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였다. 첫해 1년은 이모님 집에 얹혀 지냈다. 부모님은 내가 지켜야 할 예절 몇 가지에 대해 신신당부를 하셨다. 그중에는 식사를 할 때는 다 먹지 말고 반드시 두어 숟가락 쯤 남기라는 것도 있었다. 우리 집에 오시는 친척 분들도 그러시는 것 같아 나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창 때 밥을 남긴다는 것은 고역이었다. 하지만 꼭꼭 실천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학생인 사촌누나가 내게 말했다. “왜 자꾸 밥을 남기니?” 나는 ‘배불러서 어쩌고’ 변명을 했다. 그러다 사촌누나에게서 ‘밥을 남기면 설거지하기 힘들어’라는 말을 듣고서야 내 ‘시골 예의’는 끝났다.


 임산부가 기다리는 택시를 잽싸게 가로채는 대학생쯤의 남자를 보았다.

 붕어빵 포장마차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내 앞을 한 신사가 종종종 앞질러 가 붕어빵 1000원어치를 샀다. 남아 있는 게 세 마리 뿐이라 나는 발을 동동동 굴리며 기다렸다 샀다. 그 신사는 진열대에 놓여 있던 붕어빵이 10마리 정도라는 걸 보고서 그렇게 빨리 걸었을까. 단지 추워서 그렇게 걸었을까.

 덜덜덜 떨며 기다리는 시내버스 정류장. 버스가 도착하자 사람들이 와 달려간다. 끼어들고 서로를 밀치며 탄다. 함께 덜덜덜 떨 때는 서로 따스했는데.

        

 밥을 남기던 ‘시골 예의’가 그립다. ‘염치’가 남아 있던 시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