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덫

 

고석근

 

이른바 ‘함바 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출국 금지된 장관 출신의 대학총장이 자살했다. 그는 유서에서 “악마의 덫에 걸려 빠져나가기 힘들 듯하다. 잘못된 만남과 주선의 결과가 너무 참혹하다. 금전거래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얼마나 막막했을까. 사람이 얼마나 끔찍하게 두려웠을까. 그 막막한 고독 속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는 그 적막감. 가까운 사람들을 떠나 혼자 쓸쓸히 죽어가야 했던 그의 아픔이 가슴 저리게 와 닿는다.        

산길을 가다 거미줄에 걸려 파닥거리는 나비를 본 적이 있다. 몸부림칠수록 점점 더 칭칭 감겨오는 거미줄. 서서히 힘이 빠지고 헉헉거리며 죽음을 기다려야 하는 나비의 고독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비는 결국 운명을 받아들였다. 자연의 순리 앞에 그는 복종했다. 아,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하다고 했던가!(한용운 시 ‘복종’에서)
나는 성자 같은 나비를 눈이 시리게 바라보았었다.

그렇다면 ‘악마의 덫’에 걸려 죽어간 그 총장은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그는 ‘금전 거래가 없었기에’ 자신의 죽음이 너무나 억울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지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인간 세상엔 왜 ‘악마의 덫’이 생겼을까? ‘인간의 덫’이면 몰라도 ‘악마의 덫’이라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인간답게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 세상에 ‘악마의 덫’이 그득하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우리는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 왔나? 거의 모든 시간을 자신의 안위만을 위해 보내지 않았나? 인간은 ‘사회적 존재’라 혼자 깨끗할 수는 없다.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해서 깨끗하게 산 게 아니다.

하늘의 망은 너무나 촘촘해 어느 누구도 빠져 나갈 수 없다(天羅之網 천라지망)고 한다.
이 세상에 ‘악마의 덫’을 만드는 데 알게 모르게 일조한 우리는 어느 누구도 이 덫을 빠져 나갈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