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는 죄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푸대접 받는 사람은 누구일까? 아마 담배 피는 사람이 아닌가 한다. 담배 값은 갑절 올랐는데 담배 필 곳은 마땅치 않다. 집에서 피면 아내에게 꾸중 듣고, 아파트 발코니에서 창문 열고 피면 위층에서 항의 들어오고, 거리에서 피면 행인이 손을 내젓고, 드물고 먼 흡연 장소 찾아가서 핀 다음 사람 만나면 당신 담배 피웠지? 냄새나는데, 하고 범죄인 취급이다.

 

전 시대에는 흡연이 자유로웠다. 버스에서 기차에서 마구 피기도 했다. 곰방대에 담배 피시는 할아버지와 환기도 하지 않고 한 방에서 기거해도 싫은 줄 몰랐고 싫다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만약 그때 할배 담배 연기가 맵다고 한 마디 했다면 담배 대로 대가리를 맞아 혹불이 났을 것이다. 참으로 격세지감을 아니 느낄 수 없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매스컴의 공로가 크다. 거의 매일 담배의 해악에 대해서 떠들어댄다. 만병의 근원이 담배인 것처럼 말한다. 의사라는 공부 잘 하는 사람들도 병원만 찾으면 담배 피지 말라고 한다. 담배 피면 당신 죽어, 라고 협박까지 한다. 차라리 그냥 내 능력으로는 치료할 수 없습니다, 하면 밉지는 않을 것이다. 심지어 간접흡연이 직접흡연보다 더 나쁘다고 한다. 이게 무슨 낮도깨비 개울 건너는 소리인가? 매일 듣는 소리가 담배를 증오하는 소리 뿐이다. 반복은 주술의 효과를 나타낸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몹쓸 인간이 담배 피는 인간이 되었다.

 

담배가 그렇게 나쁘면 법률로 금지하면 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 흡연자를 죄악시하는 풍토를 만드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 담배가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아는 바이다. 사람이 건강에 좋은 것만 추구하고 살지는 않는다. 거리의 매연도 좋지 못하고 작물에 뿌리는 농약도 좋지 못하고 우리가 늘 쓰는 전자제품의 전자파도 건강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유독 담배만이 죄악시 되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비흡연자는 담배 냄새를 유독 싫어한다. 이해한다. 담배가 악이라는 주술에 걸렸기 때문이다. 어떤 냄새의 좋고 싫음은 관념의 문제이다. 옛날에는 그렇게 싫지 않았는데 지금 그토록 싫은 것은 담배 냄새가 변했기 때문이 아니라 담배에 대한 사람들의 관념이 변했기 때문이다. 나는 사실 여름날 화장품 냄새와 땀 냄새가 혼합된 것을 싫어한다. 미운 사람에서 나는 모든 냄새는 싫다. 공공장소에서 어떤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가 싫어도 싫다고 말하지 않는 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 때문이다.

 

세계 어디를 가도 우리처럼 담배를 죄악시하는 곳은 없다. 유럽이나 동남아를 다니면서 담배 연기를 기적처럼 날리며, 거리에 담배꽁초를 마구 버리며 흡연의 자유를 누리기도 했다. 행복지수가 우리보다 높은 좋은 나라들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온갖 멸시와 박해를 견디며 금연을 생각하지 않는 것은 흡연의 자유마저 포기하면 더 포기할 무엇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자유를 생명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담배가 그렇게 나쁘다면 나는 벌써 병들어 죽어야 했다. 그런데 나는 올해 경로우대를 맞이하도록 살아 있다. 나는 담배를 좋아한다. 커피도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밥이 될 수 없는 시를 쓴다.

 

오랜만에 시 한 편 썼다

고료 삼만 원 받아

뻥튀기 한 자루와 담배를 사서

어깨에 메고 집으로 온다

방에 들어 담배를 피우니

금세 연기가 한 방 가득이다 - 졸시, 시의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