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발레리)  


바다의 미풍
말라르메

오! 육체는 슬퍼라, 그리고 나는 모든 책을 다 읽었노라.
떠나버리자, 저 멀리 떠나버리자.
새들은 낯선 거품과 하늘에 벌써 취하였다.
눈매에 비친 해묵은 정원도 그 무엇도
바닷물에 적신 내 마음을 잡아두지 못하리.
오! 밤이여! 잡아두지 못하리.
흰빛이 지켜주는 백지, 그 위에 쏟아지는 황폐한 밝음도,
어린아이 젖먹이는 젊은 아내도.
나는 떠나리! 선부여, 그대 돛을 흔들어 세우고 닻을 올려
이국의 자연으로 배를 띄워라.

잔혹한 희망에 시달린 어느 권태는
아직도 손수건의 그 거창한 작별을 믿고 있는지.
그런데, 돛들이 이제 폭풍을 부르니
우리는 어쩌면 바람에 밀려 길 잃고
돛도 없이 돛도 없이, 풍요한 섬도 없이
난파하려는가
그러나, 오 나의 가슴아, 이제 뱃사람들의 노랫소리를 들어라.


얼마 전부터 대학생들과 함께 고전을 공부하고 있다.

다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이다.

앞으로 이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내 학창시절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대체로 대기업에 들어갔다.

고도 성장기여서 그들의 삶은 나날이 빛나는 듯했다.  

이제 그들은 거의 다 은퇴했다.

그들의 일생은 어떨까?

대체로 그들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물질적으로는 별로 부족해 보이지 않지만 무언가 허기져있는 듯하다.

사람은 ‘배부른 돼지’로는 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엄친아’로 불리었을 아이들을 보며 나는 이 시대의 절망을 본다.

단지 먹고 살기 위해서만 공부하는 아이들.  

그래서 그들은 삭막해 보인다.

고전을 공부하며 그들은 새로운 삶을 느끼는 것 같다.

2시간 내내 강의에 집중한다.

아, 잔혹한 희망에 시달리는 그들의 가슴에 바람이 다시 불 수 있을까?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그것들을 찾아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아이들.

나는 30대 중반에 내 가슴에 불어온 바람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자유인’이 되어 미친 듯이 바람결 따라 마구 날아다니던 시절을.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너희들이 최선을 다해 살아보아야 너희들의 길을 알 수 있단다.

고전엔 인류의 마음이 담겨있단다.

너희들은 한 인간이 아니라 인류란다.

한 인간을 넘어 인류가 되어 보아라.

그러면 너희들의 길이 보일 거야.

가슴에 부는 바람결 따라 흘러가 보거라.

너희들은 알게 될 거야.

산다는 게 얼마나 고상하고 신나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