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를 위하여

아내가 퇴근하자마자 “자기야, 나 인터넷에 떴어.” 한다. “응?” 내가 의아스럽게 쳐다보자 한 친구가 어느 요리 사이트에서 자기 이름을 봤단다. 전교조 명단에 이름이 올라있더란다. “영광이네.” 나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지만,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치욕감에 온 몸이 휩싸였다.  
남의 이름을 이렇게 함부로 올려도 되는 건가? 그 이름들에 사람들이 어떻게 대했을까? 길바닥에 내팽개쳐진 채 마구 짓밟혀지는 이름들. 사람의 이름을 이렇게 함부로 대해도 되는 건가? 우리 사회의 야만성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사건이다.
벌써 20여 년 전이다. 나도 교직에 있을 때 전교조 활동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학부모님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 있음을 느꼈다. 새마을 어머니 회원들이었다. 그분들과 함께 다방에서 만났다. ‘선생님이 전교조하시다면서요?’ ‘네, 그런데요?’ 전교조에 대해 교육청에서 빨갱이라는 식으로 교육을 했단다. 나는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나는 말없이 듣고 있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전 이 말씀만 드릴게요. 지금 이대로 아이들을 교육시키면 아이들이 효자가 될까요? 불효자가 될까요?” 다들 가만히 있었다. 나는 이어 말했다. “저는 우리나라 교육이 바뀌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이 다들 불효자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입시위주의 교육에 내몰려 옆 친구도 생각할 수 없어요.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이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요? 부모님을 어떻게 볼까요? 힘없고 늙으신 부모님을 어떻게 대할까요?” 나는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누르며 그 자리를 떠났었다.  
지금 그 부모님들은 어떻게 살고 계실까? 그리고 그때의 내 반 아이들은? 성인들 강의를 다니며 그때의 부모님들 연배의 수강생들도 만나고 그때의 학생들 또래의 수강생들도 만난다. 수강생들을 보면 답답해 한숨이 나온다. 명문대학을 나와서도 이 세상을 보는 눈들이 없다. 나는 강의 시간에 가끔 얘기한다. “저는 서울대를 나온 사람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서울대마저도 제대로 된 커리큘럼이 안 되어 있거든요.” 강의하다 보면 서울대를 나온 수강생도 있고 대학원 나온 수강생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학교교육이 제대로 되어 있는가? 내가 강의할 수 있는 자그마한 실력도 학교 밖에서 공부한 것들이지 정말이지 학교에서 배운 것들은 거의 없다.  
나는 전교조 활동을 하며 내가 새로 태어나는 체험을 했다. 전교조를 하기 전에는 출근할 때면 교문을 들어서며 내가 왠지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허리가 자꾸만 앞으로 구부려졌다. 결제 맡아야 할 서류들이 눈앞에 어른거렸고, 결제 해주실 교장 선생님은 어디 계실까 그 생각부터 났다. 아이들이 결석을 해도 교감 선생님에게 한 소리를 들을 걱정을 했지 학생 걱정은 하지 않았다. 이런 내가 전교조 활동을 하며 달라졌다. 교장, 교감 선생님, 장학사는 겁나지 않았다. 학생들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결석한 아이를 내내 생각했다. ‘무슨 일일까?’ 아침 조회 시간에 표정이 어두웠던 아이들도 자꾸만 눈앞에 어른거렸다.
전교조 명단 공개가 불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명단 공개를 주도했던 국회의원이 불복한다는 선언을 했다. 그를 다른 여당 국회의원들이 동조하고 나섰단다.
아, 이래서 전교조가 있어야 한다! 그 국회의원은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그들이 받은 학교교육이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다.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마저도 사람의 소중함을 이다지도 모르는 게 우리 교육의 실상이다!
성경 구절이 생각난다. ‘주여, 이들은 자신들의 죄가 뭔지 모르고 있나이다.’ 나는 전교조를 반대하고 불순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이 한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제발 전교조 선생님들을 만나보시고 판단해 보시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