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성이 인류를 구원하리라(괴테) 


 인터넷에 떠도는 유머 하나, 이사 갈 때 남자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답은 아내 애완견을 가슴에 꼭 안고 있는 거란다. 그래야 아내가 자신을 버리지 않고 데려갈 테니까.

 정말 여성 시대가 온 것 같다. 하지만 이 무너진 가부장 왕국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남자들이 너무나 많다.

 오래 전 동생들과 술자리서 있었던 일이다. 아우들이 내게 말했다. “형은 우리들에게 박정희 같았어.” “응?” 나는 아우들을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휘둘러보았다. 아우들은 내가 어릴 적에 자기들에게 얼마나 무섭게 했는지에 대해 구구절절 늘어놓았다. 가해자는 쉽게 잊어버리지만 피해자는 무덤까지 가져간다고 하지 않던가. 아우들 말이 다 맞을 것이다.      

 나는 4형제 중 장남이었다. 부모님은 항상 일하시느라 밤늦게 오셨다. 나는 내가 부모님 대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우들에게 엄격하게 대했다. 뭘 잘못하면 벌을 세우고 매도 들었다. 아우들은 내게 반항 한 번 못하고 내 폭력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내가 폭력을 쓴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는 것이 지극히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학창 시절에 내가 무수히 당한 폭력들에도 나는 조금도 그 폭력들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선배들에게 폭력을 당하고 후배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나는 내가 당당한 남자가 되어간다고 생각했다. 고둥학교 때는 태권도를 배우며 남자다움을 몸으로 익혀갔다. 이 폭력성이 몸에 배어 학교 교사가 되어서도 학생들에게 매를 들고 폭언을 했다. 교육과 사랑의 아름으로.

 그러다 전교조 준비모임에서 동료 교사들과 함께 공부를 하며 내 ‘남자다움’은 산산이 부서져나갔다. 긴 잠에서 화들짝 깨어났다. ‘아,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내가 저지른 폭력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부끄러움에 몸이 떨렸다.

 그 뒤 나는 학생들에게 일체의 폭력을 쓰지 않았다. 폭력을 쓰지 않고도 질서가 잡혔다. 내가 변하니 아이들도 변하고 교실 분위기도 바뀌었다. 서로의 마음이 교실에 흐르며 아름다운 질서가 세워졌다. 폭력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랑의 매’가 없이는 질서가 잡히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 사람들을 이해한다. 폭력 없이도 질서가 잡히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지 못했을 테니까.  

 그래서 나는 서울 교육청 곽 교육감이 폭력 없는 학교를 만들려면 먼저 ‘사랑의 매’ 없이도 아름다운 질서가 잡히는 학교를 모범적으로 몇 개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감의 지시 몇 마디로 폭력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많은 학교 교장, 교감과 교사들이 ‘사랑의 매’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폭력이 사라지겠는가? 매를 들지 못하게 하면 말의 매를 들 테고 말의 매를 들지 못하게 하면 몸짓의 매를 들 것이기 때문이다. 몸짓의 매를 막으면 그들은 또 다른 교묘한 폭력의 수단들을 개발해 낼 것이다. 이러다 보면 다시 폭력 문제는 흐지부지 하게 될 것이고 ‘진보 교육’의 실패 사례만 쌓여갈 것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매 한 번 들지 않고 성인으로 키웠다. 그것은 ‘사랑의 매’라는 것은 없다는 것을 처절하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는 다행히 그것을 깨달을 기회가 있었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그런 기회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멀쩡한 사람들’이 폭력은 가정이나 학교에서 교육상 불가피하다고 믿고 있다.

 폭력 없이 아름다운 질서가 세워지는 가정, 학교, 단체들은 많다. 그런 사례들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환골탈태하는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 깨달아야 변하는 존재다.

 ‘남성성’은 가부장 사회가 만들어 낸 허깨비다. 인간이란 원래 사랑이 가득한 존재다. 원시인들의 삶을 보면 알 수 있다. 인간의 사랑을 그대로 간직한 사람은 여성들이다. 그래서 여성성은 인간성이다. 서로 보살피고 나누려는 인간성은 여성들이 갖고 있다. 남자들이여, 부디 당신들 가슴 안의 여성성을 개발하시길! 그렇지 않으면 이 시대의 강물이 당신들을 다 휩쓸고 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