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와 네티즌들’을 위하여


 학창 시절의 최고의 무서운 추억은 단연 담임선생님이 급우들끼리 뺨을 때리게 한 것이었다. 지금도 그 광경이 눈앞에 생생하다. 교탁 옆에서 두 아이가 발갛게 부풀어 오른 서로의 뺨을 점점 더 증오심 어린 손바닥으로 힘껏 때리고 있다. 처음에는 장난기 있게 킥킥 웃다가 몇 번 담임선생님의 주의를 받고는 서서히 두 아이는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어갔다.

 ‘타블로 사건’을 접하고선 나는 이 끔찍한 추억을 떠올렸다. 가수 타블로와 네티즌들은 그냥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서로의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그 음산한 소리가 내 귀에 지옥에서 들려오는 비명과 신음소리처럼 들려온다.

 왜 우리의 다정한 이웃들인 네티즌들이 가수 타블로를 불구대천의 원수로 대하게 되었을까? 그의 사생활을 일일이 파헤치며 ‘정의’를 세워 갔을까? 타블로의 진실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들은 증오심을 거두지 않았을까? 그들에게 서로의 뺨을 때리게 한 이 세상의 담임선생님이 그만하라고 명령을 내리지 않아서가 아닐까?

 우리의 다정하고 평범한 이웃들인 네티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들은 평소에 이 세상의 담임선생님들에게 무수히 구박을 받은 사람들일 것이다. 분명히 세상의 담임선생님들이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알지만 무소불위의 힘을 지닌 그들에게 감히 대들지는 못해 그들의 가슴속에는 분노와 증오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 이 불길들이 일시에 ‘나약한 타블로’에게 향하게 되었을 것이다. 

 나는 우리 사회가 그들을 따스하게 감싸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만 똑 떼놓고 보면 분명히 네티즌들이 잘못했지만 그동안 그들은 얼마나 이 세상의 강자들에 의해 당해왔을까? 법에서도 긴급피난이라는 것이 있다. 길을 가다 갑자기 차가 인도로 뛰어들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긴급 피난하느라고 다른 행인을 다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때 우리는 무죄가 된다. 나는 네티즌들의 마음이 이런 행인의 마음과 크게 보면 같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마음이란 합리적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너무나 많은 마음의 상처를 받은 사람의 마음은 둑을 무너뜨린 강물과 같다. 한국에 살면서 너무나 부조리한 사건들을 접하면서 힘없는 네티즌들의 마음은 마구 아우성치며 흐르는 강물이 되어버렸다. 그 강물에 타블로는 휩쓸려 버린 것이다. 물론 네티즌들은 사람이기에 자신의 잘못에 대해 반성하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먼저 우리 사회가 그들의 상처투성이의 마음을 헤아려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타블로는 이번 사건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지만 우리 사회에서 ‘특혜를 받아온 사람’이다. 잘 사는 부모를 뒀기에 미국의 명문대를 갈 수 있지 않았는가? 만일 우리 사회가 공정한 사회였다면 그보다 머리 좋은 사람이 그 명문대를 가 그는 그 대학을 못 갔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부모 잘못 만난 죄’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은 능력 발휘는 고사하고 먹고 살기도 힘들게 되어버리지 않았는가? 타블로는 많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지만 앞으로 먹고 살기엔 지장이 없지 않은가? 먹고 살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그는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큰 특혜를 받았는가? 타블로가 네티즌들의 깊은 마음의 상처들을 가슴으로 안아주기 바란다. 그러면 그는 한결 성숙한 가수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성숙한 모습들이 모여 우리 사회 전체를 성숙하게 만들 것이다.

 나는 비이성적이지만 네티즌들을 믿는다. 가진 것 없고 배운 게 없어 비이성적이게 되어 버린 그들을 나는 믿는다. 그들이 이런 비이성적인 싸움을 통해 서서히 이성을 배워 갈 것이다. 그 힘은 우리 사회를 진정으로 공정한 사회로 바꿔 낼 것이다. 그들이 타블로가 좀 잘 나긴 하지만 그냥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라는 걸 알게 되고, 그런 평범한 이웃에게 증오를 향하게 한 이 세상의 담임선생님들의 정체를  알게 되면 그들의 증오는 천지개벽의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재벌, 오로지 재벌 편인 정치꾼들, 이들의 충실한 하수인으로 사는 고급 관료들, 언론인들...... 이 세상의 담임선생님들은 지금 이 순간도 옛날의 그 담임선생님처럼 이번 싸움을 바라보며 득의의 미소를 짓고 있지 않을까?

 누가 이 세상의 담임선생님들의 얼어붙은 심장에 사랑의 불씨를 불어넣어 줄 수 있을까? 나는 네티즌들의 미친 듯한 증오가 끝내 사랑의 불씨가 되어 그들을 사랑 가득한 담임선생님으로 거듭나게 하리라는 것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