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라는 이름으로

 

일찍이 안데르센은 ‘미운 오리새끼’를 통해 오리의 무리 속에 한 마리 백조의 외로움을 이야기했다. 오리와 함께 살아가지만 더불어 사는 것이 아니다. 그냥 외로운 섬일 수밖에 없다. 영남이라는 지역에서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도 외로운 섬이 되는 일이다. 4.13 총선 결과 여당이 참패했지만 이 지역에서는 100% 승리했다.

 

겉으로는 웃는 얼굴로 만나고 인사를 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비판적 생각을 가진 이들의 귀에 가끔 들리는 말이 있다. 그 사람, 사람은 좋은데 생각이 삐딱해. 그들보다 더 많은 공부를 하고 고민을 하며 가지게 된 생각을 두고 그들은 삐딱하다고 한다.

 

총선 결과로 보면, 우리 국민의 반 이상이 가진 생각을 이 지역 사람들은 삐딱하다고 한다. 실은 우리 국민 전체로 보면 이 지역 사람들이 오히려 삐딱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삐딱한 이가 삐딱하지 않은 이를 오히려 삐딱하다 하는 꼴이다.

 

친일의 잔재, 독재의 잔재를 청산하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 땅에 살현하려는 소망이 삐딱한 생각인가? 전쟁 없이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적 통일을 이루자는 것이 삐딱한 생각인가? 연일 북은 핵 실험 결과를 알리고 위협적 언어를 쏟아낸다. 남에서는 대북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한다. 전쟁의 위기가 감돈다.

 

지금 한반도는 위험하다. 쥐도 막다른 골목에 이르면 고양이를 물 수 있다. 전쟁은 얘기치 못한 지점에서 일어난다. 그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전쟁에 대한 걱정을 아니 할 수 없다. 아무리 시인이지만 시인도 이 땅에 발붙이고 사는 사람일진대 걱정이 없을 수 없다. 일찍이 다산 선생은 나라를 걱정하지 않는 시는 시가 아니라(非憂國非詩也) 하였다.

 

‘대한민국 어버이연합’이라는 좋은 이름을 가지 단체가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린다. 주로 일제 강점기에 희생당한 종군위안부 할머니들 모임,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모임, 세월호 희생자 추모 모임, 국정원 선거 개입 규탄 모임 등 민주화와 관련된 시민단체 모임에 훼방꾼 노릇을 하는 단체 이름이다. 이들이 검은 돈을 받아 탈북자들을 2만원에서 5만원씩 주고 동원한 사실이 밝혀졌다. 대개 부도덕한 권력이 하는 짓이 이러하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공영방송이라는 공중파 방송에서는 보도조차 없다.

 

머지않아 5월 8일은 어버이 날이다.

우리는 어버이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을 흘리는 민족이다. 몇 푼의 돈에 팔려 권력의 시녀가 되어 여론을 조작하는 일을 하는 이들에게 어버이라는 이름은 당치 않다. 이 땅의 모든 어버이를 모독하는 일이기에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 한다. 그런 어버이들을 이용하는 권력은 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글 권서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