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을 보며


고향에 다녀오느라 뉴스를 못 봤는데, 일본에 대지진이 일어났다고 한다. 시장에서도, 기차역에서도, 기차 안에서도, 전동차 안에서도, 평시와 똑 같았는데 지구 한 켠에 대재앙이 있었다. 사망자만 수천 명, 수만 명이 될 거라고 한다. 온 몸에 공포감이 음습해 온다.

누군가는 그런다. “이제 아등바등 살고 싶지 않다”고. TV에서도 “자연의 대재앙 앞에 숙수무책인 인간, 어쩌고저쩌고...... .” 한다.

작은 인간이 큰 자연 앞에 경외감을 느끼는 건,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도 자연 아닌가? 작은 자연이 큰 자연 앞에서 느끼는 경외감이상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긴 어린 시절을 부모에게 의탁해서 산다. 그래서 커서도 자신보다 더 강한 것 앞에 의존하려는 ‘유아 콤플렉스’가 있다. 어른이 되면 스스로의 삶을 이끌어가는 주인이 되어야 하는데, 힘든 상황에 부닥치면 떼쓰거나 부모 앞에 용서를 구하듯 위기 상황 앞에 무조건 무릎 꿇고 빌려고 한다. 하지만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조금 마음에 위안은 되겠지만 결국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마음만 점점 약해진다.              

이번 대재앙에서도 우리는 지혜를 얻어야지 아이처럼 응석을 부려서는 안 된다. 대지진도 자연이고 우리도 자연이다. 우리는 무한히 자연에 대해 경외감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자신이 자연인 건 잊어버리고 재앙을 일으키는 자연만 자연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이번 대재앙을 맞이하면서 자연에 대해 우리가 잃어버렸던 경외감을 회복해야 한다. 우리는 얼마나 자연을 함부로 대하는가? 거기엔 인간의 몸을 함부로 대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런데 언론을 위시하여 많은 사람들은 ‘자연의 힘 앞에 속수무책인 인간’만 언급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이번 대재앙에서 아무런 지혜도 얻지 못하고 큰 상처만 안고 살게 될 것이다.          

자연에 맞지 않는 도시 구조, 주택 구조, 삶의 형태, 이 모든 것이 이번 기회에 재조명되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우리는 인류의 많은 지혜들을 서로 죽고 죽이는데 써오지 않았는가?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사람이 사람을 제외한 모든 자연을 약탈하는 구조로는 이런 대재앙은 이제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하지만 인류가 언제 대재앙 앞에서 지혜를 얻었던가? 마지막까지 가지 않았던가?

우리가 지금 당장 해야 할 것은, ‘자연 앞에 숙수무책인 인간’을 벗어나는 것이다. 조금만 인류사 자료를 찾아보면 자연과 더불어 잘 살아온 인간의 경험은 무수히 많다. 인간은 ‘자연 앞에 숙수무책인 인간’이 절대 아니다. 이런 말을 유포하는 사람들은 인간을 무기력하게 만들어 지금의 ‘자연스럽지 못한 세상’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이거나 그들에게 세뇌된 사람들이다.

인간도 자연이다. 큰 자연의 재앙 앞에 ‘자연스럽게’ 삶의 지혜를 찾아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아주 조금이라도 ‘자연스러운’ 지혜를 찾아낸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