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리



줄거리

깊은 산 속에 사는 외로운 할머니가 어느 날 때를 뭉쳐서 새까만 때 뭉치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 새까만 때 뭉치가 벌레가 되어 돌아다니며 쇠붙이를 먹다가 산처럼 커져 괴물이 되었다. 사람들은 그 벌레를 도저히 죽일 수가 없어서 불가사리라고 이름을 붙였다. 할머니가 나타나 불가사리한테 왜 이리 장난이 심하냐며 등을 탁탁 쳤다. 그러자 불가사리는 본래의 자기 모습인 때 뭉치로 돌아갔다. 할머니는 때 뭉치를 가지고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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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01호에 사는 여자. 그녀는 요리사다. 아침마다 그녀의 주방은 슈퍼마켓에서 배달된 과일과 채소 또는 육류와 생선으로 가득 찬다. 그녀는 그것들을 굽거나 삶는다. 그녀는 외롭고, 포만한 위장만이 그녀의 외로움을 잠시 잠시 잊게 해준다.
 
2
302호에 사는 여자. 그녀는 방금 301호가 건네준 음식을 비닐봉지에 싸서 버리거나 냉장고 속에서 딱딱하게 굳도록 버려둔다. 그녀는 조금이라도 먹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녀는 외롭고, 숨이 끊어질 듯한 허기만이 그녀의 외로움을 약간 상쇄시켜주는 것 같다.
                            
                                                                        - 장정일의 시 <요리사와 단식가> 중에서

 

외로운 할머니의 때 뭉치가 세상의 쇠붙이들을 다 먹어버리며 거대한 괴물이 되었다.  

인간의 외로움과 쇠붙이가 만나면 괴물이 된다. 청동기 시대까지만 해도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었다. 그러다 철기 시대가 되면서 부족과 부족 간에 전쟁이 일어나고 국가가 생겨나면서 신권을 가진 왕이 탄생하였다.

그래서 신동엽 시인은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고 노래했다.

인간 세상에 사랑과 연대가 아니라 재물과 권력이 중심에 자리 잡으면서 인간은 점점 더 외로워졌다. 외로움은 인간의 가장 큰 적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모래알처럼 땅바닥에 떨어진 인간은 쇠붙이가 이룩한 것들을 다 먹어치우려 한다. 이런 게 잘 안 되면 그것들 대신에 밥을 꾸역꾸역 먹는다.

밥은 사랑이다. 우리는 어릴 적 엄마가 주던 밥을 잊지 못한다. 외로울 때면 밥을 찾는다. 하지만 밥은 밥일 뿐이지 사랑이 아니다. 그의 외로움은 채워지지 않는다.

아예 밥을 끊어 사랑 없이 살 수 있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괴물(욕망의 노예)이긴 마찬가지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같은 것이다.

끝없이 부풀어 올라 결국은 펑 터지고 말 욕망은 어떻게 해야 하나? 그것은 겉보기엔 거대해 보여도 사실은 속에는 아무것도 없다. 욕망은 망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배가 고프면 아귀처럼 먹는다. 배가 다 채워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수저를 놓는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이 아이의 천진난만함, 망각이다.

불가사리는 ‘장난 그만 쳐라’며 할머니가 등을 탁탁 치자 삽시간에 자그마한 때 뭉치로 바뀐다.

우리가 몹시 화가 났을 때 화난 자신을 무심히(아이 마음으로) 들여다보고 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화가 가라앉는다.

우리가 길러야 할 것은 이 아이의 힘이다. 아무리 억누르려고 해도, 온갖 지혜를 다 짜내어도 욕망은 오히려 그것들을 먹으며 더 커진다.

우리 안의 아이- 그것은 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