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진보주의자들의 출현을 위하여

    -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외고생 아들 사건’을 보며


 진보 교육감으로 알려진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에게 외고 다니는 아들이 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곽노현 교육감은 ‘아들이 공부 잘하고 가고 싶어 해서 외고 보냈다.’고 했단다. 나는 일련의 사건 전개 과정을 보며 대체로 무덤덤했다.

 나는 곽 교육감이 우리 교육의 폐해를 줄이려는 노력을 할 것이라는 것에 전적인 지지를 보낸다. 그에게 외고 다니는 아들이 있다는 게 그 노력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물론 내가 진정으로 그를 진보 교육감으로 생각했다면 그에게 외고 다니는 아들이 있다는 사실은 ‘있을 수 없는 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나는 진짜 진보 교육감에게 외고 다니는 아들이 있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진보주의자가 아니라 자유주의자다. 우리 사회는 수구세력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 자유주의자들이 진보로 통하고 그들은 엄청난 ‘진보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하지만 절대로 진보로는 보지 않는다. 진보는 진보의 가치를 몸으로 증언해야 한다. 말로만 하는 진보는 진보가 아니다. 자유주의자 곽 교육감에게 외고 다니는 아들이 있건 없건 그건 전적으로 그의 자유다. 자유주의란 기본적인 민주적 가치를 소중히 한다. 자식과 부모는 다른 인격체이기에 다르게 봐야 한다. 하지만 ‘진보’는 다르다.      

 나도 한때 운동 단체에 몸담았었다. ‘운동’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던 시절이었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다들 ‘신선’처럼 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그들을 가까이 접하며 수없이 놀랐다. 그들의 해박한 지식에 놀랐고, 뜨거운 열정에 놀랐고, 지행 불일치에 놀랐고, 그들의 강고한 엘리트 의식에 놀랐고, ‘잘난 자식들’이 많다는 것에도 놀랐다. 멋있는 운동가도 있었고 우스꽝스러운 운동가도 있었다.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었다. 그때는 그것에 대해 분노하고 슬퍼했지만 지금은 그대로 받아들인다. ‘운동’은 완벽하게 아름답지만 ‘운동하는 사람’은 다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디 사람이 완벽한가?

 나는 적어도 진정으로 진보주의자라면 절대로 아들을 외고에 보내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외고에 보내려면 공부를 잘해야 하는데, 어떻게 잘했겠는가? 아이를 ‘아이답게’ 기르지 않고 공부에 몰입하게 했거나 적어도 ‘남들처럼’ 공부시켰기에 가능한 게 아니었겠는가? 머리가 워낙 월등해 펑펑 놀아도 공부 잘하는 걸 어떡하냐고 질문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진정한 진보주의자라면 외고가 어떤 덴지 잘 알 것이다. 그런 입시 지옥에 아이를 보낼까? 아니, 아이가 그런 데를 가길 원하도록 내버려뒀을까? 진보의 가치가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이라면 아이를 어떻게 길렀을까? 아이는 부모를 보고 배운다. 부모가 진보의 가치를 일상에서 구현하고 있는데 아이가 어떻게 외고를 가겠다는 의식을 갖게 되겠는가 말이다. 적어도 대안학교를 가고 싶어하지 않겠는가? 아니면 고등학교를 안가겠다고 하든가.

 진정한 진보주의자는 진보가 몸에 밴 사람이다. 지행합일이 되지 않는 사람은 진보주의자가 아니다.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사실 자유주의자들이다. 연대를 얘기하며 낮은 사람에겐 친절하지 않는 사람, 평등을 얘기하며 항상 잘난 사람들과만 상대하는 사람, 낮은 곳을 얘기하며 항상 앞에 나서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이런 사이비 진보주의자들이 무수히 많다. 나는 그들이 진보주의자들인 줄 알았을 때는 너무나 힘들었다. 이제는 그들의 정체를 안다. 그들은 자유주의자들이다. 그들이 자신들이 가진 것을 가지고 자유롭게 사는 데 뭐가 잘못인가? 그들이 연대, 평등을 얘기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를 위해서인 것이다. 그들의 말에 속을 필요는 없다. 그들의 행동만이 그들이다. 인간은 몸이 행할 수 있는 것 만큼이다.

 나는 이제 서서히 자유주의자들과 진보주의자들이 분리되길 바란다. 얼마나 많은 민중들이 가짜 진보에 속에 진짜 진보를 지지하지 않고 있는가? 자유주의자들도 고백을 했으면 좋겠다. ‘사실 나는 자유주의가 좋다. 기본적인 민주적 가치가 통하는 자유로운 사회는 얼마나 좋은가? 나는 이런 사회를 진정으로 원한다. 아들을 외고, 명문대에 보내고 싶은 게 뭐가 잘못인가? 내 돈 갖고 잘사는 게 뭐가 잘못인가? 내 잘난 학벌, 지식 갖고 잘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뭐가 잘못인가?’ 이렇게 말이다. 

 그렇다! 다 맞다! 당신의 말을 나는 전적으로 존중한다. 하지만 당신은 진보주의자는 아니다! 진보주의자만은 자처하지 말라! 사람들을 오도 할 수 있기에 말이다!

 나는 진짜 진보의 모습을 사람들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그들이 진보를 지지할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