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자꾸만 싸우려 하는가


 오늘 강의 시간에 한 수강생에게서 감동적인 얘기를 들었다.

 “이웃집 아이가 저희 집에 놀러와 저희 아이랑 재미있게 놀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 아이가 갑자기 ‘충동적으로’ 비행기하고 로봇 장난감을 혼자서 갖고 놀겠다고 떼를 쓰는 거예요. 저번 시간에 공부한 게 생각났어요. 그래서 그 아이에게 좋아하는 장난감을 다 주었어요. 그랬더니 그 아이가 장난감을 혼자 다 갖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저희 아이하고 잘 놀더라구요.”

 이웃집 아이에게 “친구랑 친하게 지내야지 그러면 못 써.”하고 설득하려 했다면 오히려 역작용이 일어났을 것이다. 저번 강의 시간에 공부한 게 ‘인간은 충동적 존재’라는 거였는데, 그 수강생은 그 ‘충동’을 잘 승화시켜 준 것이다.


 우리는 ‘인간은 이성적 존재’라고 배워왔다. 그래서 우리는 충동을 억제하며 이성적으로 살려고 노력해 왔다. 그런데 왜 세상엔 충동적인 인간들이 벌이는 엽기적인 사건들이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는 걸까? 아직 ‘이성적 인간’이 덜 되어서 그런가? 그렇다면 이성적 인간이 된 경우는 얼마나 되는가? 평범하게 사는 우리는 과연 얼마나 이성적인가?        

 인간은 동물에서 진화해왔기에 충동이 강하게 남아 있다. 충동에 따라 살던 인간이 이성을 획득하게 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에겐 이성은 아주 미약하다. 그런데 우리는 이 미약한 이성으로 인간을 규정하려 한다. 그러다보니 충동은 무의식 속으로 숨어버린다. 융이 얘기하는 ‘그림자’가 형성된다. 이 그림자는 항상 우리를 따라다닌다. 그 그림자를 빛 속에 내 놓으면 금방 사라지고 마는데, 우리는 이 그림자가 두려워 없는 척 한다. 그러다보니 그림자는 언제 어디서 출몰할지 모르는 괴물로 우리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나도 내 안의 검은 그림자 때문에 너무나 힘겹게 살아왔다. 내 안에서 뭔가 꿈틀 거리는데 그 정체를 몰랐다. 늘 힘들고 불안했다. ‘에고 사는 게 다 그렇지 뭐’하고 바쁜 생활에 나를 맡겼다. 삶은 뜬 구름처럼 지나갔다. ‘이게 사는 게 아닐 거야’ 직장을 그만두고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했다. 문학 공부할 때가 가장 편안했다. 함께 공부하는 벗들과 밤 새워 술을 마셨다. 갑자기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혼자서 통곡했다. 한강 고수부지에서 듣는 강물소리가 너무나 좋았다. 언젠가는 패싸움도 했다. 학창 시절에 싸움 한 번 제대로 못 해 본 내가 30대 후반에 패싸움이라니! 경찰서에 끌려가는데 그렇게 마음이 편안했다. 훈방 조치되어 온몸에 피를 묻힌 채 새벽 전철을 타고 집에 왔다. 흘긋흘긋 보는 사람들 시선이 좋았다. ‘나도 인간이란 말이야!’ 그렇게 ‘충동적으로’ 몇 년을 보냈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내 안의 충동이 고분고분해지고 있었다. 불교에서는 이것을 심우도로 설명한다. 내 안의 소를 길들이는 것! 길들인 소는 너무나 자유롭다.

 애들은 싸우면서 커야 하는데 나는 그런 어린 시절을 보내지 못했다. 다 커서 그 때 못한 것을 하고서야 어른이 될 수 있었다. 항상 불만 가득한 눈으로 누구 싸울 사람 없나 하는 표정의 어른들을 많이 본다. 싸우면서 크지 않아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사람들이다.          


 전쟁하자는 사람들이 있다. 군인도 아닌데 군복을 입고 설쳐대는 사람들. 나는 그들에게서 ‘철부지 아이들’을 본다. 우리가 왜 전쟁을 해야 하나? 세상에 먹을 것과 재미난 것들이 차고 넘치는데 뭐가 부족해 싸우려고 하나? 그분들에게 필요한 건 ‘자신들에 대한 성찰’이다. 자신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자라면서 제대로 싸워보지 못한 그들은 다 큰 어른이 되어 싸우고 싶어 안달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 싸움이야 성장의 밑거름이 되지만 어른 싸움은 얼마나 무서운가. 그들에게 인문학 공부를 할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공부를 하여 자신들의 솔직한 속마음을 알게 되면 아마 그들은 아이처럼 엉엉 울 것이다. 자신들이 얼마나 철부지 같은지를 알고 부끄러움에 몸 둘 바를 모를 것이다. 나는 강의하면서 이런 분들이 성숙해지는 것을 많이 보아왔다.  


 우리 안의 ‘충동’은 잘 가꾸면 우리를 아름다운 인간이 되게 한다. 하지만 가꾸지 못하고 억제만 하면 그것은 짓눌린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려고만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우리를 마구 날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