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임을 위한

 

올해도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공식 기념곡 지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국가보훈처는 지금까지의 관례에 따라 작년처럼 제창으로 하지 않고 합창으로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것이 이 노래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는 최적의 결정이라고도 했다. 결과적으로 보훈처는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참가자들에 의해 제창되는 것을 한사코 막아보겠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최후의 시민군 윤상원의 영혼결혼식에서 처음 불린 노래로 이후 5.18관련 행사, 민주화 운동 집회 등에서 널리 불리기 시작하면서 5.18을 상징하는 노래로 자리매김 되었다. 누가 의도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이다. 이는 이 노래가 5.18 정신을 가장 오롯이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5.18 정신을 가장 잘 드러내는 노래를 5.18 기념곡으로 지정하고, 기념식에서 다함께 부르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5.18정신이 담긴 노래가 5.18 기념식에서 제창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국가는 한사코 거부하고 있다. 이 노래가 싫은 것이다.

 

왜 그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불리는 것을 한사코 막으려 하는가? 그들은 이 노래가 싫기 때문이다. 이 노래를 싫어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세에 밀려 5.18이 국가 기념일로 지정되긴 했지만, 지금 국가권력을 가진 이들은 이를 인정하기 싫은 것이다.

 

우리 현대사는 외형적으로는 민주화 되었다고 하지만 실제 권력의 주체는 민주화 세력이 아니다. 늘 말하는 바이지만, 일제에서 이승만 독재로 그리고 군사 독재로 이어지는 현대사의 주류는 아직 그대로다. 이 주류의 흐름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는 해방되었다고도 민주화 되었다고도 말할 수 없다. 깨어 있는 민중의 수효가 늘어나서 이 부도덕의 물줄기를 바꾸지 않는 한 <임을 위한 행진곡> 사태 같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은 그치지 아니할 것이다. 그래서 며칠 전 망월동을 찾아가 임을 위한 행진곡을 힘차게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