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가 모든 것이고, 모든 것이 하나다 一卽多 多卽一 (불경)


엄숙한 시간  
릴케

지금 이 세상의 어디선가 울고 있는 이
까닭 없이 울고 있는 이
그 사람은 나를 위해 울고 있다.

지금 이 세상의 어디선가 웃고 있는 이
밤 속에서 까닭 없이 웃고 있는 이
그 사람은 나를 위해 웃고 있다.

지금 이 세상의 어디선가 걷고 있는 이
이 세상을 까닭 없이 걷고 있는 이
그 사람은 나를 향해 오고 있다.

지금 이 세상의 어디선가 죽어가는 이
어디선가 까닭 없이 죽어가는 이
그 사람은 나를 바라보고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팔고(八苦)중에는 원증회고(怨憎會苦 미운 사람과 마주치지 않을 수 없는 괴로움)가 있다.

정말이지 미운 사람과 더불어 살아야한다는 건 엄청난 고통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되도록 미운사람을 보지 않고 살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살다보면 인간관계가 지극히 좁아진다.

마음이 맞는 사람하고만 만나 서로 ‘독백’만 하다 만다.

허전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미운 사람은 누구일까?

대체로 그는 ‘나의 그림자- 나의 어두운 모습’이다.

‘나의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우리는 자신의 약점이 들킬까봐 그를 미워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운 사람과 만나지 않고 살면 우선은 편할지는 모르나 자신의 어두운 모습이 극복되지 않는다.

자신의 일부로 살아가야 하니 ‘삶의 충만감’이 없다.

따라서 ‘자신의 전부’로 살아가려면 미운사람과도 더불어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죽을 때 삶의 여한이 없다.    

우리는 미운 사람과 마주칠 때마다 고통스럽지만 ‘그가 나’라는 것을 성찰해야 한다.

그렇게 하여 ‘세상 모든 사람이 나’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면 우리는 비로소 온전한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가 존경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살다 간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