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에 돌아간 엄마 옷을 걸치고 시장에 간다

엄마의 팔이 들어갔던 구멍에 내 팔을 꿰고

엄마의 목이 들어갔던 구멍에 내 목을 꿰고

엄마의 다리가 들어갔던 구멍에 내 다리를 꿰!

고, 나는

엄마가 된다

걸을 때마다 펄렁펄렁

엄마 냄새가 풍긴다

-엄마……

-다 늙은 것이 엄마는 무슨……

걸친 엄마가 눈을 흘긴다  

                   ‘걸친, 엄마’ - 이경림(1947~ )


  이경림의 시 -여성의 사물화에 대한 반란, 여자의 말을 찾아서 

이경림 시인은 1947년 문경 태생의 여성시인입니다. 43살의 늦은 나이에 시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시들을 읽어보면, 그녀가 공연히 뒤늦은 나이에 시인이라는 호칭을 원했던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녀는 언어에 대한 천품을 지니고 있습니다. 넘치는 재능을 가지고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평범한 주부의 역할을 할 수 있었는지 의아스럽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러나 그녀의 생을 돌아보면, 그녀가 문학에 뒤늦게 입문했던 것은, 거의 자기 구원의 형식과도 같은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녀는 가난한 문인이었던 부친에 대한 반발심으로 일부러 문학에서 가장 먼 길로 우정 걸어갔다고 합니다. 무척 힘든 유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의사가 되기 위해서 가톨릭의대에 입학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詩魔는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타고났지만, 억압당한 재능은 그녀를 극심하게 불행하게 만들었고, 그녀는 학업을 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후에 그녀는 10여 년에 걸친 실어증을 앓습니다. 말이 안에서 치받치는데, 억지로 억눌러놓았으니, 병이 된 것이지요. 그러던 어느 날, 이경림은 문득 우연처럼 문학공부를 시작했고, 그리고 폭포처럼 말을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재능과 절박성을 가진 그 시들은 어떤 젊은 시인의 시보다도 젊고 어떤 젊은 시인의 시보다도 문학적 완결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경림의 시는 외부의 정경묘사를 통해서, 그 정경에 심리적 가치를 부여하는 시적 장치를 즐겨 사용합니다. 풍경을 묘사하는 눈썰미는 날카롭고, 우연히 얻어진 것처럼 보이는 정경묘사를 심리적 기호로 치환시키는 재능이 놀랍습니다. 시를 읽다 보면, 시인의 지성에 감탄하게 됩니다. 그녀의 시들은 어떤 젊은 시인의 시보다도 지적입니다. 거기에다가, 그녀의 시는 생의 신산한 경험에서 생겨난 절절한 리얼리티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출간된 {나만 아는 정원이 있다}(이룸, 2001)라는 책은,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이야기시poeme-recit>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데, 얼마나 재미있으면서도 향기로운지 모릅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상상력에다가, 문화적 비판의식을 아울러 지니고 있지요. 거기에 말을 매끄럽게 이끌어가는 솜씨가 일품입니다.
이경림은 90년대의 한국문학이 얻어낸 귀한 성과 중의 하나입니다. 그녀의 타고난 재능이 점점 더 깊어지기를 바랍니다.

 한 달 전에 돌아가신 엄마 옷을 걸치고 시장에 갈 때 펄렁펄렁 걸을 때마다 옷에서 엄마 냄새가 난다. 엄마의 죽음과 화해하여 만나는 이 슬픈 평화와 무거운 죄업. 이 글은 박주택·시인의 말과 여러 사람의 말을 인용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