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과 고집



그리 바쁘지 않을 때, 혹은 창밖에 하염없이 비가 내릴 때는 부질없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이는 누워서 천정의 무늬를 세거나 멸치 똥을 고르기도 한다. 어떤 이는 옛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고 그녀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헤아리기도 한다. 말과 글을 다루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이는 어떤 단어에 대해 중얼중얼 생각하기도 한다.

신념이라는 말과 고집이라는 말이 있다. 신념의 사전적 풀이는 ‘굳게 믿는 마음’이고 고집의 사전적 풀이는 ‘자기의 의견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굳게 버팀’이다. 두 말의 차이가 확실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두 말의 공통점은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끝까지 굽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른 점은 무엇일까? 얼핏 드는 느낌으로 신념은 긍정적이지만 고집은 부정적인 것 같다.

이퇴계 선생이 평생 경(敬)을 화두로 삼은 것,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것, 이회영 선생이 전 재산을 정리하여 만주에 신흥군관학교를 세우신 것은 신념일 것이다. 옹고집전의 옹고집이 인색한 태도를 바꾸지 않는 것,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높은 자리에 오르려는 태도, 한번 내 사람이면 끝까지 믿는다는 태도 등은 고집에 가까울 것이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한 바를 굽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신념과 고집은 같은 말이다. 그러나 나의 입장에서 보면, 내 생각이 신념이고 당신의 생각이 고집이다. 당신의 입장에서 보면, 당신 생각이 신념이고 내 생각이 고집이다. 그렇다면 고집과 신념은 어떻게 다를까?

신념에 있어서 옳은 것은 무엇일까? 고집에 있어서 옳은 것은 무엇일까? 분명히 그 옳은 것이 서로 같지 아니할 것이다. 문득 한 생각이 떠오른다. 신념의 옳음은 나만을 위한 옳음이 아니요, 고집의 옳음은 나만을 위한 옳음일 것이다. 이퇴계, 안중근, 이회영 같은 분들은 나만을 위해 사신 분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또 한껏 이런 생각이다. 세상에는 신념을 지닌 이도 있고 고집쟁이도 있다. 그러나 고집쟁이가 어떤 사회의 권력자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고집불통 폐가망신이라는 말이 있다. 개인이 고집을 부리면 개인의 불행에 그치지만 권력자가 고집을 부리면 사회 전체가 불행하게 되기 때문이다.