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행복하게 살자


 배낭을 메고, 오리털 잠바를 입고, 귀마개를 하고서 허적허적 약수터에 갔다. 멀리서 누군가가 어른거린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낯이 익은 젊은이였다. 서로 인사하고 벤치에 앉았다. 그가 말을 걸었다. 말을 나누긴 처음이었다. 그는 물리치료사라고 했다. 몸이 아파 잠시 쉬고 있노라고 했다. 앞으로 먹고 사는 게 걱정이라고 했다. 해맑은 젊은이의 얼굴에 그림자가 어렸다. 나는 그에게 삶을 길게 보고 살라고 말했다. 앞만 보며 바쁘게 살다 되면 나중에 후회하게 된다고.


 물을 다 받고 그와 나는 각기 배낭을 메고 길을 나섰다. 눈길을 조심조심 걷는데, 그가 “먼저 가겠습니다.”하며 내 옆을 지나 겅중겅중 뛰어간다. 오! 이 눈길을...... . 나는 아이젠을 하고서도 한발 한발 조심조심 걷는데. 나는 그를 눈부시게 바라보았다. 어느새 그는 사라지고 산은 하얗게 눈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나는 내 젊을 때를 생각하며 빙긋이 웃었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저 젊은이는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할까. 건강이 안 좋은 것도 문제지만 가장 고민스러운 것은 먹고 사는 문제일 것이다. 저렇게 산을 펄펄 나는 몸으로 삶의 기쁨을 누릴 수 없다니! 우리가 젊을 때는 취업이 100%였다. 막노동을 해도 먹고 살 수 있었다. 그래서 꿈을 꿀 수 있었다. 그 꿈은 차츰 삶의 무게에 짓눌려 바래어갔지만 한 때 꿈을 꾸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꿈도 젊을 때 꾸어야지 나이 들어 꿈을 꾸려하면 어지러운 꿈만 꾸게 된다. 과학자들은 젊을 때 꿈을 꾸지 않으면 꿈을 관장하는 뇌세포가 쇠퇴해버린다고 한다. 삶에 필요 없나보다 하고 사라지겠지.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가 검찰 퇴진이후 법무법인에서 7개월간 7억원의 급여를 받아 전관예우가 아니냐는 의혹 등을 받다가 결국 자진사퇴했다. 그는 심히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의 ‘멀쩡한’ 얼굴에서 나는 깊은 절망감을 느꼈다. 사람이 수치심을 느끼는 건 타고난 본성이라고 하는데, 그는 어떡하다 수치심도 모르게 되어버렸을까. 우리나라 거의 모든 고위직들은 정동기 후보자와 비슷한 것 같다. 오랫동안 정의롭지 못한 방법으로 축재를 하다 보니 그게 당연하게 되고 드디어는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경지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렇다면 그렇게 ‘진화’한 그들은 과연 행복할까. 나는 결단코 그들은 불행하다고 단언한다. 내가 살면서 회득한 지식들과 살면서 깨달은 지혜들이 그렇게 말한다. 사람은 마음 깊은 속에서 행복을 느껴야 진정으로 행복한 존재다. 그들의 깊은 마음속에서는 불안이 똬리를 틀고 있다. 삼라만상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사람의 깊은 마음은 어느 누구도 속일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불쌍하다. 불쌍한데 그들이 쌓아둔 돈들이 우리들을 불행하게 하기에 그들에게 분노할 수밖에 없다.


 행복이라는 단어로 삶을 보면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데 모두 불행하게 살고 있다. 모두 불행한 이 길을 왜 사람들이 가고 있는 걸까. 그것은 사람들이 아직 행복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MB정부를 통해 많은 걸 깨달은 것 같다. 사람은 돈만으로 행복할 수 없고, 돈만 좇아서는 돈도 벌 수 없다는 것을. MB를 통해서는 부자도 될 수 없고, 행복하게 살 수도 없다는 것을. 돈을 부정한 방법으로 그들의 곳간에 쌓아 둔 그 소수들 때문에 우리 모두 불행하게 산다는 것을 어슴푸레 깨달은 것 같다.        

         

 ‘정의’가 작년에 우리 마음에 큰 물결을 일으켰다. 올해는 ‘행복’이 파도치기를 고대한다. 정의와 행복이 만나 거대한 역사의 강물을 이루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