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

 

민주주의(democracy)는 중세의 자유주의(liberalism)로부터 출발했다. 중세사회는 영주(領主)의 농노(農奴)에 대한 정치적·경제적·인격적 지배를 바탕으로, 가톨릭교회 체제를 이데올로기로 삼아 그 양자의 복합체로 성립되었다. 따라서 중세사회의 자유주의는 교황이나 영주가 정치적 경제적인 지배를 하던 사회에서 벗어나는 방향으로의 전개를 의미한다. 정치적 경제적 권력이 소수에서 다수로 이동하면서 민주주의가 비롯되었다.

 

  서구 민주주의의 특성은 민주주의의 정치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사회가 먼저 자유체제로 발달하였다는 데 있다. 소수의 지배계층에서 벗어나 경쟁적이고 개인주의적이며 시장경제원리가  작동하는 사회로의 변화가 서구의 민주주의이다. 원래 민주주의는 평민의 지배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귀족이나 왕권에 반대하는 계급의식을 함축한다.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합성어다. 구스타브 라드부르흐는 민주주의는 다수의 의사에 의해 무조건적으로 정치적 사안이 결정되지만 자유주의는 개인의 의사를 위하여서는 (경우에 따라) 다수의 의사에 대하여 개인이 자기를 주장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고 했다. 어쩌면 자유주의가 개인의 자유를 더 강하게 보장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민주주의나 자유주의는 시장경제체제와 평민에 의한 지배라는 의미를 고유한다. 민주주의라는 말 가운데 이미 자유주의가 내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에서는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이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 이른바 진보적이라 불리는(사실은 진보가 아니지만) 민주당계열의 사람들은 ‘민주주의’라는 말을 선호하고 전 시대 집권세력인 자유한국당계열의 사람들은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을 고집한다. 왜 자유라는 말에 그토록 집착하는 것일까? 그 원인은 분단의 비극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승만 정권의 권력 기반은 반공 이데올로기에 있다. 북과 달라야 하고 북과 적대적이어야 했다. 북의 국가 명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이다.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요건은 선거에 의해서 통치자를 선출해야 하고 두 개 이상의 정당이 존재해야 한다. 최소한의 민주주의 요건도 갖추지 못한 북이 민주주의라는 말을 쓰니까 이와 대립하는 개념의 말로 자유를 강조하게 된다. 우리에게 자유는 반공의 다른 이름이다.  

 

  이승만이 대표로 집권한 정당이 자유당이다. 그 후에도 이를 계승하는 정치세력은 정당명칭에 자유라는 말을 즐겨 사용했다. 민자당도 아마 민주자유당일 것이다.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이라고 명칭을 바꾸었다. 자유당, 민주공화당, 자유한국당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지키고 싶었을 것이다. 현대사를 보면 역설적이게도 자유를 내세우는 정당이 집권했을 때 개인의 자유를 억압한 일이 더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