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태(鬼胎)라는 말

 

귀태라는 말은 무속신앙에서 나온 말이다. 귀태가 처음 등장하는 문헌은 삼국유사다. 신라 진지왕은 빼어난 미인인 도화부인에 마음이 끌려 궁궐로 불러 후궁으로 삼고자 하였으나 도화부인은 남편이 있는 몸이라 하여 거절한다. 진지왕이 죽은 후 귀신이 되어 도화부인과 사통하여 비형랑(鼻荊郞)이 태어난다. 이를 들은 진평왕이 벼슬을 주어 궁에 살게 하지만, 비형랑은 늘 궁을 나와 귀신과 즐겨 놀았다. 비형랑과 같이 귀신과 사람이 사통하여 난 아이를 귀태라 한다. 귀태는 태어나지 말아야 할 아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무속신앙은 우리의 토속신앙이다. 불교, 기독교 등의 종교가 이 땅에 들어오기 전에 우리민족은 무속신앙을 믿었다. 무속신앙의 무()라는 글자는 종교의 원형을 보여준다. 위의 가로획은 하늘, 아래의 가로획은 땅을 뜻한다. 가운데 세로획은 하늘과 땅의 소통을 뜻한다. 두 개의 사람인()자는 무녀(巫女)와 박수무당(남자무당)을 뜻한다. 무당은 하늘의 신과 땅의 사람을 연결시켜주는 존재이니 오늘의 사제나 승려와 같은 역할을 했다. 진평왕이 비형랑을 진지왕의 차남으로 인정한 것도 무속신앙을 믿었기 때문이다. 도화살((桃花煞)이라는 말은 도화부인처럼 한 남자와 살지 못하고 여러 남자 살아야 하는 운명을 말한다. 무속신앙의 흔적은 우리 생활 곳곳에 남아 있다.

 

  귀태라는 말 때문에 나라가 매우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다. 2013년 민주당 원내대변인 홍익표 의원은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라는 책을 인용하면서 귀태라는 말을 사용했다. 기시 노부스케(1급 전범, 만주국 실권자)와 박정희(창씨개명 다가키 마사오)는 만주국의 귀태라는 말이 있다면서 지금 한국과 일본에는 귀태의 후손이 정상으로 있다는 말을 했다. 당시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막말이라고 거세게 항의하며 국회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홍익표 의원은 책에 나온 말을 인용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견디지 못하고 대변인 직에서 물러났다.

 

  자유한국당 서울시당위원장이라는 분의 공식석상에서의 말이 논란이 되고 있다. “문재인이가 청와대를 5년 동안 전세 내어 우리 보수 주류 세력을 죽이려 하고 있습니다. 상대가 아주 나쁜 놈, 깡패 같은 놈이기 때문에 젊잖게 나가다가는 나라꼴이 안 됩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을 주사파라고도 했다. 주사파라는 말은 김일성 주체사상을 따르는 빨갱이라는 말이다. 어떤 근거로 그리 말하는지 아무래도 막말인 듯하다. 막말의 사전적 풀이는 ‘되는대로 말하거나 속되게 하는 말’이다. 홍익표의 귀태의 후손이라는 말은 막말일까? 결과를 보면 박근혜 정권은 국정농단으로 퇴출되었으니 그의 말이 마냥 막말은 아닌 듯도 하다. 어느 말이 막말인지는 각자가 판단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