잘난 사람이 못난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없지는 않습니다. 가령 김구 선생 같은 분을 말함이지요. 그러나 그런 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막말을 했다고 텔레비전 방송과 조중동의 집중포화를 맞은 서울 노원구에 김용민 후보는 낙선을 하고, 박사학위 논문을 표절했다고 박사가 아닌 복사라는 이름을 얻은 부산의 문대성 후보는 당선 되었습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막말을 한 것은 도덕적으로 부적절한 것이므로 사과의 대상입니다. 그러나 논문을 표절한 것은 처벌의 대상입니다. 우리의 친애하는 유권권자들은 막말을 한 김용민을 낙선시키고 논문을 표절한 문대성을 선택했습니다. 살다보면 우리는 더러 막말을 하기도 합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면 친애하는 유권자 여러분도 막말을 했던 기억이 더러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논문표절은 막말과 다릅니다. 남의 지식을 훔치는 지식의 절도 행위입니다.

친애하는 유권자 여러분이 지식을 절도한 사람을 선택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입니까? 투표가 나의 생각을 대신해 주는 사람을 뽑는 행위라는 것을 모르거나, 아니면 지식의 절도 행위를 가벼이 여기는 사람이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의 유권자는 바보이거나 부도덕한 사람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사랑하고 존경하는 유권자 여러분이라는 말을 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 우리 경북지역은 특정정당을 열렬하게 지지하여 선거지도를 완전히 빨간색으로 물들였습니다. 저는 우리 지역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우리 지역 유권자 여러분의 투표하기는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강남 사람들이 지기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농어촌에 사는 사람들이 지기의 이익에 반하는 정당에 투표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풀 수 없는 수수께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