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은 사람들



 동물의 왕국


 동물의 왕국 한 귀퉁이에

 사자 거지 가족이 살고 있다

 평원 중앙에는

 풍성한 먹이에 둘러싸여

 유유자적하는 초식동물들

 멀거니 바라보는 사자 식구들

 쪼르륵-

 자식들 뱃소리를 견디다 못한

 엄마 사자가

 슬금슬금 물소 떼에게 다가간다

 랄랄랄-

 원무(圓舞)에 빠진 물소들

 한 푼만 줍쇼

 엄마 사자가 애처로운 눈으로

 물소들을 좇아간다

 늙은 물소 한 마리가

 사자 엄마의 간절한 호소에

 멈칫멈칫 걸음을 늦춘다

 내 한 평생 즐겁게 살았으니

 이 한 몸 보시하리라

 늙은 물소가 털썩

 엄마 사자 앞에 눈을 감고 주저앉는다

 엄마 사자 감격하여 

 고마워요, 물소님. 흑흑

 여보, 얘들아-

 우르르 몰려오는 아빠 사자와 새끼 사자들

 비로소 사자 가족들

 기쁨에 들뜬다



 산길을 가다 긴 몸을 끌고 가는 지렁이 한 마리를 본다. 힘겹게 기어가고 있다. 햇살이 지켜보고 있고 나무와 풀들이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다들 무심하다. 안쓰러운 표정을 짓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꿇어 앉아 자세히 보니 개미가 몇 마리 붙어 있다. 상처 입은 그는 개미들에겐 좋은 먹을거리이다. 한참을 들여다 보다 나도 무심하게 내 길을 간다.      

 나도 저런 적이 있다. 가까운 사람에게 깊은 상처를 받고 누군가에게 위안 받고 싶어 마구 푸념을 했는데, 다들 무표정했다. 내가 바라보자 그제야 안됐다며 혀를 끌끌 차며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힘겹게 비틀비틀 걸어 나오는 나를 그들은 빙 둘러쌌다. 그들의 눈은 야수처럼 빛났고 숨을 헉헉 몰아쉬는 나를 그들은 일시에 달려들어 물어뜯기 시작했다. 내 상처는 그들에게 먹이였다. 나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얕은 신음 소리만 냈다. 그들은 배를 다 불리고 나서야 나를 내버려 두었다. 나는 간신히 너덜거리는 몸을 이끌고 집으로 와 쓰러졌다. 내 상처를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했다.

 인간 세상도 약육강식, 적자생존이라고 한다. 흔히 아수라장이 된 인간 세상을 정글에 비유한다. 강대국이 약소국을 먹고,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먹는 게 지극히 당연한 자연의 섭리라고 한다.

 하지만 동물들이 배고프거나 위협받지도 않았는데 다른 약한 동물들을 마구 죽이는 경우가 있는가? 사람들은 먹지도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을 쉽게 죽인다. 이게 어떻게 자연의 섭리인가? 먹을 게 넘쳐나는 이 세상에 도대체 다른 사람을 죽일 이유가 무엇인가?

 나는 죽어가는 지렁이는 분명히 행복할 거라고 단언한다. 그는 최선을 다했다. 진인사 대천명 (盡人事 待天命)! 그래서 그는 여한이 없다!

 하지만 상처 받은 사람들은 어떤가? 먹을 게 넘쳐나는 이 세상에 왜 그들이 상처를 받아야 하는가? 먹을 게 부족하지 않는 한 사람들은 서로 다독이며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 다른 동물들은 다 그렇게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