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에 뜬 기름의 생(生)

내 성장기는 물 위에 뜬 기름이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나는 나와 다른 아이들을 보았다. 깔끔한 옷에 희멀건  얼굴의 아이들. 까만 얼굴의 나는 그들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그 아이들의 어머니와 즐겁게 얘기하는 선생님들. 나는 그들 사이를 간신히 빠져 다녔다.

중학교 때는 ‘노는 아이들’이 버거웠다. 교복 바지의 꿰맨 부분을 숨기며 다니는 내게 그들과 마주치는 건 두려움이었다. 활기차게 걸어가는 그들 곁을 나는 종종 걸음을 쳤다.

고등학교 교련 시간을 생각하면 악몽 같다. 조금이라도 반항하는 아이들은 해병대 출신의 교련 선생님에게 무자비하게 구타를 당했다. 항상 순종하던 나도 그에게 어깨를 M1 개머리판으로 몇 번 가격을 당했다. 속수무책 당하며 나는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나는 이런 ‘순한 양의 성장기’를 거치며 무사히 성인의 세계에 진입했다. 하지만 중년을 지나며 나는 화병(火病)에 걸렸다. 물 위를 둥둥 떠다닌 기름은 언제고 타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 불을 끄기 위해 엄청난 눈물을 흘려야 했다.

한 해병대 병사의 총구가 동료들을 향해 불을 뿜었다. 그의 마음속에서 들끓던 불씨가 활활 타오르며 밖으로 뿜어져 나온 것이다.

우리는 해병대원들 마음속의 불씨를 보아야 한다. 그의 마음 깊은 곳에 물 위를 둥둥 떠다닌 기름 같은 마음들이 없는가 하고.

나는 유아 시절이 간절히 그립다. 내 고향 마을 주막듬. 기와집이 하나도 없어 모두 정겨웠던 초가집들. 옷소매에 콧물이 반질반질하던 동무들. 메뚜기들이 파닥거리며 날아오르던 동시 냇가. 우리들 마음은 물처럼 서로의 속을 맑게 흘러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