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지난 27일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젊은 사람이 나이 많은 노인에게 욕을 하네요’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공개된 영상 속에는 한 젊은 남자가 노인을 향해 “너 오늘 사람 잘못 건드렸어. 개xx야.”라고 욕설을 퍼붓다 “나이 처먹고 씨X. 뭐하는 거야 나와.”라고 큰 소리를 치며, 이를 말리는 중년 남성에게도 “잡지 말라.”고 하는 등 큰 소리를 치며 행패를 부리고 있다.
노인은 20대 남자에게 “신발이 옷에 닿으니 다리 좀 치워 달라.”고 말했다가 봉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도 노인에게 유감이 많다. 초임교사시절 국립중앙도서관에 갔다가 노인에게 봉변을 당했다. 피곤해서 눈을 감고 로비의 의자에 앉아 있는데, 뭔가 눈앞에서 휙휙 움직이고 큰 소리가 들려 왔다. 눈을 게슴츠레 떠 보니, 앞에 한 노인이 내게 지팡이를 휘두르며 뭐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나는 후닥닥 일어나 자리를 피했다.
이유를 묻고 말고가 없었다. 노인은 내게 피해야 하는 존재였다. 아마 그 노인은 ‘젊은 놈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어’ 버르장머리를 고치려 지팡이를 휘둘렀을 것이다. ‘쯧쯧 나 선생인데 이렇게 도망을 가다니.’ 속으로 중얼거리며 다른 곳으로 갔었다.

내게 노인은 ‘헛기침의 권위만 부리는’ ‘상대하면 손해만 보는’ 그런 존재였다. 나만 그랬을까. 나처럼 노인에게 당한 젊은이들이 참 많았을 것이다. 그들이 이제 노인들에게 반역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완승 같다. 여기저기서 노인들이 패하는 소식들만 들려온다.

이제 내가 노인을 향해 가는 나이가 되니 자연스레 노인의 입장이 되어 본다. 참 불쌍하다. 이 세상을 참으로 열심히 사셨는데, 전혀 인정은 받지 못하고 그냥 허약한 사람들이다.
농경사회에서는 노인들은 공경을 받았다. 농경 사회는 경험이 중요한 사회라 나이가 많은 노인이 공경을 받았다. 또 공동체 사회라 노인을 공경하면 나중에 노인이 되었을 때 공경을 받게 되니 자연스레 노인을 공경하는 문화가 형성될 수 있었다.  
하지만 산업사회는 경험보다 새로운 기술이 중요한 사회이다. 그러다 보니 노인은 차츰 주변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이제 노인을 공경한다는 건 도덕 교과서에나 나오는 죽은 도덕률이 되어버렸다.
이제 노인들은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아무런 힘이 없는 약자가 되었다.

하지만 노인을 이 사회가 내팽개쳐버린다고 문제가 ‘노인 문제’로 끝나 버릴 수 있을까. 누구나 결국엔 노인이 되니 결국 노인 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된다. 그래서 노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 사회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할 수 없다.
노인이 되면 천대받게 될 텐데 어느 누가 행복할 수 있겠는가? 다들 아득바득 ‘노인이 안 되는 길’을 찾아 나선다. 힘 있는 사람들은 아무리 나이가 많이 들어도 노인이라 하지 않는다. 그들에겐 노인 문제가 없다. 노인을 다른 호칭으로 부르자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 호칭은 또 금방 색이 바래져 누렇게 되어 버릴 것이다.
문제의 해결책은 노인이 될 수밖에 없는 대다수 사람들이 노인 문제를 해결하는 길밖에 없다. 그들을 우리의 따스한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복지사회를 예비 노인들이 힘을 합쳐 만드는 길밖에 없다.      

노인에게 행패를 부린 그 젊은이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자신은 의식하지 못했지만 혹시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
  ‘X 같은 세상! 이렇게 아득바득 살아도 결국 늙어 추하게 살게 될 텐데. 노인들을 보면 꼭 내 미래 모습을 보는 것 같단 말이야! 에이, 더러운 세상. 나도 막가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